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어떻게 하면 실패할까?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 “회사에선 나를 최고브레이킹책임자(Chief Breaking Officer)라 부릅니다. 회사가 만든 모든 것을 일부러 망가뜨려 보기 때문이지요. 이를 통해서 허점을 찾고 취약점을 발견해 개선방안을 알아내는 게 목표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어떻게 하면 실패할까’에 더 관심을 쏟는 경영자가 있다면 정신이 나갔거나 CEO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Zozzi의 창업자인 티제이 사사니(TJ Sassani)는 실패 전도사를 자처하며 생산하는 제품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의 모든 프로세스를 일부러 망가뜨려 본다. 그가 실패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기업의 혁신은 성공이 아닌 실패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패를 혁신으로 효과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실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실패가 발생하기 전에) 효과적으로 실패하게끔 사전에 시스템을 설계(fail by design)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패를 설계하면 큰 실패(macro-fail)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는 걸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여러 개의 작은 실패들(micro-fails)로 쪼개서 각각의 작은 실패들을 상시적으로 테스트하면 큰 실패가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있다.


# “현대와 같은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환경에선 실패가 성공보다 오히려 더 빈번히 발생한다. 하지만 기업은 실패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줄이며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지 않다.”

컬럼비아 대학의 리타 건터 맥그레이스(Ritta Gunther McGraith) 경영학 교수는 Harvard Business Review(2011년 4월호)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패를 惡으로 간주, 쉬쉬하려고만 할 뿐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성공에만 매달리고 실패를 최대한 감추려고만 한다.

맥그레이스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Zozzi 창업자는 실리콘밸리의 괴짜 CEO가 된다. 모두들 실패를 드러내길 꺼려할 때 그는 일부러 실패를 만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그레이스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환경에선 실패를 피할 수 없기에 이를 묵과하지 말고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며 Zozzi 창업자와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잘 관리된 실패는 혁신(innovation)을 이끌 수 있는 매우 유용한(useful) 실패가 되기 때문이다.

유용한 실패의 개념은 듀크 대학의 심 시트킨(Sim Sitkin) 경영학 교수가 주장한 ‘슬기로운 실패’(intelligent failure)와 같다. 실패에는 혁신을 이끄는 좋은 실패와 그저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나쁜 실패가 있는데, 이 둘의 차이는 실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실패를 잘 분석하면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쉬쉬하고 감추면 쓸모없는 낭비만 될 뿐이다. 슬기로운 사람은 실패를 통해 지혜와 교훈을 배우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과 같다.

# 기업이 유용한 실패를 원한다면 최고실패책임자(CFO)라는 새로운 직책을 둘 필요가 있다. CFO라 하면 통상 회사에서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최고재무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를 떠올리지만 가운데 글자를 재무 대신 실패(Failure)로 바꾸면 실패를 사전적으로 설계하고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총책임자가 된다.

그런데 Zozzi의 창업자는 전 직원이 CFO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정한 한 두 사람만이 아닌 모든 직원이 실패를 조직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기업의 혁신은 그만큼 빨리, 자주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경영자가 성공을 계획하는 게 아니라 ‘실패를 설계하라’는 말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실패한다는 사실에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 위험이 수반되는 도전을 꺼리게 되고 결국 혁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당신의 기업은 실패의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실패를 그저 낭비(waste)하는 쪽인가 아니면 혁신을 위한 학습의 기회(learning opportunity)로 삼는 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