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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봄의 코트, 매킨토시

로피시엘 옴므
  • 연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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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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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토시의 주인이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는 사실에 관한 역사적 고증.

포근한 봄의 코트, 매킨토시
우선 < 후레쉬맨 >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 한다. 사라가 죽었을 때 나는 목 놓아 울었다. 엄마의 얼굴이 파랗게 질릴 만큼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겨우 일곱 살이었고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기엔 어린 나이였다. < 후레쉬맨 >은 겨우 4탄에서 사라를 죽여버리고 또 다른 노란 쫄쫄이 여자를 데리고 5탄을 만들었다. 그 이후 작품은 보지 않았다. 사라가 없는 < 후레쉬맨 >은 의미가 없었다. 아마도 그날 이후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집착이 시작된 것 같다.

레인코트에도 그 집착은 똑같이 적용된다. 바버나 버버리 역시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브랜드다. 각자의 헤리티지를 갖췄으며 훌륭한 역사도 갖고 있다. 그러나 진짜 레인코트는 매킨토시다. 맥이라 불리는 매킨토시의 레인코트는 무려 1823년부터 역사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려는 매킨토시 얘기는 당신이 알고 있는 스티브 잡스가 아스트리라는 게임 회사보다 전화번호부 앞에 적히고 싶어서 회사 이름을 애플이라고 이름 지은 뒤 사과의 품종을 컴퓨터의 이름으로 고른 매킨토시랑 다른 거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1766년 영국의 화학자 찰스 매킨토시는 염료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매킨토시는 아버지가 죽은 1823년 가업을 이어받으며 인디아 러버를 이용한 신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두 겹의 천 사이에 끓인 고무를 펴 발라 압착해 세계 최초의 워터 프루프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참신한 소재는 너무 비싸고 양산화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처음엔 의학용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찰스 매킨토시는 울에 고무를 덧발라 단순한 워터 프루프가 아닌 방풍과 방한 기능까지 덧입힌 업그레이드 버전의 소재까지 개발해냈다.

이후 찰스 매킨토시의 이름을 딴 매킨토시 코트는 세계대전에 참전한 영국군에게 지급되었으며 동시에 영국 국영 철도 직원들에게 보급될 만큼 혁신적인 성공을 거뒀다. 1843년, 찰스 매킨토시는 토머스 핸콕이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났다. 그는 굿이어 웰트 공법으로 유명한 미국의 찰스 굿이어보다 8주 빨리 고무를 이용한 페이턴트 소재를 개발해낸 면 소재 개발자였다. 그들은 곧 더 가볍고 더 튼튼하며 더 유연한 소재를 탄생시켰다. 워터 프루프의 기능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염색은 훨씬 쉬워졌다. 그들은 몸에 잘 맞는 피트된 스타일부터 루스한 타입, 이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래글런 슬리브 타입의 디자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맥코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이음새 또한 고무를 덧발라 물이나 바람이 새들지 않도록 처리했다. 그러나 영국의 날씨에 맞서 거침없이 문제를 해결해오던 듀오도 난관에 봉착했으니 바로 고무 냄새다.

맥코트를 입는 사람들이 앓는 두통을 의사들이 ‘Rubber Sickness’라고 부를 정도로 고무 냄새는 기온이 높은 날에 특히 심각했다. 냄새가 사라지도록 숨구멍을 만들었지만 소재 전체에 펴 바른 고무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코트 냄새를 없애기 위한 개발이 시작됐지만 그 역시 적어도 150년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새로운 화학적 연구가 필요했다. 맥코트의 냄새가 적잖이 심각했기 때문에 비틀스가 1967년 발표한 ‘페니 레인(Penny Lane)’에 “뱅커는 결코 맥을 입지 않지, 아무리 비가 와도, 정말 이상하지”라는 가사가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무 냄새와는 별개로 맥코트는 19세기부터 남자의 워드로브를 구성하는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완전하게 자리 잡았다. 포멀하면서도 디자인이 세련되고 심플한 이 코트는 비와 바람을 차단하는 기능성 코트 이상의 스타일리시함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잭 레먼과 같은 배우들은 자신의 작품에 매킨토시의 코트를 걸치고 출연했고 윈저 공 역시 코트를 입고 공식 행사나 퍼레이드에 참석할 만큼 효율적이었다. 공식적 행사에서도 멀끔하고 세련된 룩을 완성해주며 급작스러운 날씨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니까.

매킨토시는 여전히 19세기 제작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장인들이 직접 고무를 펴 바르기 때문에 일주일에 겨우 300벌 정도만 생산될 정도로 자신의 뿌리를 되새기며 더 탄탄히 자신의 세계를 다져가고 있다. 2011년에는 영국에 세계 최초의 매킨토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으며―물론 역사에 비하면 한없이 늦은 시작이었지만―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려 노력 중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맥코트에 관해 영국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G. T. 체스터튼은 에 낭만적인 문장을 남기기도 했다. “시골의 습기 찬 저지대, 축축하게 젖어 햇빛과 달빛에 반짝이는 매킨토시, 그곳에 존재하는 그들의 매킨토시. 나는 그들의 매킨토시를 떠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체스터튼이 맥코트에 관한 낭만을 나열하는 동안 독자들은 맥코트를 걸치며 21세기로 건너왔다.

그리고 이제 맥코트는 클래식을 추구하는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베이식 아이템이 되었다. 겨울과 봄을 오가는 모호한 날씨에 맥코트보다 효과적인 아우터는 존재하지 않으며 맥코트만큼 우아하게 남자의 몸을 지켜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구보다 빨리 따뜻하게 봄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제 두툼한 코트는 넣어두고 가볍고 포근한 봄날을 떠올려볼 것. 매킨토시가 도와줄 것이다.


글 연시우 기자 (로피시엘 옴므 코리아)
사진 KIM JAE MIN
모델 김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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