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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통]'우아한 거짓말' 해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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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22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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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다룬 청소년문학, 베르테르 효과 있다고?

[한기호의 책통]'우아한 거짓말' 해보셨습니까?
꽤 오래 전이다.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죽음을 다룬 어떤 청소년소설을 읽고 한 청소년이 자살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어 충격을 안겨주었다. 추천도서에도 여러 번 선정됐던 소설이었기에 충격의 강도는 셌다. 다행히 사고사로 죽은 아이의 책상에 단지 그 소설이 놓여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후 자살, 낙태, 가정폭력, 성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의 청소년소설에 대한 우려가 자주 터져 나왔다.

2009년이었다.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 청소년소설인 '우아한 거짓말'(김려령, 창비)과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박채란, 사계절)가 나란히 출간되자 작가, 교사, 학부모, 출판편집자 등 13명이 참여해 '청소년 문학에 나타난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란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까지 했다.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의 내용은 이렇다. 카리스마가 있는 여장부 태정, 늘 우울한 얼굴의 선주, 앙증맞은 새롬, 천사인 것처럼 행동하는 엉뚱한 하빈 등은 목요일마다 학교 앞에 있는 휴식의 공간 사이프러스에서 만난다. 이들은 거짓 자살 계획을 세운다. 태정이 가장 먼저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들의 자살계획은 모두 실패로 끝난다. 네 사람이 확인하는 것은 주변사람들의 사랑뿐이다. 작가는 '왜 살아야 하나?'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주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하긴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

'우아한 거짓말'의 첫 문장은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이다. 성격이 너무 다른 두 자매 중 천지는 중학교 1학년이고, 만지는 3학년이다. 만지는 천지의 죽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동생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곧 "조잡한 말이 뭉쳐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닙니까?"란 대상이 명확하고 자살을 암시한 천지의 글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천지 친구인 화연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지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작가는 '우아한 거짓말'은 "자신은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 상대를 가격하는 거짓말"로 "악의적인 의도는 숨기고 겉으로는 우아하게 포장해서 말하는 교활한 언어"라고 설명했다. "예쁘긴 한데, 은근히 촌스러운 면도 있어" "나도 들은 말인데" "혼자 두면 불쌍하잖아" 같은 '우아한 거짓말'을 몇 번쯤 뱉어보지 않은 청소년이 과연 얼마나 될까?

토론 참석자 중에는 이런 소설을 아이에게 절대로 읽히지 않겠다는 사람이 없지 않았지만 청소년 자살이 세계 1위인 현실에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봤다. 어두운 이야기를 정말 유쾌하게 잘 이끌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본 청소년은 가볍게 한 자신의 말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각성을 할 것 같았고, 어른은 자식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 다시 책을 찾을 것 같았다. 내가 그랬다. 역시 '소재'보다는 '깊이'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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