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허원숙의 피아노와 함께··· "아련한 추억에 빠져보실래요?"

머니투데이
  • 이언주 기자
  • VIEW 8,117
  • 2014.03.28 08:0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인터뷰] 허원숙 호서대 교수··· 유럽 대표 레이블 '둑스'(DUX) 앨범 발매 및 독주회

image
피아니스트 허원숙 /사진=김영애 작가
"연주를 정~말 많이 하면 마음에 드는 연주가 나올 확률도 높지 않겠어요? 그 방법밖엔 없겠더라고요. 그저 많이 치는 수밖에요."

콩쿠르나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아니고,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손가락에 멍이 들고, 손톱 밑에 티눈이 박힐 정도로 피아노를 치면서도 "신기하게 손이 안 아프네?"라고 말하는 사람. 은발의 커트머리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피아니스트 허원숙 호서대 교수(55)다.

허 교수가 새 음반을 들고 음악 애호가들과 만난다. 유럽을 대표하는 폴란드 음반사 둑스(DUX)와 심혈을 기울여 녹음한 독주 음반을 다음달 4일 발표하게 된 것이다.

그가 연주하는 이건용 작곡가의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을 우연히 듣게 된 류재준 작곡가가 '혹시 다른 레퍼토리도 들을 수 있겠냐'며 연락한 것이 시작이 된 것. 허 교수의 실황음반을 들은 작곡가는 당장 둑스에 연락을 취했고, 둑스에서도 허 교수의 음반을 들은 후 음반제작을 제안한 것이다. 둑스에서의 음반 발표가 의미 있는 이유는 유럽 전 지역의 음반에 관한 잡지에 리뷰가 실리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지난해 7월, 폴란드 바르샤바 근교의 오트램부쉬라는 도시에 일주일간 머물며 녹음작업을 했다. 3일은 녹음홀 음향 연습, 3일은 본격 녹음이었다.

"숲속 같은 작은 마을엔 제가 묵었던 호텔과 녹음을 했던 콘서트홀뿐이었어요. 오전과 오후 4시간씩 하루 8시간 일정에 중간 2시간은 점심시간이었는데, 결국 점심시간을 줄이고 9시간씩 작업하기로 했죠. 제 녹음작업을 총지휘했던 둑스의 프로듀서가 어찌나 열정적이고 즐겁게 일을 하던지, 1시간이 늘어난 것도 그 사람이 제안한 거였어요."

10시간이라도 강행했을 허 교수에게는 내심 '옳거니!' 반가운 일이었을 터. 그렇게 시작된 녹음작업은 그에게도 또 다른 새로운 경험과 함께 순간순간 감동을 주었단다.

"어떤 곡을 처음 녹음하면 좋을까 하다가 이건용 선생님의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을 먼저 치기로 했어요. 11분짜리 곡인데 처음에 연주를 하고 나니까 '아주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만하면 된 건가 싶었더니, '한 번 더 쳐볼까, 다시 한 번만 더, 이번엔 다르게 쳐볼까?' 하면서 들어보고 또 들어보고 '한 번 더'를 반복하다가 무려 7시간을 녹음하고 말았더라고요."

하루 꼬박 9시간 연주, 게다가 한 곡을 7시간씩 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클래식음악계의 '이야기꾼'답게 지난여름의 추억보따리를 술술 풀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허 교수가 둑스(DUX)와 음반 녹음작업을 했던 폴란드의 작은 도시 오트램부쉬에 있는 녹음홀과 홀 근처에 그가 머물던 호텔(오른쪽 위) /사진=허원숙
지난해 7월, 허 교수가 둑스(DUX)와 음반 녹음작업을 했던 폴란드의 작은 도시 오트램부쉬에 있는 녹음홀과 홀 근처에 그가 머물던 호텔(오른쪽 위) /사진=허원숙
"아이고, 저는 9시간 피아노만 치면 되지만 조율사는 어디 그래요? 저보다 먼저 와서 피아노 조율하고, 제가 연주하는 동안 옆에서 소리를 듣고 새롭게 녹음할 때는 또 다시 조율하곤 했어요. 저보다 더 오래 녹음실에 있었던 거죠. 9시간씩 할 수 있었던 건, 평소에 오래 앉아서 연주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놨기 때문이고요."

