지방이전 공기업부지 용도변경 허용…매각 활기?

　정부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의 부동산 매각을 위해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을 허용, 매각 가치를 높여주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섰다.

　공공기관들은 현재 쓰고 있는 부동산을 팔아 지방으로 옮길 신사옥 마련 등의 재원으로 써야 하는데, 건물의 용도가 연구시설처럼 제한된 경우가 적지 않아 매수자를 찾는데 골치를 앓고 있다.


　정부는 당초 특혜 시비 등을 우려해 용도변경에 난색을 표시했으나 유찰 반복 등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 매각에 난항을 겪자 이처럼 돌파구 마련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종전 부동산 매각 실적은 총 62개 부지로 금액 기준 4조8589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국립경찰대학(3177억원) △한국산업인력공단(1765억원) 2011년에는 △한국감정원(2328억원) △법무연수원(1950억원) △우정사업정보센터(1673억원) 2012년에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3742억원) △국방대학교(3736억원) △국립축산과학원(2569억원) 등 굵직한 공공기관의 부동산이 매각을 완료했다.


　올들어선 과천 기술표준원(973억원) 안산 한국시설안전공단(120억원) 서울 금천구 한국세라믹기술원(638억원) 서초구 한국법제연구원(125억원) 등 4건의 부지 매각이 성사됐다.

　정부는 앞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6798억원·이하 감정가) 방송통신전파진흥원(1092억원) 도로교통공단(1052억원) 영화진흥위원회 부속(1171억원) 부지 등 총 34개, 2조6394억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팔린 공공기관의 부동산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못했을 경우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농어촌공사 등 매입기관에서 사들인 경우가 23개 부지로 전체의 37%였다. 여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사들인 부지를 제외한 기업이나 개인 등 시장을 통해서만 매각된 경우는 20건으로 전체 대비 32%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와 맞물린 데다 해당 부지의 용도가 묶여 있어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부지가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고 감정가격보다 할인하지 않고 재입찰을 시도하고 있는 점도 유찰 반복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도 매각 방식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관계자는 "에너지관리공단의 경우 건물의 허용용도가 에너지관리공단 사옥으로만 쓰도록 돼 있는 불합리한 면이 있어 용도의 범위를 넓혀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자체와 도시계획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찰 이후 가격을 할인은 해당 공공기관의 재량에 달려 있고 실제 최근 매각된 세라믹기술원은 가격을 낮춰 입찰해 매각을 성공했다"며 "각 공공기관별 특성과 재정여력에 따라 매각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맞춤식 개선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너지관리공단은 용인시로부터 제1종 일반주거지역 내 업무시설 용도인 현 사옥을 오피스텔을 제외한 병원, 교육연구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운동시설 등으로 변경한 뒤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용도변경 이후 매각가격을 591억원에서 555억원으로 낮춰 입찰을 다시 준비 중"이라며 "전국의 병원이나 대학교 등 잠재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부지 매각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