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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안목있으며 때론 '도라이'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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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창욱 기자
  • 2013.10.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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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멘토다]42.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자기 정체성은 자기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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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상수 감독은 저예산으로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런 그의 15번째 장편 신작 '우리 선희'가 6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 최근 다양성영화 흥행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홍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 8월 제66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오랜만의 흥행 돌풍(?)이 수상 덕분만은 아닌 것 같다. 항상 '비슷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던 이전 영화와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홍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유지하되 여러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킬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영화에도 역시 '껄떡대고 찌질하며 고루한' 남자들과 '순수하면서도 여우같지만 한편으로 생각 없는' 여자들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의 고민과 나름 진지한 척 하지만 허위에 가득 찬 기성세대들의 행태를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선 우리 삶에서 생각해 볼만한 현실감 있는 이야기 꺼리가 나온다.

# 영화 속 주인공인 선희(정유미)는 영화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별달리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백조'다. 미국 유학을 가고자 하지만, 그 이후 딱히 목표나 계획도 없다. 삶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막연한 기대나 현실 도피의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그녀는 더구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반복해 물어본다. 유학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한 최 교수(김상중)나 학교 선배인 영화감독 재학(정재영)나 옛 남자친구인 문수(이선균) 모두 선희에 대해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착하고 안목 있으며, 때로는 '도라이' 같기도 하고, 어쩌고 저쩌고……". 이런 피상적인 이야기들이 과연 그녀의 앞길을 밝히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 선생은 예전 자신의 트위터에 "뭘 했으면 좋겠는지를 묻는 젊은이들의 질문을 받으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스스로가 뭘 잘하는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면서 왜 남에게 물어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평가는 진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속에 있는 여러 가지 모습 가운데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 건 결국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남들의 이야기를 완전히 믿어선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친소 관계'에 따라 평가도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화 속 최 교수만 해도 그렇다. 처음 추천서에선 건조하게 선희를 평가했다가, 술자리를 한 후 그녀에 대한 연애감정이 생기자 다시 써준 추천서에선 극찬을 해준다. 이런 칭찬이 과연 선희의 진짜 모습일까. 그녀가 듣고 싶은 이야기일 뿐이다.

# 이 영화에 나오는 대화 장면은 대부분 술자리에서 이뤄진다. 사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행태가 딱 그렇긴 하다.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알코올의 기운을 빌어 자신과 상대의 관계를 돌아보고, 사뭇 진지한 충고도 건넨다.

그런데 이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처럼 술자리 대화를 제3자 입장에서 보면 그저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주고받는 헛소리의 향연'일 뿐이다. 술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은 뭔가 심각해 보이지만,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늘 '중요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대화란 상대의 생각과 자기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다. 하지만 술자리 대화는 자기만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상대가 듣거나 말거나 내뱉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다음날이 되면 기억하지도 못한다. 남는 건 '같이 망가졌다'는 이상한 동지의식 뿐이다.

물론 그런 동지의식이 형성하는 묘한 유대감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술 대신 차 한 잔 나누며 맨 정신에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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