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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미스코리아, "마샬헤어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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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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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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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의 돈파라치] 전성기 막 내린 사자머리, 헤어샵도 경영혁신 따라 희비

[편집자주] 돈은 발이 넷 달린 동물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요물이라는 뜻입니다. 대한민국이 다 아는 셀리브리티부터 거리의 장삼이사까지 돈에 울고 돈에 웃기는 마찬가지. 돈과 사람이 얽히고설킨 머니스토리로 초대합니다.
잊혀진 미스코리아, "마샬헤어 들어보셨나요?"
"난 세상에 하도 데이고 데여서 여기 내 가슴에 화상자국 투성이야. 그래서 수술하려고."

외환위기로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은 97년의 대한민국. 열악한 근무조건과 끈적끈적한 상사의 성추행까지 감수했던 엘리베이터걸이 정리해고를 당한 후 이를 악물고 생계형 미스코리아에 도전합니다. 드라마 '미스코리아'의 줄거리입니다.

극중 미스코리아 진(眞)을 배출하기 위해 갖은 공을 들이는 마애리 원장과 양춘자 원장의 경쟁구도는 동시대에 '미스코리아 사관학교'로 불린 마샬미용실과 세리미용실을 연상시킵니다. 실제로 70년대 명동에 본점을 오픈한 후 5공 시절 이순자씨의 머리를 맡은 하종순 마샬헤어살롱 회장은 미스코리아 진 15명을 포함해 무려 120여명의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인물.

미스코리아 최다 배출 미용실이란 명성 덕에 마샬헤어살롱은 다른 미용실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기손님이 들끓었습니다. 기획사 오디션이 흔치 않고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이었던 당시엔 미스코리아로 선발되는게 '팔자를 고치는' 관문으로 통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93년 미스코리아 당선청탁 사건과 미성년자의 대회 참여, 98년 컴퓨터 채점기 오류사건 등이 불거지며 미스코리아 대회의 공신력과 존재 자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집니다. 2000년대 이후 공중파 중계가 중단되면서 미스코리아의 전성기는 막을 내립니다.

시대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한 마샬과 세리미용실도 박승철, 이가자 등 개성으로 무장한 후발 헤어프랜차이즈샵에게 왕관을 넘겨줬습니다. 밀레니엄 세대의 미적 감각은 천편일률적인 사자 머리와 짙은 화장, 파란색 수영복 뒤태로 정형화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개성이 넘칩니다.

↑긴 머리를 뒤로 묶는게 일반적이던 54년 영국 런던에서 현대적이면서도 손질하게 쉬운 '사순커트'를 선보인 비달 사순. 헤어드레싱을 산업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긴 머리를 뒤로 묶는게 일반적이던 54년 영국 런던에서 현대적이면서도 손질하게 쉬운 '사순커트'를 선보인 비달 사순. 헤어드레싱을 산업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하 회장이 미스코리아 후보들의 얼굴이 작아보이게 고안된 사자머리는 비달 사순의 사순커트와 극과 극입니다. 한 쪽은 8등신에 가까워 보이려고 머리카락을 한껏 부풀렸고 한쪽은 직장여성의 드라이 시간을 절약해주기 위해 머리카락을 천처럼 잘라 기하학적 숏커트를 감행했습니다.

미에 대한 관점만큼 경영스타일도 다릅니다. 미스코리아 사관학교로 남은 마샬이나 세리미용실과 달리, 사순은 사업적 혁신을 거듭했습니다. '잠을 잘 때도 나 대신 돈을 벌어줄 뭔가'를 만들기 위해 헤어제품시장에 진출한 후 83년 리처드슨-빅스(2년후 P&G에 피인수)에 매각했습니다. 2002년엔 헤어살롱체인도 세계적 헤어프랜차이즈기업 레지스에 매각했습니다.

존 배럿 살롱의 존 배럿은 2012년 사순이 세상을 뜨자 "유력기업이 제품라인을 인수한 첫 번째 헤어디자이너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머리카락을 '해방'시킨 헤어스타일 못지않게 대기업이 탐낼만한 기업으로 키워낸 사업수완이 남달랐다는 것입니다.

사순은 이미 2년 전 떠났지만 비달사순 샴푸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P&G의 CI(기업이미지)보다 사순의 혁신적인 얼굴을 먼저 떠올립니다. 수 십 년 후 마샬과 세리미용실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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