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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ze] 프라이머리 표절논란에 관한 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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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명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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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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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13년 하반기 가요계의 트렌드는 ‘표절’이다. 정확하게는 대중과 뮤지션 간의 표절 공방이다. 대중은 인터넷을 통해 찾은 곡들을 비교하며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뮤지션은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말로 반박하며, 다시 대중은 “양심도 없다”거나 “들어서 같으면 표절”로 되받아친다. 그 와중에 멜로디, 코드 진행, 클리셰, 레퍼런스, 샘플링 같은 개념들이 뒤죽박죽인 채로 인터넷에 퍼진다. 이쯤 되면 필요한 것은 표절에 대한 공방 이전에 표절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아닐까. 그래서 최근 여러 곡이 표절 시비에 오른 프라이머리의 사례를 중심으로, 표절에 관한 FAQ를 준비했다. 이것도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음악의 표절에 관한 논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매거진 ize] 프라이머리 표절논란에 관한 FAQ
Q1. 문제가 된 프라이머리의 곡들은 표절인가?
A. ‘지금까지는’ 아니다. 알려진 대로 한국에서 표절은 표절 시비가 붙은 곡의 저작권자가 소송을 제기, 법원이 표절 판정을 내려야 인정된다. 올해 초 법원이 박진영의 ‘Someday’가 김신일의 ‘내 남자에게’를 표절했다고 판결한 것 같은 경우다. ‘I got C’나 ‘미스터리’ 등 논란이 되는 프라이머리의 곡은 ‘표절 시비’나 ‘표절 논란’이라 할 수는 있어도 ‘아직’ 표절은 아니다. 프라이머리와 논란이 생긴 뮤지션 카로 에메랄드의 노래들을 제작한 데이비드 슈얼러스가 SNS에 표절이라 주장했지만, 그것은 그의 주장일 뿐 표절이라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데이비드 슈얼러스가 프라이머리를 고소, 승소 판결을 받아야 표절이다.

Q2. 왜 법이 표절을 결정하나?
A. 프라이머리는 카로 에메랄드의 곡을 즐겨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즐겨 듣던 곡에서 영향을 받아 만든 곡을 모두 표절이라 할 수 없다. 또한 표절 시비에 오른 많은 뮤지션들은 “문제의 곡을 들어본 적도 없다”, “우연의 일치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법은 진실을 따질 수 없는 이런 말들을 표절의 근거로 삼지 않는다. 법은 철저히 결과물로 나온 곡들의 유사성만을 바탕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 프라이머리가 카로 에메랄드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거나, 그의 곡 중 여러 곡이 카로 에메랄드의 노래와 비슷한 것은 표절 여부와 상관없다. 반대로 정말 듣지 않고 만든 곡도 법원의 표절 기준에 부합하면 표절이다. 법적으로, 표절은 양심의 문제와 상관없는 일이다. 양심은 당사자만이 아는 문제다. 법은 독심술을 쓰는 대신 증거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린다. 인간의 진심을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그게 최선이다. 또한 창작물 역시 개인의 재산이다. 재산권에 대한 분쟁은 근본적으로 양자가 해결해야할 일이다. 물론, 훔친 게 맞다는 것이 확인되면 비난은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Q3. 누가 법원에서 표절을 판정하나?
A. 한국은 사안에 따라 법원에서 다른 음악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한다. 영국에서 엔지니어 자격증을 따기도 한 신해철은, 영국에서는 표절 시비가 붙은 곡에 대해 엔지니어 길드의 조합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표절에 관해 명문화된 규정은 없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다는 의미다. 표절은 뮤지션들끼리도 음악에 관한 경험, 관점, 산업에서의 위치, 시대적 흐름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활의 김태원처럼 창작의 순수성을 위해 다른 곡을 전혀 듣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곡의 사운드를 그대로 깐 상태에서 새로운 곡을 작업하는 뮤지션들도 있다. 법적인 표절은 이런 모든 다른 입장들에도 불구하고 ‘빼도 박도 못하는’ 곡을 골라내는 것과 같다. 나머지는, 표절은 아니다. 창작성이 떨어지거나 완성도가 낮은 곡이라고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Q4. 어떤 곡이 표절이 되나?
A. 이 기준을 쉽게 제시한 것은 역설적으로 프라이머리다. 그가 만든 ‘I’m back’은 기타리스트 누노 베텐코트의 ‘Crave’와 표절 시비가 붙었고, 현재 그는 ‘I’m back’의 공동 저작권자로 이름이 올랐다. 합의를 봤으니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법정에 가면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프라이머리는 SNS에서 두 곡이 “코드 진행은 전혀 다른 곡”이라 언급했다. 악보상으로는 두 곡이 다른 셈이다. 하지만 곡의 전체적인 전개, 후렴구의 멜로디, 후렴구가 시작되는 방식의 아이디어와 편곡은 매우 유사하다. 각각의 요소는 다르지만, 모아놓았을 때는 표절 가능성이 높은 곡이 된 셈이다. 반대로 아이유의 ‘분홍신’은 전반부의 편곡과 “운명으로 친다면 / 내 운명을 고른다면”에 해당하는 멜로디 전개가 넥타의 ‘Here’s us’와 비슷하다. 하지만 앞부분은 스윙 재즈의 전형적인 전개고, 후렴구를 잇는 멜로디 부분은 ‘Here’s us’와 비슷하긴 해도 그 정도의 분량으로 표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악보상으로 다르다고 무조건 표절이 아닌 것도 아니고, 듣기에 비슷하다고 무조건 표절인 것도 아니다.

