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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누더기 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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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정치부장 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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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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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박'
지난달 6일 취임후 근 1년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화두였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약속도 보태졌다. 그로부터 한달 보름여만인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과 경제에 대한 '답안지'를 들고 다시 국민 앞에 섰다.

돌아보면, 연초 박대통령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대북문제를, '대박'이라는 파격적인 단어까지 써가며 국가적 담론으로 끌어들인 건 탁월한 정치감각이었다.
문제는 그 뒤. 두 달이 다 돼 가는 동안 국민들은 통일이 '대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절차와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중요한 화두를 던질 땐 많은 고민과 내부토론이 전제되고, 담당 부처들은 이를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뒤따르는 게 통상적인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다.
'통일=대박'이라는 대통령의 계산을 국민들에게 공감시키려면 남북 공존 방안, 산업별 육성전략, 편익 비용분석 같은 게 뒤따라야 할 터인데, '통일대박'은 허공에 말로만 떠돌았다.

"자칫 북한이 진짜 곧 무너지는 걸로 오해되고, 북한을 자극할까봐 정부가 나설 수는 없다"는 말은 궁색하다. 오히려 그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떤 과정을 상정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건지, 대박은 남북이 함께 얻는 건지 등이 설명돼야 할 일이다.

25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통일대박'으로 가는 징검다리는 없었다. 당초 기재부가 작성해 배포한 계획안에는 "통일 편익 비용을 분석하고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심층 연구"하겠다는 내용 정도가 들어있을 뿐이었다(정작 25일 박대통령의 발표에서는 그 내용조차 빠졌다. 대신 계획안에 없던 통일준비위원회 설립계획이 들어갔다)

언론사 부장단 대상 사전 브리핑 자리에서 현오석 부총리에게 "심층이 아니라 대충이라도 분석을 해서 대통령과 사전에 논의를 하셨나요"라고 물었다. "통일(관련부서)쪽에서 했겠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재부는 대통령 신년 연설에 '3개년계획'이 들어가는 것도 사전에 제대로 알지 못했던 터였으니 질문 자체가 우문이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수립과 발표과정도 손발이 안 맞는 부조리극이었다.
'3개년 계획'주문서를 받아든 기재부는 한달 남짓 작업 끝에 '경제 대도약(퀀텀점프)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해 사전 브리핑을 마치고 언론사들도 이미 기사까지 써놓은 상태였다.

박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이후 현 부총리가 관계장관들과 정오에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구체안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당일 오전 8시 갑자기 취소됐다. 기재부가 작성한 '3개년 계획안'이 대통령 '담화문'으로 대체됐고, 공식 발표도 대통령 담화문으로 일원화 됐다.

41분간 또박또박 '담화문'을 읽어내린 박대통령은 인사와 함께 퇴장했다. 관련부처들은 원래 작성했던 3개년 계획안이 아닌 담화문 내용에 맞춰 급히 수정한 자료를 만들어내야 했다.

[광화문] 누더기 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정부와 청와대로선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탓한다고 억울해 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같은 '불통'은 졸속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당초 3개년 계획에 있던 '15대 핵심과제'가 '9+1'대 과제로 바뀌고, '경제혁신 100대 실행과제'는 절반이 실종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국민과의 소통에 앞서, 정부 부처와의 소통에도 이렇듯 혼선이 빚어지는 일이 지속되면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경제가 살아나길 바랄 수 없다.
"늘 해오던 가락이 있으니까 별 문제 없이 해내는 거죠"라는 한 고위 공무원의 푸념은 이같은 일이 비정상적이지 않은 일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보이는 것. 위험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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