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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김병준 전 정책실장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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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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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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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김병준 전 정책실장의 한탄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처음 만났던 것은 지난해 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성공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길거리 룸펜도 대통령을 시키면 애국자 된다"면서 지지 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했고, "국민들에게 양보와 인내를 요청하고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이 첫 마디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양극화,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푸는데 시간에 쫓겨서는 안되니, 국민들에게 먼저 이해를 구하고 비전과 철학을 가다듬고 실천해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국정의 중심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답게 공감 가는 조언들이 많았다.

이후 정국 상황이 답답할 때면 그를 찾았다.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는 "극단적인 대치상황으로 간다면 정부 조직을 운영할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야권인사로서 쉽지 않은 해답을 내놨다. 지난 8월 말에는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김 전 실장을 다시 찾게 됐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공방으로 국회 예산안 심의와 법안 처리가 뒷전이 된 때다. 여느 때처럼 명쾌한 답변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조언할 의사가 다 없어졌다"는 얘기였다. "야권은 누가 나타나도 조언을 소화할 구조가 안돼 있고, 여당도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지 못해 세상없는 조언을 하더라도 소화할 능력이 없다"고 한탄했다. 소화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슨 조언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여야 모두 담론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도 했다. 경제민주화 법안만 해도 현실인식이나 경제이익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신이 가지 않고, 여권도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 사과했지만 대안이 없는 등 이해와 인식 수준이 너무 낮다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설득해 내기 보다 자기 주장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야가 내놓은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들을 보면 겹치는 게 거의 없다. 양쪽 모두 민생과 경제를 말하지만 새누리당은 경제살리기, 민주당은 경제민주화에 역점을 두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협의를 해서 간격을 좁히거나 '법안 빅딜'이라도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대선 의혹 문제를 놓고 극단 대치중이다. 상대를 설득할 논리도, 협상 테이블을 만들 정치력도 없다는 얘기다.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김 전 실장만은 아닌 것 같다. 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선거로 심판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새누리당 김무성, 민주당 원혜영, 진보당 심상정 의원 등 여야 중진들이 함께 참여해 출범한 '퓨처라이프' 포럼은 의미가 있다. 고령화 시대 대안 마련을 모토로 내세우는 이번 포럼은 재정, 복지 등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고민들과 맞닿아 있다. 이번 모임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시대의 고민을 공유하는 그래서 '정치권 담론의 수준을 높이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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