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VS ‘경영권 침해’…상법개정안 찬반 대립

“소액주주 권리보호, 기업지배 구조개선 등 당초 취지에 맞게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필요가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재산권과 사적자치 원리를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있는 법안으로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고창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0일 오후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법무부 주최로 열린 상법개정안 2차 공청회에 참석한 학계, 재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은 법안의 타당성에 대해 상당한 이견을 표출했다. 공청회 목적이 합의점을 찾는 것이지만 찬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지난 7월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선임의결권 3% 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집행임원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크게 5가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관련, 기업 경영 자율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는 반대론과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예고된 상법개정안 중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일반 이사와 분리해서 주주총회에서 선출토록 하는 규정을 기업들이 가장 불편해하고 우려하고 있다”며 “과거 KT&G 경영에 개입한 칼 아이칸의 사례처럼 기업사냥꾼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대주주 의결권을 모두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이 대규모 상장회사의 주식 3% 이상을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실상 3% 이상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펀드나 연기금만이 가능하며 적어도 한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진출시켜 기업정보 핵심기술을 탈취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외국계 펀드, 연기금이 3% 의결권 제한규정을 이용해서 지분을 분산시켜 경영권 장악이 가능하다”며 “대주주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자금을 과도하게 투입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 중장기 성장 동력인 R&D 시설투자 및 고용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개정안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반면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외국계 자본잠식 우려에 대해 “경영감시와 경영권 잠식 우려를 분리시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상법개정안은) 외부인사 1명을 선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인데 이것만으로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것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정안에 반대하는 재계는 칼 아이칸 등 경영권 위협사례를 제시하고 있지만 동의할 수 없다”며 “회사 경영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상법개정안 자체라기보다 일부 기업 오너의 불법행위와 무리한 경영에 따른 도산”이라고 덧붙였다.

정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위원회를 둔 주식회사는 집행임원을 두도록 한 이번 상법개정안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며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고 경제민주화에도 역행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개정안의 본질적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갈렸다.

고창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아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은 낮고, 투기형 펀드가 이용해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김상조 교수는 “시차임기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조건으로 할 경우 집중투표제 효과가 크게 약화될 것이므로 경영권에 대한 위협으로 비약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찬성의견을 냈다.

집행임원제 의무화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찬성, 반대 의견을 각각 제기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구소 소장)는 “경우에 따라 총수마저 등기이사직을 고의로 맡지 않아 회사가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는 기형적 운영사례도 있다”며 “집행임원제 의무화를 도입해 이들이 다시 이사회의 통제를 받고, 회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찬성론을 폈다.

반면 배상근 본부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강제하지 않고 있는 제도이며, 업무집행과 감독의 분리로 업무집행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어 기업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며 "업무전문성이 떨어져 경영효율성을 저해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외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도 소액주주 권리보호 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기업경영 효율성을 저해하고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반대논리로 대립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