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쿵쿵쿵' 열받아 윗집갔더니 80대 노부부만?

벽식 구조 아파트의 경우 층간 소음의 원인이 바로 윗집이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자료사진=김정태 기자

# 30대 주부 장모씨는 최근 매일 밤 천장에서 들려오는 '쿵쿵' 소리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졌다. 이제 갓 6개월 된 딸아이가 '쿵쿵' 소리에 놀라 매번 깨어 울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장씨는 주의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윗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온 이들은 단둘이 사는 80대 노부부였다. 노부부는 자신들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면서도 좀 더 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소음은 계속됐다. 장씨는 다시 윗집에 올라가봤지만 이번에는 할아버지의 호통만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를 한 장씨는 그 뒤 관리사무소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층간소음의 원인은 노부부의 옆집, 즉 장씨의 집에서 대각선에 위치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 층간소음, 윗집 문제가 아닐수도?


심지어 이웃 간 칼부림까지 불러오는 층간소음이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바로 윗집이 아닌 다른 집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한훈찬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한국은 아파트 뼈대 자체를 콘크리트로 연결 해 짓는 벽식 구조 아파트가 많아 위, 아래가 아닌 건넛집, 혹은 대각선 집에서 층간 소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에 대해 단순히 '바닥 충격음'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바닥으로 가해지는 충격이 아래층으로 전달돼 소음이 발생하는 상황으로 한정한 것이다.

김흥식 전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바닥 뿐 아니라 공기, 파이프 등을 통한 울림으로도 소음이 전해진다"며 "단순히 벽면 충격음 뿐 아니라 악기 소리, 배수 소음, 고성방가 등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정의로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층간소음의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월 층간소음에 '세대 간 소음'까지 포함토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세대 간 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 방화나 살인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주민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세대 간 소음으로 인한 주민갈등이 예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바닥 두께'에만 집착하는 정부

층간소음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 자체가 지나치게 한정돼 있다 보니 관련 규제 역시 한쪽에만 치우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기준을 대폭 강화한 주택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오는 5월 시행되는 이 개정안은 콘크리트 바닥 슬라브 보 두께를 210mm로 30mm 늘리는 동시에 소음 기준인 58dB(경량충격음 ), 50dB(중량충격음)도 만족하도록 했다.

주택법 개정안/ 표=이미영 기자

김 교수는 "옆 벽을 넘어서 오는 소음이나 윗층을 뚫고 들려오는 충격음에 대해서 는 여전히 기준이 미비하다"며 "바닥 두께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공용주택의 특성 에 맞는 층간소음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 관련 규제 뿐 아니라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내가 내 집에 살고 있는데 왜 남에게 신경을 써야 되나' 이런 의식이 아직도 있다"며 "미국 뉴욕주처럼 층간소음 발생 행위에 대해 거액의 과태료를 매기 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