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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야 법정 스님이 그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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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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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오늘에야 법정 스님이 그리운 이유
그나마 법정 스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에는 '무소유'를 설득하는 어른이라도 계셨다.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독자들이 그분으로부터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그런데 스님마저 안 계신 지금, 우리는 마치 아프리카 정글의 사자와 가젤의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장 늦게 달리는 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가젤 역시 눈을 뜬다. 그는 가장 빨리 달리는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당신이 사자이든 가젤이든 눈을 뜨면 목숨 걸고 달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참으로 살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울하다. OECD 국가 평균 자살률, 저출산률, 사교육비 지출률이 1위 내지는 선두를 달린다. 당연히 생활만족도는 하위에서 맴돈다. '99원 가진 부자가 1원 가진 사람의 1원을 빼앗아 100원을 채우고 싶어 하는 것이 세상인심'이라던데 그것도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누구든 옆과 뒤를 돌아볼 엄두를 못 낸다.

재화와 일자리가 한정돼있는 마당에 사람 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다. 그런데 당연한 경쟁에도 방법은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다. 최근 출판된 '실사구시 한국경제'(원승연 엮음)에 아이스하키 선수의 헬멧 이론이 있다. 선수들에게 헬멧 착용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면 헬멧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시야가 넓어져 다른 선수보다 경기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모든 선수들이 헬멧을 벗어 버리면 결국 다른 선수보다 유리한 점은 사라지고, 모두가 부상당할 위험만 커지고 만다. 헬멧을 벗는 건 개인적으로 매우 합리적 선택이지만 선수 전체 집단의 측면에서 보면 손해만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이 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헬멧을 쓰도록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얼마나 있어야 우리는 만족할 것인가. 돈이 사람과 삶의 수단 아닌 목표인 것은 당연한 것인가. 이 책이 일곱 가지 기본재로 제시하는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 따위는 일말의 가치도 없는 것인가. 우리 모두는 지금 '가격만 알고 가치는 모르는' 삶 속에서 너무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역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아버지와 철학자인 아들이 함께 '무소유'를 공론으로 들고 나왔다. 법정 스님이기에 '무소유'가 서정적인 반면 학자들이기에 당연히 학문적이다. 이제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해 식자들의 '공론'이 강물처럼 넘치길 간절히 기대한다. 너무 힘드니까. '박수건달'이란 영화, 부하의 배신으로 죽어 영혼으로 나타난 조폭 두목의 마지막 대사는 '다 부질 없더라'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로버트 스키델스키·에드워드 스키델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부키 펴냄. 376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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