건강과 체력관리가 실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허 교수에게도 건강상에 시련이 있었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하던 2001년, 암 투병을 하게 된 것. 1년간 연주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그 시기가 내 피아노 인생에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팔과 손목에 되도록 무리가 가지 않게 피아노를 쳐야했기 때문에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연구를 한 것이다. 그는 "최대한 가득 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며 "배음의 원리를 이용해 자연적인 소리의 조합을 알아내면 소리를 줄여도 꽉 찬 음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음색의 조탁을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노하우와 함께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이번 앨범에는 어떤 곡이 수록됐을까. '여름빛에···' 외에 프랑크의 '프렐류드, 코랄과 푸가'와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라흐마니노프의 '렐리 변주곡, 작품번호 42' 담겼다.

이 곡들은 모두 '과거'에 주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건용 작곡가가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정년퇴임할 무렵 발표한 '여름빛에···'은 보들레르의 '가을의 노래' 첫 머리에 나오는 여름빛을 토대로 짧았던 지난여름을 아쉬워하는 곡이다. 작곡가 자신의 과거 회상도 깃들여있다. 서양음악의 가장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멜로디 중 하나인 라폴리아를 바탕으로 만든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변주곡' 역시 바로크 작곡가 코렐리의 이름을 사용했듯이 옛 시대를 회상한 것이다. '프렐류드, 코랄과 푸가'는 바로크 형식으로 선율과 악곡의 형식을 바흐에서 따왔다. 라벨의 '쿠르랭의 무덤' 도 바로크 시대 모음곡 형식으로 쓴 곡이다.

이번 음반발매를 기념해 이 곡들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독주회도 열린다. 다음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마련한 '88개의 건반 위에서'라는 제목의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음반 수록곡 외에 폴란드 작곡가 마리안 보르코프스키의 '토카타'(1960)를 한국 초연한다.

50회 넘는 독주회를 열었지만 매번 "완벽한 연주보다 청중에게 감동과 소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한다"는 피아니스트 허원숙. 더 깊고 그윽하게 농익은 그의 연주와 함께 과거에 대한 나만의 회상에 젖어보면 어떨까.

"연주를 들으면서 음악으로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해요. 나이 드신 분은 아련한 과거의 추억에 빠져들고, 젊은이는 현재와 미래의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둑스 데뷔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4월4일(금)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허원숙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린다. /포스터 사진=김영애 작가
둑스 데뷔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4월4일(금)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허원숙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린다. /포스터 사진=김영애 작가



◆피아니스트 허원숙(Hur, Won-Sook)은...

서울음대 기악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 음대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실내악과에서 수학했다. 유학시절 발세시아 국제 콩쿠르 1위를 비롯해 비오티 국제 콩쿠르, 포촐리 국제 피아노 콩쿠르, 마르살라 국제 콩쿠르에 입상했고 팔레르모 유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이태리 순회연주회를 했다.

KBS FM 기획한 CD를 기점으로 다수의 음반을 출반하였으며, 편집되지 않은 실황음반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그의 신념처럼 허원숙의 음반은 (서울음반), (아울로스 뮤직), 과 (MusicZoo Entertainment) 등을 발매했다.

연주회에서 쉽고 재미있는 해설을 겸하기도 하는 허원숙은 2000년 KBS FM의 음악작가, 2005-2008년 KBS FM 의 ,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호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허원숙 홈페이지 www.hurws.com






오늘의 꿀팁

  • 띠운세
  • 별자리운세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메디슈머 배너_슬기로운치과생활 (6/28~)
남기자의체헐리즘 (1/15~)
블록체인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