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슛' 못 넣어도… '그'에게 맡기는 이유

/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 "난 선수시절 9천 번 이상 농구공을 골대에 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300 경기에서 패했구요. 경기 종료 직전 내가 던진 볼이 안 들어가 진 경기도 26번이나 됩니다. 난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또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바로 내가 성공한 이유입니다."(마이클 조던의 Nike 광고, 2012)

90년대 농구스타로 이름 날렸던 이충희나 미국 프로 농구에서 '황제(the King)'로 불린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은 소위 해결사라 불리는 '클러치 슈터'(clutch shooter)였다. 클러치 슈터는 경기 종료 직전, 1점차 경기와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슛(winning shot)을 던지는 선수를 말한다.


그러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고백했듯이, 그가 마지막 순간에 던진 볼이 빗겨나간 경우가 수없이 많다. 최근 한 연구(The Upside of Irrationality, 2010)에 의하면, 클러치 슈터가 마지막 순간에 던진 슛의 성공확률은 평소보다 결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왜 농구감독은 마지막 순간에 클러치 슈터에게 승부의 샷을 맡길까? 그 이유는 클러치 슈터가 슛 성공확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팽팽한 긴장감이 극에 달한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 슛을 던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 "뜨거운 부뚜막에 앉아 있다 크게 데인 경험이 있는 고양이는 두 번 다시 뜨거운 부뚜막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고양이가 그 이후론 차가운 부뚜막에도 결코 올라가지 않는 데 있다."(마크 트웨인, Following the Equator: A Journey Around the World, 1897)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사람들이 실패 경험을 통해 지혜를 배우기보단 이후에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는 우(愚)를 범한다고 지적한다. 영국 워릭대학(Warwick)의 저커 덴렐(Jerker Denrell) 교수와 미국 스탠포드대학(Stanford)의 제임스 마치(James March) 교수는 이를 '뜨거운 부뚜막 효과'(hot-stove effect)라 불렀다.

이충희나 마이클 조던은 마지막 승부의 슛을 던지려는 순간 과거 실패했던 아픈 기억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거 경기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지금 막 던지려는 슛이 또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슛을 넣기 위해선 무얼 피하고 무얼 새로 추구해야 하는지의 지혜였다.

마크 트웨인의 고양이와 달리, 이충희나 마이클 조던은 과거 경기에서 여러 번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또 다시 슛을 던지는 걸 꺼리지 않았다. 농구 감독도 경기 종료 직전 이들에게 경기의 승부를 맡기는 작전에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

# "(네 번이나 연속 실패한 뒤에도) 난 그것들을 실패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학습한 걸로 봤다."(로저 뉴턴, youtube, 2011)

콜레스테롤 치료약의 대명사인 리피토(Lipitor). 2012년 가장 돈을 많이 번 글로벌 메가 히트 제약이다. 하지만 이 약을 개발한 로저 뉴턴(Roger Newton)은 네 번의 시도를 모두 실패한 뒤에야 다섯 번째 도전에서 겨우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네 번의 시도가 연속으로 실패하자 리피토 경영진과 마케팅부서는 모든 걸 포기할 것을 강요하다. 그리고 설령 다섯 번째 도전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다른 경쟁사 제품이 이미 출시된 만큼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라 주장했다. 전형적인 뜨거운 부뚜막 효과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로저 뉴턴은 지난 네 번의 실패를 통해 두려움이 아닌 더 좋은 약을 개발하기 위한 지혜를 배웠다.

이충희와 마이클 조던, 로저 뉴턴은 한번도 실패를 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경기 종료 몇 초를 남기고 던진 슛이 골대를 빗나가는 큰 실패를 더 많이 경험했고,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투여된 콜레스테롤 약 개발에 연속적으로 실패하면서 모든 연구를 중단당할 처지에 계속 몰렸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또 다른 마지막 슛을 던졌다.

오늘은 2013년 대입 수능 시험이 있는 날, 수험생들은 지금 던지는 마지막 슛이 골대를 빗겨간다 해도(=지금 보는 시험에서 실패한다 해도) 두려움이 아니라 더 정확한 슛을 던지기 위한 지혜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클러치 슈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