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가 페북 사무실에 걸어둔 '말말말'

/ (그림= 임종철 디자이너)

# “사람들은 ‘해커’라는 소리를 들으면 (다른 컴퓨터에 무단) 침입하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우리 (페이스북) 회사 안에선, 해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침입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Fast Company, 2월호, 2010)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facebook)이 자랑하는 혁신 정신은 해커 문화(hacker culture)다. ‘해커웨이(Hacker way)’로 널리 알려진 페이스북만의 독특한 혁신 문화를 한 줄로 설명하자면, “조금씩, 빨리 고치려는 노력”이다.


페이스북의 최초 모델도 사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학 재학시절 9개 기숙사 학생들의 온라인 사진목록(face book)을 해킹해서 만들었을 만큼 페이스북은 해커 문화를 매우 중시한다. (저커버그는 학교 온라인 시스템을 불법 해킹한 이유로 하버드대학으로부터 거의 퇴학당할 위기에 몰렸었다.)

저커버그는 이런 해커 문화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회사 곳곳에 해커 웨이를 대표하는 경구를 걸어 뒀다고 기업상장(IPO)때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 “완벽하게 해결하려는 것보다 당장 시도 하는 게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


많은 기업의 경영자들은 뭔가를 개선해야(=혁신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또 한편으론 모든 시도가 실패없이 원활히 진행되길 원한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뒤따르면 과감한 시도를 못하고 위험을 줄일 또 다른 해결책을 찾으려 궁리한다.

그러나 저커버그가 말하는 ‘해커’는 완벽하게 해결하려고 긴 뜸을 들이지 않고, 비록 조그만 시도라도 빠르게 대응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최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 갖출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빠른 시도와 반복을 통해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그는 회사의 개발팀에게 새로운 코드를 매일매일 테스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토론과 기획만 하는 놈은 직접 코딩하는 사람에게 진다(Code wins argument)”

대부분의 직장인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기획할 때 토론만 지겹게 거듭되는 걸 경험해 봤으리라. 심지어 길게는 수일에서 수주간 이어지는 토론은 최고의 아이디어와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기 보다는 조그만 위험도 용인하지 않으려는 소심함에 기인한 것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회사 내에서 모든 해커들이 외우는 만트라(hacker mantra: 주문)가 바로 “Code wins argument.”라며, 페이스북의 ‘해커’는 긴 토론보다는 (비록 조잡해도) 바로 시제품을 만들어 직접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개발자가 아닌 경영자들도 기본적인 코딩을 익히는 부트캠프(bootcamp)를 이수하게 만들어 해커 만트라를 몸에 배게 하고 있다.

# “빠르게 움직여 문제점을 해결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느정도 성장한 후엔 의사결정에서 실행에 옮기기까지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 그 이유는 느리게 움직여서 놓치는 기회(opportunities) 보다는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발생하는 실패(mistatkes)를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스북 창업자는 빠르게 움직일 때 더 많이 개발하고 더 빨리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물건을 깨뜨리지 못하는 것처럼, 뭔가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의사결정이나 실행 등이 너무 느리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실제로 그는 개발자들이 실시간으로(real time) 빠르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실패를 최대한 용인하는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 “가장 위험한 일은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The riskiest thing is to take no risks)”

혁신과 같은 위대한 일을 이룩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그 위험이 두려워 과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현상유지만 해도 그럭저럭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오히려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이 급박히 변하는 환경하에서 기업은 도태하고 말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비록 때때로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모든 직원들이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이런 위험을 추구하는(risk-loving) 해커 문화는 페이스북이 새로운 기능들을 빠르게 추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 저커버그가 자랑하는 페이스북의 해커 문화는 단지 한두 사람이 공유하거나 실천하는 게 아니다. 이는 개인이 혼자 해결하는 것보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빠르게(bigger, better, and faster) 해결하려는 집단적인 노력이다. 따라서 혁신을 이룰 가능성도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