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그만두고 룸살롱 간 女 "月800만원 벌면서…"

한 유흥주점의 내부/ 사진= 김민우 기자

국내 유흥업소 종사자수는 2011년 기준 14만명. 이들은 식품위생법상 '유흥종사자'라는 합법적인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이른바 '2차'의 가능성 때문에 대부분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 직업을 선택하고, 또는 내려놓는 것일까?


◇ '2차' 나가는 이유? "평생 무시받느니 돈이라도···"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일하는 유빈씨(가명·26·여)는 한때 저축은행에서 연봉 2200만원을 받고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직장 상사가 집요하게 유빈씨를 성추행하기 시작하면서 직장생활이 '지옥'과 같았다. 게다가 한 달에 월세 50만원, 관리비, 생활비 등을 내고 나면 한달에 40만원 저축하기도 빠듯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유빈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유흥업소에 발을 디뎠다. 유빈씨는 "평생 무시 받고 사느니 젊을 때 돈이나 많이 벌어서 나중에 남을 부리고 살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유빈씨가 2시간 동안 손님 접대를 하고 받는 돈은 9만원이다. 그러나 2차를 가게 되면 한번에 23만원을 받는다. 이렇게 유빈씨가 한달 벌어들이는 수입은 적게는 400만원, 많게는 800만원에 달한다.


그는 "'텐프로'(상위 10% 고급 유흥주점)처럼 '더블'(한번에 2개팀 이상을 접대하는 것)이 되는 업소가 아닌 이상 2차를 나가지 않으면 이 정도 되는 돈을 벌 수 없다"고 했다.

유빈씨는 돈을 모아 작은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다. 그는 "가장 '진상'인 손님들이 시답잖은 동정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라며 "내가 선택한 일이고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라도 있다"고 말했다.

◇ '2차'를 그만둔 이유?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4년 전까지 유흥업소에서 일을 했던 은지씨(가명·29·여) 역시 처음 시작은 돈 때문이었다.

은지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지방에서 살다가 고3 때 집안사정 때문에 혼자 서울에 올라왔다. 그러던 중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다리를 다쳤고, 생활이 막막해진 은지씨는 서울 신림동의 한 유흥업소를 찾았다.

유흥업소에서 일하기 전 은지씨는 롯데리아에서 시급 2100원을 받고 일했다. 그러다 유흥업소에서 하루 20만~30만원씩 벌기 시작했다. 어느덧 어머니도 낫고 자신의 생활도 안정을 찾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주는 달콤함을 갑자기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그렇게 6년을 더 유흥업소에서 일했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자연스럽게 '2차'도 나가게 됐다.

은지씨는 "처음 2차를 나갔을 때 죄책감에 3년간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며 "당시에 나 자신이 비참하고 초라하게만 보였다"고 말했다.

은지씨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털어놓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은지씨는 "돈은 적게 벌어도 평범하게 살고싶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외로움을 느낀 은지씨는 결국 유흥업소를 그만 두고 최근 서울 소재 직업전문학교에 들어가 현재 메이크업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