Q5. 표절 논란에 대해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프라이머리의 주장은 타당한가?
A. 카로 에메랄드의 ‘Liquid Lunch’처럼 재즈 리듬에서 비슷한 패턴을 쓰는 곡은 많고, ‘I got C’는 그 짧은 패턴을 반복해서 곡의 비트로 사용한다. 또 다른 곡인 ‘You Don’t Love Me’와 ‘I got C’의 도입부도 유사하지만, 피아노 건반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짧은 연주는 수많은 곡에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구성 위에 ‘I got C’에서 “새로 닦은 구두”의 ‘새’는 강하게 치고 ‘두’는 살짝 하강하는 멜로디 전개와 ‘Liquid Lunch’의 일부 멜로디가 음정은 다르지만 전개는 같다. “고독은 섹시 치명적이야”도 마찬가지다. 도입부의 비슷한 연주, 비슷한 패턴의 리듬에 비슷한 멜로디 전개, 심지어 멜로디가 놓인 위치마저 비슷한 것은 “장르적 유사성”으로 볼 수만은 없다.

또 다른 표절 시비 곡인 ‘미스터리’와 ‘One Day’ 역시 유사한 리듬과 비슷한 전개를 보여주고, 리듬과 멜로디의 전개가 바뀌는 부분의 첫 음, 또는 ‘리’, ‘해’ 같은 부분의 발음과 음정이 비슷하다. 다만 ‘I got C’에서 장르적 유사성, 또는 전형적인 전개라 할 만한 부분을 제외하면 ‘I got C’가 카로 에메랄드의 곡과 비슷한 부분은 짧은 멜로디를 반복한 것 정도다. ‘미스터리’의 멜로디도 ‘One Day’에 비해 각각의 구절을 짧게 반복하고, 바운스를 보다 강조하며, 후반부의 랩을 통해 전개를 급격하게 바꾼다. 우연이든 의도한 것이든, 결과적으로 프라이머리의 곡은 카로 에메랄드의 곡 중 독창적이라 할 만한 부분은 짧게 가져와 반복하면서 힙합의 분위기로 소화했다. 이것을 힙합 프로듀서 특유의 작법이자 창작성으로 볼지 특정 곡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지에 따라 교활한 베끼기가 될 수도, 반면 짧은 리듬 패턴과 멜로디를 소스로 탄탄한 바운스와 다채로운 구성을 만들어낸 프라이머리의 센스를 인정할 수도 있다. 다만 프라이머리가 카로 에메랄드의 곡을 바탕으로 자신의 곡을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이런 추측은 법적인 표절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기 어렵다.

