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간호사, 기 센 女 간호사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인턴 시절부터 봐왔던 실력 없는 의사가 교수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심한 박탈감을 느낍니다."

한 대학병원의 12년차 간호사 A씨. 병원 응급실 최고참으로 베테랑 소리를 들으며 일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보다 늦게 인턴으로 들어온 의사가, 그것도 간호사들 사이에 실력이 없다고 소문난 인물이 교수가 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외과 교수가 된 B씨도 그런 경우다. A씨는 10년 전 B씨가 의대를 졸업하고 막 인턴으로 병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를 잘 알고 있다. 함께 근무할 때 B씨는 간단한 소변 줄도 꼽지 못해 애를 먹었다. 옆에 있던 보호자들이 '다른 의사 없냐?'며 한바탕 소동을 부린 적도 부지기수다. 레지던트가 내린 처방 지시를 잘못 입력해 환자가 맞으면 안 되는 주사를 놓을 뻔한 적도 있다.

인턴을 마치고 레지던트 시절에는 B씨는 간호사들을 골탕 먹이는 의사로 유명했다. 환자의 바이탈 사인(맥박, 혈압, 호흡 등 생존 지표)이 나빠져 의식 불명 상태라고 중환자실에서 급하게 연락을 해도 무시할 때가 다반사였다.

A씨는 "의사들은 교수도 되고 과장도 되고 직급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간호사들은 15년을 근무해 수간호사가 되는 것 외에는 더 올라갈 직급이 없다"고 말했다.


남자 간호사들의 말 못할 애환도 많다. 남자 간호사인 C씨는 젊은 여자 환자를 볼 때마다 무척 조심한다. 업무상 환자 소변 줄을 빼거나 주사를 놓는 등 신체 노출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은데 여성 환자나 환자 남편들이 남자 간호사를 껄끄러워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은 남자 간호사들을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만 배치하기도 한다. 그만큼 차별 대우를 당하는 셈이다.

여성들이 대다수인 직업상 선배 여 간호사들의 기에 눌려 마음 고생을 한 적도 많다. C씨는 "작은 실수만 해도 남자라서 저렇지라는 핀잔이 돌아오기 일수"라며 "그럴수록 이를 더 악물고 일했지만 아직도 이런 편견이 남아있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했다.

간호사들은 근무와 집안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든 업종으로도 유명하다. 또 다른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7년차 간호사 D씨는 휴일 전날 야간 근무를 서는 것이 가장 싫다. 그러나 D씨는 한 달에 7번은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야간 근무를 서야 해 한 달에 꼭 한번 이상은 금요일이나 토요일 야간근무가 있다.

D씨는 야근 후 집에 돌아가서도 밀린 잠을 못 자고 아이들과 놀아주곤 한다. 평일에도 아이와 놀아줄 짬이 나지 않아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휴일이나마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D씨는 결혼 전보다 체력소모가 3~4배는 더 심하다고 느낀다.

근무 강도가 높은 중환자실이어서 명절이라도 제대로 쉬는 것은 꿈도 못 꾼다. D씨는 지난 설에도 친정집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업무강도를 버티게 하는 것은 생명을 살린다는 보람이 있어서다. D씨는 "잘 알던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 사망하면 가족과 함께 눈물을 흘린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좋아져 일반 병동으로 옮기는 환자를 볼 때는 이 직업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