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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에 본 '보신탕' 다큐, "눈물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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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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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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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다큐 '보신탕' 선보인 정진아 감독… 19분 남짓 영상에 흐르는 '인간과 개'


↑13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미니다큐 '보신탕' 시사회 전 정진아 감독이 연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13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미니다큐 '보신탕' 시사회 전 정진아 감독이 연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정진아 감독(27)은 '동물 활동가'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개와 고양이와 함께 자랐지만 '이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는 동물 애호가일 뿐이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영상미디어센터. 중복인 이날 미니다큐 '보신탕'이 세상에 선보였다. 영화 '보신탕'은 동물사랑실천협회와 인도적 행동연합이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 하반기까지 1년 넘게 전국 80여개의 개시장과 사육장, 도살장에서 잠입 취재한 영상을 토대로 제작됐다.

그리고 정 감독이 시민 인터뷰 등을 엮어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그는 촬영기간 일주일을 포함해 총 제작기간 1달만에 영화를 완성했다. 개식용 산업의 실태와 개식용에 대해 어떤 접근방법을 가져야 하는지 한국사회에 물음을 던졌다.

"지난해 첫 작품 '루이더캣(Lui-The-Cat)'을 찍었는데 제 고양이를 출연시켜서 우울증에 걸린 주인을 향한 고양이의 애정을 담았어요. 동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연출자를 찾다 영화를 보신 분이 연락을 주셨어요"

2012년 연출을 시작해 이번이 7번째 작품. 짧은 연출 경험이 전부였던 평범한(?) 감독은 우연한 기회로 '보신탕'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 스스로도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

"잔인한 영상만 보여주면 아무 효과가 없어요. 보호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죠. 너무 일방적으로 협회 쪽 시각에서만 얘기하면 사람들이 거부감도 들 수 있잖아요. 양쪽 이야기를 하자. 그래서 일반시민 인터뷰를 넣었어요. 개식용 문제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어요"

정 감독이 동물 활동가가 아니었다는 점은 오히려 시민들의 시각에서 쉽게 영화를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단순히 개와 고양이를 키웠던 입장에서 개가 단순한 고기라는 물질이 아니라 감정이 있는 생명이라는 것, 우리 모두가 이어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는 19분 남짓 상영된다. 관객들은 눈물 흘리고 분노하고, 때로는 잘못을 시인하는 감정을 가지고 영상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감정을 움직이게 된다.

정 감독은 세 가지 의도를 갖고 작품을 연출했다고 했다.

"평소 개고기에 대해 알고 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이들에게 이것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두 번째로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실상을 보여줘 더욱 적극적으로 동물보호 활동을 하도록 만들고도 싶었죠. 마지막으로 개고기를 먹고 찬성하는 사람들에겐 진짜 개고기가 몸에 좋은지 되묻고, 실상을 보여줘 좋다는 생각을 깨뜨리고 싶었어요"

개고기가 한국의 전통 문화가 아니냐는 물음에 당돌한 답변이 돌아왔다. 전통 중에 사라진 것도 많다고. 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면 없어지게 된다고.

그는 "영화에 모던화시킨 퓨전 한국전통음악을 배경음악(OST)으로 썼는데, 새로운 한국이 되자는 의미"라며 "지킬 건 지키고 인습은 버리는 새로운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198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아버지가 화가였던 영향을 받아 미술가를 꿈꿨다 가정형편 때문에 미술을 포기했다. 음악과 공연기획 등 다른 창작활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렸을 때 미국에서 자라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생각이 많았어요. 근데 표출할 방법이 없었죠" 그에게 영화는 '탈출구'였다.

대학은 공연기획과에 진학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학교에서 보낸 시간보다 길었다. 영화과 친구의 작업을 돕다 영화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

하루 만에 찍은 8분짜리 첫 단편 '루이더캣'이 서울세계단편영화제에서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1년 만에 아시안온필름페스티벌, 29초다이렉트먼슬리영화제 등에 초청받는 유망주가 됐다.

하지만 스스로 왠지 모를 부끄러운 감정이 있었다. 정감독은 이번 작품이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첫 작품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을 때 TV에서 폐휴지를 줍고 설탕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내 작품은 저 폐휴지만도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자기만족적인 작품이었거든요"

이번 '보신탕'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만족을 줬다고 자신 있게 말해도 될 듯했다.

이날 열린 시사회에서 많은 관객들은 훌쩍이고 때론 탄식했다. 그의 진심과 통했다. 한 관객은 "개고기 문제는 동물보호뿐 아니라 인권, 환경, 생명권과 관련된 문제"라며 "우리 자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압락사스(Abraxas)'라는 새 작품을 준비 중이다. 헤르만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알을 깨고 나온 새가 찾아가는 신이 압락사스. 악몽을 통해 자아를 찾고 변화하는 모습의 주인공을 담았다.

"우리가 늘 느끼고 경험하는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힘든 시절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 받았듯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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