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 "블랙컨슈머 메뉴얼대로 대응해야"

정신과 전문의들은 블랙컨슈머 대응 요령으로 "분명한 메뉴얼에 따라 엉뚱한 트집을 잡지 못하도록 부드럽지만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의들은 "블랙컨슈머는 남을 괴롭혀서라도 자신의 이득을 꼭 얻어내려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이코패스와 유사하다"며 "이 때문에 초기 대응이 잘못되면 2차 3차 피해까지 이어지는 연쇄 범죄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철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교수는 "블랙컨슈머는 개인 차원의 문제를 본인이 해결하지 못하고, 불만을 다른 곳으로 배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같은 미성숙 방어기제는 불안장애와 우울장애, 인격장애 환자에게 유독 심하다"고 말했다.

블랙컨슈머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기업들이 함께 분석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블랙컨슈머는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지 못해 억울한 일을 경험했다는 감정이 쌓인 상태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더욱 불만을 뚜렷하게 표현하려는 성향이 짙다는 것이다.

각박해진 사회 분위기도 블랙컨슈머를 양산하는 배경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교수(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장)는 "(블랙컨슈머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뿐'인 사람이라는 피해의식이 강하다"며 "사회와 가정의 무관심이 나뿐인 사람을 키워 자신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블랙컨슈머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최근 '갑을' 논란 등 사회적 약자를 비호하는 분위기도 블랙컨슈머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약한 사람들이 주목 받으면서 "나도 분노를 폭발시켜야겠다"는 심리가 커져 블랙컨슈머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어떤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손해를 봤을 때 상대방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 당위성을 갖고 복수하려는 심리가 생긴다"며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정도는 상관없어'라는 마음으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블랙컨슈머를 대할 때 "결정권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블랙컨슈머가 법적 해결을 원한다고 할 때 직원들이 당황하지 말고 그 방법이나 기간, 비용, 과거 유사사례 등을 분명히 알려주면 오히려 주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불안감에서 분노가 폭발하는 만큼 이 런 불안감이 있는 소비자들은 차분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며 "이들에게 문제 해결 절차나 의사표현 방법, 연락 가능 담당자 등을 알려주면 본인 스스로 사안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본다"고 했다.

전문의들은 블랙컨슈머 뿐 아니라 이들을 대하는 직원 보호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컨슈머를 직접 대하는 직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겪는 경우도 많고, 극단적으론 자살을 고민하기도 한다.

채 교수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홧병이나 스트레스가 쌓여 상담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직원들이 메뉴얼대로 응대했다면 블랙컨슈머 문제로 직원을 징계하거나 문제를 삼는 것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