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박 차단 美 '볼커룰' 최종 승인

글로벌 금융위기의 배경이 된 은행권의 위험거래를 막는 고강도 규제안, 이른바 '볼커룰' 최종안이 10일(현지시간) 미국 5대 금융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었다. 월가의 반발 속에 세부안 마련에 진통을 겪었던 볼커룰은 최종안이 초안보다 규제 강도가 세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볼커룰이 월가의 위험천만한 투기게임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가, 자기자본 거래 제한...새로운 세계 질서 직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증권거래위원회(SEC), 통화감독청(OCC)은 이날 차례로 볼커룰 최종안을 승인했다.

폴 볼커 전 FRB 의장의 이름을 딴 볼커룰은 은행의 리스크가 큰 자기자본 거래(proprietary trading)를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에 마련한 도드-프랭크법의 중심이 되는 하위법이다.

볼커룰은 내년 4월부터 발효되지만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15년 7월부터 적용된다. 대형 은행의 경우 2015년 7월, 기타 은행들은 2016년부터 이 법을 준수해야 한다.


볼커룰이 발효되면 투자은행들이 자기자본으로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에 직접 투자하는 게 제한된다. 또 자기자본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린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해 온 관행도 금지된다.

은행들이 고객의 자산을 사고 팔 때는 과거에도 고객이 유사한 거래를 했는지 문서로 입증해야 하고 고위험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볼커룰에는 'CEO(최고경영자) 증명'이라는 규정도 포함됐다. 위장 자기자본 거래 등이 적발됐을 때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런던고래' 파문 '포트폴리오 헤지' 엄단
볼커룰이 강화된 데는 JP모간체이스의 '런던고래' 사건이 한몫했다. '런던고래'라 불린 JP모간 런던지사의 브루노 익실은 지난해 초 60억달러(약 6조3114억원)가 넘는 파생상품 거래 손실을 숨기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고 서류를 위조했다가 적발됐다.

JP모간은 문제가 된 거래가 '포트폴리오 헤지'(portfolio hedge)였다고 항변했지만 볼커룰 최종안은 이를 아예 금지했다. 포트폴리오 헤지는 현물 매수와 동시에 선물을 매도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헤지를 빙자해 자기자본 거래를 하며 수익을 내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가 런던고래 파문에도 급여만 삭감된 채 자리를 지킨 데 대한 당국의 불만이 'CEO 증명' 규정에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해석 여지 커 실효성 의문...월가 소송 엄포
하지만 볼커룰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볼커룰 최종안이 규제당국에 상당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규제당국이 규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볼커룰의 금융위기 예방효과를 가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켓워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와이드너는 3가지 이유를 들어 볼커룰이 월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규정이 너무 복잡하고 월가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관행이 여전하며 금융규제 강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월가는 볼커룰의 규제는 '망치로 파리를 잡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행협회(ABA)는 "너무 방하고 복잡하며 부담스러운 규정 탓에 은행과 고객들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소송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