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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두꺼운 프리미엄 파카에서 벗어나자

로피시엘 옴므
  • 연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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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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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고른 파카 하나가 얇은 아우터 열 벌보다 나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하여.

비싸고 두꺼운 프리미엄 파카에서 벗어나자
거위털을 풍성하게 채운 파카 한 벌로 겨울을 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영리한 방법이다. 옷 하나로 한 계절을 보낼 수 있으니 다른 옷을 사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줄어든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아웃도어 트렌드를 발판 삼은 파카의 성장세는 이제 지루하다. 9:1 블렌드, 필 파워 700, 유러피언 거위털 따위가 적힌 조견표가 아우터를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은 짐짓 불편하기까지 하다. 겨울은 점차 길어지고 새것이 주는 감정의 풍요는 그 시한이 짧아졌으니까.

옷 입기의 즐거움은 모름지기 각자의 옷장 속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만들어내는 데 있고 논리적 수학에 가까운 동시에 난센스 퀴즈를 푸는 것과 같은 기발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영민하고 신선한 레이어링에 집중하며 파카의 자리를 대신할 합리적인 스타일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부터 시작된 다이내믹한 레이어링은 두툼한 파카 한 벌보다 훨씬 효율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해준다. 이를테면 풀오버와 트랙 재킷을 레이어링하고 그 위에 트러커 재킷을 덧입고 코트를 더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미, 아크네, 유밋 배넌은 평범하리만치 간결하고 담담한 아이템들로 새로운 룩을 완성해냈다. 진정 새로운 시도라 불릴 만하다. 얇고 가벼운 옷들은 마치 함박눈처럼 소복이 쌓였다.

아크네는 램 헤어 칼라가 달린 피코트에 단정한 스웨트 셔츠를 매치하고 엉덩이를 덮을 만큼 큼직한 튜닉 셔츠를 레이어링한 다음 스카프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레이어링 특유의 매력을 한껏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파리의 수퍼 히어로 아미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그러면서도 지극히 파리지앵다운 레이어링 스타일을 제안했다. 그래픽 프린트가 더해진 풀오버와 셔츠, 담백한 캐멀 수트와 블루 컬러의 모직 코트, 큼직한 머플러로 평범한 듯 풍성한 베리에이션을 보여줬는데 각각의 아이템이 가진 질감의 조화, 패턴과 컬러가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유쾌함이 겨울의 칙칙하고 음울한 기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해준다.

여유로운 피트와 비슷한 채도의 색깔, 차분한 패턴이 기대 이상의 조화로운 룩을 완성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유밋 배넌의 런웨이 역시 집중적으로 파헤쳐볼 만하다. 터틀넥과 풀오버를 레이어링하고 그 위에 가벼운 울 퀼팅 셔츠를 코트처럼 연출한다든지, 수트 위에 실크 로브와 얇은 패딩 베스트를 레이어링하는 식의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스타일링은 어두운 뒷골목의 음유시인들을 주제로 한 그의 이번 시즌 테마와 정확하게 맞물리면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비싸고 두꺼운 프리미엄 파카에서 벗어나자


수퍼 루키의 런웨이는 차치하더라도 레이어링은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선사했다. 라프 시몬스 컬렉션은 첫 번째 룩부터 피날레까지 셔츠에 더해진 두세 겹의 풀오버 레이어링이라는 공통된 코드로 진행되었고 사카이는 컨트리풍 프린트를 더한 목가적인 뉘앙스의 레어어링을 이용해 새로운 실루엣과 무드를 연출했다. 안드레아 폼필리오는 컬러 블로킹과 스카프, 양말 같은 부가적 요소까지 덧입혀 더욱 풍성한 레이어링 룩을 연출, 봄보다도 산뜻한 겨울을 탐구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지방시는 실험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레이어링을 보여주고, 마시모 피옴보는 우아함을 지표로 한 레이어링을 선보였다.

파카 한 벌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다이내믹한 스타일이 레이어링을 통해 완성된다. 두툼한 프리미엄 파카 한 벌이 유행에 합류했다는 자기위안을 안겨준다면, 레이어링은 지루한 스타일을 스타일리시하게 변모시키는 탈출구다.

당신의 옷장을 채운 80%의 아이템들이 계절을 막론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3월을 위해 산 트러커 재킷, 11월을 염두에 두고 구입한 가죽 블루종, 8월에 입었던 티셔츠, 10월에 입었던 카디건과 트랙 재킷 등을 섞고 뒤엎고 덧입는 과정을 통해 당신은 새로운 발상과 흥미로운 조합이 무엇인지 깨달게 될 것이다. 시도하면서 성장할 것이고 성공하여 즐거워질 것이다.

스타일이란 유행하는 값비싼 파카 한 벌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빵 위에 버터를 얇게 펴 바르고 피넛 크런치를 얹어 한 입 가득 물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혀끝에 녹아들면서 완성되는 맛처럼, 뒤섞이고 융화되는 동안 한층 깊어지고 진해진다. 잘 고른 파카 하나가 얇은 아우터 열 벌보다 낫지 않은 이유다. 그리하여 지금, 이불보다 두꺼운 파카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우의 수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글 연시우 기자(로피시엘 옴므 코리아)
사진 ARCHIVE JAL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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