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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대회만 나가다 벌써 서른, 그냥 취업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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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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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2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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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전 '창업붐' 대학생 결국 일반취업으로 돌아서는 사례 늘어

국내 한 글로벌 창업·취업대전의 모습(자료사진) /사진=뉴스1
국내 한 글로벌 창업·취업대전의 모습(자료사진) /사진=뉴스1
"주변에서 창업에 대해 알아보려는 문의가 정말 많이 오거든요. 그럴 때마다 말리거나 적어도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해요."

대학입학 때부터 줄곧 창업만을 꿈꿔왔다던 권모씨(30)는 "이젠 난생 처음 취업 준비 때문에 바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한 권씨는 2011년 여름방학 때 같은 전공을 배우는 친구, 후배와 함께 총 3명이 창업에 나섰다. 전산학을 전공한 이들은 국내외 유수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대회에 나가 상위 3등 안에 들어야 주는 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도 거뒀다.

소문을 듣고 실력 좋은 이들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인원도 2배로 불었다. 대기업에서 1억원이 넘는 투자금도 지원받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권씨가 이끌던 팀은 해체를 결정했다. 1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아도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데다 그렇다고 계속 창업대회만 나갈 수도 없어서다.

권씨는 더 늦기 전에 취업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조심스럽게 팀원들에게 말을 꺼냈지만 알고 보니 다른 구성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현재 이들은 팀 해체 이후 대기업 인턴으로 근무하거나 입사지원서를 넣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창업 대회에 나가보면 생각보다 형편없는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죠. 선정되지 않은 출품작들은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주최 측에선 수상할만한 작품이 없더라도 시상식은 열어야 하니 누군가는 받는 거죠. 이런 수상에 취해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

◇창업대회서 "열정 보여달라" 무슨 말?

국내외 기업이 주최하는 창업이나 기술 대회에서 우승을 두 차례나 차지하고 수많은 수상을 해본 휴학생 하모씨(29). 그도 동료들과 함께 최근까지 투자자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생활이 거의 3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실제로 돈을 직접 투자하는 벤처투자자들은 경진대회 심사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따져보기 때문. 하씨의 수상작들과 아이디어에 대해 물어봤다. 이미 잘 알려진 대기업 아이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업계에선 한 아이템을 갖고 3년 동안이나 투자를 받지 못하면 사실상 사업성이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기술력에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상만 하고 투자를 받지 못한 대학생들은 다시 경진대회를 찾아 나서게 된다. 결국 창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수상에만 더 목을 매게 되는 것. 여기서도 수상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찾지만 쉽지 않다. 결국 또 대회를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처럼 창업은커녕 경진대회만 출전했다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나치게 창업을 부추기는 분위기뿐 아니라 수많은 창업관련 대회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한 창업대회를 주관하는 외국계 IT기업 관계자는 "너무 과열된 창업시장에 '누구나'가 아닌 '아무나'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며 "사업성이 없는데도 투자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인해 결국 일회성으로 끝나는 대회도 많다"고 설명했다.

창업대회에 나서본 이들도 대회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마찬가지다. 출전 경험자들은 심사관들이 기술력 자체보다 추상적인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권씨와 함께 창업에 나섰던 한모씨(28)는 "면접을 보면 기술보단 '얼마나 열정을 쏟았느냐' 같이 엉뚱한 질문이 들어온다"며 "높은 기술력이나 번득이는 아이템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대체로 이런 기준으로 평가가 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순수하게 창업을 꿈꿨던 이들조차도 창업경험이 스펙 한 줄로 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창업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창업대회 수상자나 경험이 있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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