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건물 3채…1분 만에 30개 기관이 '출동'

#지난 2011년 1월 11일, 브라질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 주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하룻밤에 쏟아지면서 최악의 홍수와 산사태로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된 것.시간당 300mm에 달하는 집중폭우로 지반이 약한 높은 지대에 밀집한 빈민촌이 삽시간에 흔적도 없이 떠내려갔고 10여 개의 도시가 폭우와 산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망자만 900여명, 실종자를 포함하면 인명피해는1000여 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만에 12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남긴 대형 참사였다. 특히 브라질 기상청이 폭우의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시청과 재해당국에서 호우경보나 대피방송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는 비판여론도 높았다.


문제는 이런 폭우와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에도 리우데자네이루 주 리우데자네이루 시(이하 리우)인근에 산사태가 발생해100여 명이 넘게 사망한 전례가 있었다. 열대기후의 특성상 갑작스런 폭우와 홍수를 피해갈 수는 없다. 더군다나 리우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기로 예정된 상황.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대형 국제행사를 무사히 치러내기 위해서는 자연재해를 '스마트'하게 극복할 방법이 필요했다.

이것이 리우 시가 IBM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진화된 도시관리시스템이라 자부하는 '리우시티 오퍼레이션 센터'를 설립한 계기다.

리우데자네이루 오퍼레이션 센터 내부 전경/사진=배소진 기자

◇빅데이터로 '날씨예측'…리우를 지켜라
지난 달 3일 찾은 리우 오퍼레이션 센터는 때마침 내리던 비의 강수량 예측 및 시내 곳곳에 있을지 모를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대형 모니터에는 시가지의 교통 상황을 살피는 CCTV(폐쇄회로)화면과 함께 리우 시내의 공사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 리우 및 인근지역의 기상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도로의 소통현황을 주로 살펴보는 편이지만 궂은 날씨에는 기상관측과 홍수취약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집중적으로 강화한다.

시내 구석구석에는 카메라가 580대 가까이 설치돼 실시간으로 교통이나 유동인구의 움직임, 공사현장 등의 동영상을 전송한다. 시청, 경찰서, 소방서, 재난방재청 등 시정부 산하기관 32곳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통합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리우에 오퍼레이션 센터가 구축된 것은 에두아르도 파에스 시장의 놀라운 추진력 덕분이었다. 그는 2010년 리우 근교에서 발생한 산사태를 계기로 도시를 '더 똑똑하게'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IBM에 기술협력을 요청, 수십 억 원을 들여 빅데이터를 활용한 도시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것.

그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당시 비상 상황에서 시장이 상황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지시할 수 있는 체계가 없었다"며 "우리가 너무나도 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자 화가 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오퍼레이션 센터 내부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를 통해 리우 시내 곳곳 교통상황과 도로 공사상황, 강수량 등의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사진=배소진 기자

400여명의 직원들로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오퍼레이션 센터에서는 인근 지형을 측량한 자료와 강수량 통계, 위성 레이더 사진 등 기상데이터를 교통체증이나 에너지 소비량 등 도시에 영향을 주는 데이터와 통합분석해 48시간 전에 기상·교통상황을 예측한다.

홍수가 발생할 것 같으면 시스템이 스스로 언제 경보 사이렌을 울릴 지 결정한다. 1 평방킬로미터당 강우량을 측정하는 정교한 예보를 통해 도시의 어느 구역이 피해를 입을지 미리 판단해 대비시키는 것이다.

리우 시 한 관계자는 "오퍼레이션 센터의 기상예측 시스템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2011년 리우데자네이루 주에 발생했던 홍수에서 우리 시는 별다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퍼레이션 센터, 대형 재난현장에서 빛을 발하다=지난 해 1월, 리우 도심의 낡은 빌딩 3채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며 17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장 인근에서 맥주를 마시던 시 공무원의 신고로 오퍼레이션 센터는 즉각 행동에 들어갔다.

오퍼레이션 센터 직원들은 화재 및 민방위 부서에 이 사실을 통보해 구급차와 소방차를 파견했고, 가스·전기 회사에 현장 주변의 전원을 끊도록 했다. 인근 건물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현장 아래 지하철도 폐쇄시키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사고 인근 도로차단 상황을 트위터로 알렸다. 이 모든 것이 1분 만에 진행 됐다. 사전에 오퍼레이션 센터를 만들며 기획했던 대로였다.

오퍼레이션센터 내에는 모니터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장소 외에도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회의할 수 있는 일종의 '지휘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지휘시스템은 다른 지역에 위치한 시장의 집무실과 민방위 부대에도 각각 연결돼 있다. 화상회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다른 공간에 있어도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시에서 발생하는 긴급 상황에 대해 담당 직원을 통해 사후처리 보고를 받는 게 아니라 시장이나 관리자가 직접 통보받아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오퍼레이션 센터 전경/사진=배소진 기자

◇최악의 교통체증에서도'안 밀리는 길'을 트위터로 받아본다=일상 속의 교통 혼잡 상황도 오퍼레이션 센터의 통합관제를 통해 풀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리우 시가지 한 곳에서 대규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과거에는 모든 기관들이 각자 알아서 사람이나 장비를 파견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서로 소통이 안 돼 한 사고 현장에 두 곳의 구급대가 도착한다거나 위치를 제대로 몰라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경우가 생겼다. 심지어는 다른 기관의 차량 때문에 정작 필요한 장비가 현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촌극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찰서가 사고접수를 받은 즉시 사고 위치와 정확한 피해 현황이 30여개 모든 기관에 동시에 전파된다. 이 경우 병원에서 구급차를 보내거나 도로를 막고 있는 차량을 빨리 치울 수 있도록 장비를 요청하는 것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교통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과 우회도로를 시민들에게 안내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오퍼레이션 센터 내에서 한 번에 지휘할 수 있는 셈이다.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 시스템은 시청이나 재난당국, 소방서 등에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이 경보는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나 도심에 설치한 디지털 안내판 및 TV,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파된다.

페드로 준케이라 오퍼레이션 센터 센터장은 "30여개의 기관이 다 다르게 운영되다 보니 인력들이 서로 헷갈리는 상황이 발생했었다"며 "오퍼레이션 센터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조절하니 혼란이 줄어들고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리우데자네이루가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30%가량 빨라졌다는 보고결과도 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디아스 IBM브라질 스마터시티 및 공공솔루션 본부장은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여러가지 도시가 가질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 리우 오퍼레이션 센터의 취지였다"며 "기상예측, 교통통제 등 뿐 아니라 치안과 전력, 수자원 등 도시의 전반적인 운영을 더 똑똑하게 해준 세계 최초의 사례인 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