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교육을 미국에 수출하는 남자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브라이트스톰 김범수 대표. 마운틴뷰=유병률기자

공부에 대한 압박감으로 치자면 한국 청소년들과는 비교할 바 못되지만, 그래도 많은 미국 청소년들이 학업 때문에 힘들어한다. 타고난 머리가 좋아 일찌감치 앞서 달리고 있는 학생들은 예외이겠지만, 대부분은 두꺼운 교과서만 갖고 집에서 혼자 씨름해야 한다. 공부를 잘해보려고 해도 참고서나 문제집이 아예 없고, 튜터링(과외)을 받는 것도 시간당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평균 학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이 쓸 만한 인재가 없다며 아시아에서 엔지니어들을 수입하고 있고, 오바마 미 대통령이 몇 번이나 한국교육의 우수함을 강조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 공교육에 정면으로 돌진한 김범수 대표. 2008년 ‘브라이트스톰(brightstorm.com)을 만들었다. 한국의 메가스터디와 유사한 온라인 교과강좌를 서비스하는 회사이다. 수학, 과학, 영어에 대해 현재 3300개의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강사들은 모두 미국의 현직 교사들. 한 강의 당 시간은 평균 3분이다. 군더더기 없이 밀도 있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앞으로 미국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강의도 시작할 예정이다.

사실, 사교육 노하우만큼은 한국이 세계 최고가 아니겠는가? 김 대표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식 사교육 모델이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미국 학부모들도 자식들 공부 잘 시키고 싶은 것은 똑같은 바람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사교육 의존이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지만, 창의성과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어떻게 이런 사업을 생각했나 싶기도 하다. 10년 전 KTB벤처스 미국지사에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파견 나왔다. 자식을 키우며 미국 공교육의 현실을 목격하면서 조금만 한국식 사교육을 접목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본인이 나서버린 것이다.

창업을 해버린 그는 “교사나 학교측은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할지 모르지만, 막상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도움이 따로 필요한 것이 미국의 현실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좋은 사업아이템이기도 했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아이들이 모여드는 미국의 공교육을 보완하고 싶은 꿈을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2008년 설립 이후 점차 입 소문이 나고, 강의 내용이 구글 검색 상위에 오르면서, 현재 이 회사의 월평균 방문자 수는 20여 만 명이 넘는다.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도 미국 교과내용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의 방문도 늘어나고 있다. 참고서, 문제집이 따로 없고 학원 다니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미국 아이들에게 한국식 인터넷강의가 통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