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모기와의 전쟁' 치르는 한국건설

　"물과의 전쟁입니다."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2호선 C-911공구 프로젝트 건설현장의 정재학 GS건설 (14,410원 ▲140 +0.98%) 소장은 현지 토목현장을 이처럼 표현했다. 비가 많을 때는 고인물이 생기지 않도록 물을 퍼내는 작업에 100여명의 근로자를 동원하기도 했다.

　DTL2(도심지하철 2호선) C911 공구현장은 2009년 3월 착공, 이달 13일 현재 8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지하철 차량기지와 일부 구간을 짓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교통청이 발주한 토목공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싱가포르 환경청은 고인물이 생기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가 쏟아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점검반이 현장에 출동하는 식이다. 현장 직원들은 "새벽에 잠깐 온 비에도 현장점검반이 나오는 걸 보면 신기할 지경"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싱가포르 환경청이 물관리를 엄격히 하는 이유는 모기퇴치를 위해서다. 뎅기열 발생의 원인인 모기를 박멸시키려면 애초부터 발생환경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싱가포르 건설현장마다 붙어있는 '뎅기열 예방을 위한 팁'. 물 관리를 철저하게 하라는 주의사항이 포함돼 있다./사진=지영호 기자

　최근 뎅기열로 인한 환자가 2만명을 돌파하면서 싱가포르 관계당국의 관리감독도 더 엄격해졌다. 싱가포르 환경청에 따르면 올해 뎅기열 감염 환자는 지금까지 2만115명을 기록, 역대 최대였던 2005년 1만4209명을 넘어섰다.

　싱가포르의 연 강우량은 2344㎜로 우리나라의 1200㎜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우기가 11~2월이어서 요즘이 가장 단속을 심하게 할 때다.

　정 소장은 "퍼내기 어려운 물은 사업장에서 약품처리를 통해 모기서식을 억제해야 하고 퍼낸 물도 반드시 정제하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며 "우리 현장에는 최대 6개 정제시설을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모기서식지가 발견될 경우 싱가포르정부는 강력한 페널티를 가한다. 처음 단속에 걸리면 1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이후 단속부터는 벌금이 배로 뛴다. 2만달러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정 소장은 "심지어 현장에서 발견된 병뚜껑에 고인 물조차 지적하는 통에 우리 현장도 현재 8000달러까지 벌금을 물었다"고 털어놨다.

정재학 GS건설 DTL2 C911 현장소장이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부에 멀리 보이는 아파트단지까지가 C911 현장이다.

　우기 때면 대다수 현장인원이 물 퍼내기에 투입되지만 이 현장은 한번도 예정된 공기를 어긴 적이 없다. DTL2 공사현장 중 31번의 키데이트(중간구간양도기일)를 한번도 어긴 적이 없는 유일한 현장이다.

　가장 어려웠던 공사는 차량에 전기를 공급하거나 통신용 케이블이 지나는 20.8㎞ 구간의 덕트 시공 때다. 흙막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고인 물을 퍼내는 일을 동시 진행해야 하는 지루하고 고된 업무다. 현장 내에는 이들 케이블 연결통로 진입로인 맨홀만 1000개가 있다.

　정 소장은 "GS건설 직원뿐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도 싱가포르 내 최대 차량기지라는 자부심으로 대단하다"며 "최고 지하철 제어시스템을 갖춰 운영 주체가 상당히 만족스러워 한다"고 말을 맺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때마침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현장 직원들은 무심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