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다. 그래서 변했다" 확 바뀐 정부 업무보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업부보고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산업통상부와 중소기업청,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새해 정부 업무보고 청취를 마무리했다.

올해 업무보고는 여느 해와는 사뭇 다른 형식으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기간이 지난해 42일의 절반 수준인 20일로 대폭 줄었고, 핵심정책 분야 중심으로 2~4개 부처를 9개 분야로 묶어 진행됐다. 새 정부 출범 1주년인 25일 이전 완료해 협업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국정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평소 "답은 현장에 있다"며 현장 중심의 행정을 강조했던 만큼 9차례 보고 중 5차례가 청와대 외부에서 진행됐다. "국민 눈높이, 국민체감 행정"을 중시해 대학생, 청년 구직자, 직장인 등 청년들은 물론 일반 시민, 민간 전문가들이 업무보고에 참여시킨 것도 눈에 띄었다.

내용면에서도 과거에는 '무엇을 하겠다'는 방식 위주의 보고가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지난해 '무엇을 했고, 무엇이 변했다'는 것을 먼저 보고한 뒤 앞으로 '무엇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 '했다. 그래서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탓이다. '재탕'이란 지적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평소 "계획 수립이 10%라면 집행과 평가가 90%"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일부 부처의 업무보고가 못마땅했던 박 대통령이 내용의 보완을 지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과거 고착화된 방식의 보고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탓이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15개 부처 기획조정실장들에게 박 대통령의 지적과 뜻을 전달하며 군기를 잡았다.


'하겠다'는 향후 실행계획도 구체적인 성과지표를 만들어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1년 후 평가키로 했다. 성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취지다. 청와대는 "과거에는 실현 가능성 검토 없이 이상에 치우친 계획 보고가 많았으나, 이번 정부에서는 실현 가능성과 추진계획 등을 꼼꼼하게 검토해 내실 있는 계획을 보고토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 : 모든 일을 친히 챙김)'형 리더십이 지속됐다는 점이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 '염전 노예' 등 세세한 정책 현안까지 관심을 보였다.

은유적 표현을 통해 국정과제 이행도 독려했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으로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 "국수도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하듯, 정책도 타이밍이 중요" "정책이라는 것이 살아 있는 물고기 같이 펄떡펄떡 뛰어야" "규제개혁이라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올해 정부 업무보고를 모두 마치게 되는데 올해 업무보고를 돌아보면 지난 1년 동안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분야도 적지 않았지만, 부처 간 협업이 더 확대되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 부처의 모든 공무원들, 그리고 공기업 근로자 모두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을 위해서 일한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