Q6. 표절 판정을 받은 뮤지션들은 어떻게 되나?
A. 법원의 판결에 따라 돈을 내거나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주는 등 원곡자에게 배상하면 된다. 그리고, 끝이다. 레드 제플린은 네이버 검색창에 ‘레드 제플린 표절’이 자동 완성될 만큼 숱한 표절 시비를 겪었고, 저작권 일부를 넘겨주기도 했다. 콜드 플레이의 ‘Viva La Vida’는 조 새트리아니의 ‘If I Could Fly’와 표절 시비가 붙었고, 그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곡은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다. 음악 창작에 대한 오랜 논란 끝에, 서구에서는 표절을 도덕적 문제가 아닌, 논란이 붙은 양자 간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콜드 플레이의 예처럼 표절 논란이 있어도 그 곡만의 독창성이 있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는 경우도 많다. 표절에 관한 논란에서 “표절보다 곡의 좋고 나쁨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맥락을 통해 나왔다. 대신 자신의 곡이 표절 판정을 받거나 합의금을 내야 할 상황이 되면, 경우에 따라 그 곡으로 번 돈의 전부를 줄 각오도 해야 한다.

Q7. 왜 한국은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나?
A. 30년 전쯤 KBS 에 음악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직종을 소개했었다. ‘편곡자’다. 그만큼 한국은 음악에서 멜로디를 만드는 것 이외의 작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미약했다. 과거 표절을 결정하던 공연심의윤리위원회의 표절 기준도 멜로디가 몇 마디 이상 같은가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댄스 음악의 붐과 함께 많은 뮤지션들이 더 다양한 작법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했고, 표절 시비마다 오마주, 샘플링, 레퍼런스 등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등장했다. 음악 시장은 빠르게 유행이 변하고, 뮤지션들은 그에 발맞춰 수많은 곡을 듣고 응용하며 많은 곡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난 100여 년간 표절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해온 서구와 달리, 한국의 음악 산업 환경은 너무 빨리 변했다. 이 변화 속에서 대중은 물론 뮤지션도 표절에 대한 기준을 세우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곡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인식의 변화가 산업과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논란 그 자체가 아니라 매번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Q8. 프라이머리는 무죄인가?
A. 표절에 관해서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으므로 무죄. 카로 에메랄드의 곡을 들은 것도, 혹시라도 그 곡들을 모델 삼아 자신의 곡을 만들었다 해도 표절에는 상관없는 문제이므로 무죄. 다만 이런 모든 문제들을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말로 넘어가려 한 것은 유죄. 맞는 말도 아니고, 표절에 관한 복잡한 문제들을 대중의 음악 지식 부족으로 단순화시켜 버렸다. 표절 시비를 겪은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장르적 유사성”, “우연”, “들어본 적도 없는 곡” 같은 입장을 되풀이한다. 그들의 주장은 완전히 새로운 음악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인 동시에, 그럼에도 자신의 곡은 특정 곡을 모델로 발전시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곡과 표절 시비 중인 곡이 아무리 비슷해도 “표절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으니 합의하겠다” 같은 입장은 아예 상상도 못 한다. 또한 그들은 현대 대중음악의 표절이 멜로디나 코드의 유사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실제로도 멜로디나 코드는 모델로 삼은 곡과 얼마든지 다르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표절 시비가 생긴 뮤지션들은 표절이 아니라는 근거로 멜로디와 코드를 들고 나온다.

현대 대중음악에서 많은 뮤지션은 다른 이의 곡을 많이 듣고, 그 곡을 기초로 새로운 곡을 만든다. 하지만 표절 시비에 오른 뮤지션들은 이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면서 표절 문제는 늘 제자리걸음을 걷는다. “들어보고 똑같으면 표절 아니냐”는 말만 되풀이하는 사람도 문제다. 표절을 주장하려면 더 공부해서 더 많은 근거를 드는 것이 좋다. 하지만 표절 시비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쪽은 소비자인 대중보다 생산자인 뮤지션이다. 곡 전체를 통째로 베끼는 정도가 아니라면 표절이 양심이 아닌 창작에 대한 개념의 문제라는 것, 음악의 판단 기준은 뮤지션의 확인할 수 없는 양심이 아니라 결과물로 나온 곡의 완성도라는 사실을 설득해야 할 입장에 있는 것은 뮤지션이다. 지금 음악 산업에서 창작의 신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다만 뮤지션은 대중 앞에서는 그 신화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대중도 여전히 그것을 믿고 있다. 아니, 그 외의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 괴리가 좁혀질수록 뮤지션이나 대중이나 표절 때문에 머리 아픈 일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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