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청춘에게 면죄부를 줘라

성홍열을 앓은 후 잘 들리지 않는 소년은 선생님으로부터 ‘멍청이’란 말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닭이 품은 알이 병아리가 되는 것을 보고 계란을 품어보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은 석 달 만에 학교를 관두지만 어머니는 결코 소년의 능력을 의심치 않고 직접 가르쳤습니다. 기차간 신문팔이 소년은 남북전쟁이 터지자 전쟁상황을 전하는 신문을 발간해 돈을 벌고, 화물차에서 실험을 하다 화차를 불태우기도 했지만 대기업 GE를 창업합니다. 토마스 에디슨 이야기입니다.

식물채집과 실험에 흥미를 가진 소년은 성적도 신통치 않고 공부에 흥미도 없어 고등학교를 스스로 관두었습니다. 런던 할아버지 댁에 갔다 할아버지로부터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 소년은 어머니가 귀를 먹어가자 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으로 전화기를 발명했습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이야기입니다.


15세 마약판매 소녀의 아들로 태어나 11세 때부터 마약판매로 형무소를 들락거리던 소년은 가수가 되고 싶어 마약거래에서 손을 뗀 보복으로 9발의 총을 맞았으나 기적같이 살아난 뒤 자신의 솜씨를 안 에미넴의 지도로 스타가 되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래퍼 50센트 이야기입니다.

10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소녀는 너무 가난해 감자자루로 만든 옷을 입고 다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14살 땐 사촌·삼촌 등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기를 출산하며,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어머니의 돈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생부와 살 때부터 소녀는 채소가게에서 일하며 우등생이 되고 고3부터 파트타임으로 흑인 라디오 방송의 뉴스 진행을 맡더니 최연소 흑인 여성 TV앵커가 되어 오늘의 성공을 이뤘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이야기입니다.

전기수리공의 아들로 태어나 취한 아버지에게 얻어맞고 체격이 작아 학교에서 놀림을 당해 싸움을 하며 자란 소년은 가족을 위해 세 가지 일을 하는 어머니로부터 “남이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사람이 되어라”는 말을 듣고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단역배우로 시작해 스타가 되었습니다. 톰 크루즈 이야기입니다.


젊은 시절 좌충우돌했으나 끝내 성공을 이룬 이들의 이야기는 얼마 전 흡연에 대한 징계 조치로 봉사활동 명령을 받은 고교생들이 인지력이 거의 없는 노인들에게 장난을 하고 그 장면을 찍은 뒤 인터넷에 유포한 일을 떠올려줍니다. 그들의 치기는 사회적 부적응이나 못된 심성 때문이 아닙니다. 그 맘 때면 갖는 자아위기나 기존질서로부터의 일탈 충동이 원인일 뿐입니다.

요즈음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에 국민의 관심이 높지만, 생계수단 뿐 아니라 인간적 존엄성으로도 일자리가 필요한 국민은 창조경제가 국민의 취업 희망을 채워주기를 바랍니다. 60년대, 70년대 개발경제 덕분에 만들어진 우리의 제조업 기반 경제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훌륭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지만 97년의 외환위기에 따른 생산성 향상 노력 등 구조조정의 결과, 제조업 투자는 예전과 같은 수준의 고용창출을 만들지 못 합니다. 따라서 고용창출과 성장·복지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제조업 기반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으로 첨단과학기술 및 IT기반의 창조경제를 통한 창업 활성화와 문화·금융 등 서비스 산업을 육성시켜야만 합니다.

특히 고용도 창출하고, 제조업의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는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 때 메이드인 코리아의 제품도, 문화도 창의성이 풍부해지며 그것을 위해서는 청춘의 일상으로부터 일탈이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60, 70년대 ‘대학생’ 신분은 웬만한 잘못에 대한 면죄부가 되었습니다. 창조경제를 추구하는 우리에겐 청춘의 일탈과 실패에 대해 너그러운 사회가 요구됩니다. 창조경제가 고용을 창출해낼 수 있도록 “청춘이여, 야망을 가져라!”가 아니라 “청춘이여, 일탈하라, 실패하라!”며 청춘의 일탈과 실패를 껴안아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