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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김박사 왈 "과학자는 시멘트 1그램 바르는 미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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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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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05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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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카이스트문학상' 소설 가작수상 김창대 전산학과박사 3년차 "과학자들이 합이 과학의 힘"

'사람들은 왜 논문을 못써서 안달인 걸까.‘

KAIST 박사 3년차 학생이 집필한 소설 제목이다. 도발적이나 그 속엔 보편적인 감성이 녹아 있다. 읽다보면 '누가 썼지'라는 궁금증이 절로 든다. 주인공은 김창대 KAIST 전산학과 박사 3년차. 제19회 '카이스트문학상' 소설 부문 가작에 선정됐다.

김창대 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사진=류준영 기자
김창대 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사진=류준영 기자
소설 속엔 과학논문작성 과정을 인간사에 빗댄 독특한 고찰이 내재돼 있다. 김 씨는 대화 중 과학도였다가 때론 소설가로 그 경계를 수차례 넘나들었다. 공학 전공인 김 씨는 '기성작가 뺨을 후려칠 정도의 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사 하나 받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대한 늬우스 시절에 다 끝났다', '공학박사는 시간 강사로 전락하는 대신 대기업의 부품이 되는 걸 선택할 수 있도 있는 참된 기능직 아니던가' 등 평소 접하기 힘든 표현들이 소설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김 씨는 "남들이 안 쓰는 내용을, 남들이 안 쓰는 표현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처녀작은 아니다. 그는 '침대에서'라는 다소 제목의 소설로 같은 상을 이전에도 한 차례 더 받았다. 하루종일 연구실에 갇혀서 사는 한 공대생이 숙소 침대에 누워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 사귀고 싸우고 헤어지는 과정을 상상하며, 대리만족한다는 내용이다. 풋풋한 대학시절 연애랑 담 쌓을 수밖에 없는 공학도들의 처지를 유쾌하게 그렸다.

김 씨가 논문을 소재로 한 소설을 내놓자 전국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반인들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그들의 애환을 잘 대변해 줬다는 게 이유다. 그는 "K팝 스타에 출연했다면 아마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KAIST 박사라면 어련히 천재과학자를 연상케된다. 하지만 김 씨는 "(나는) 시멘트 1그램(g)을 벽에 바르는 미장이 1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건물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과학기술이라고 한다면, 논문은 이를 쌓는 요소인 시멘트에 비유한 것이다.

김 씨의 장래희망은 제2의 뉴턴, 아인슈타인, 빌게이츠도 아닌 '좋은 아빠'가 되는 것. 그는 "SF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지만 정작 가정에선 아내에게 미움을 받는다. 이를 보면서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이 시대에 세계 일류가 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색이 한국 최고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출신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연구성과나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야심을 가져야 할 학생이 '직무태만' 아닌가. 김 씨는 "KAIST에 한 해 3000명에 가까운 석사과정 학생이 입학한다.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논문은 굉장히 소수의 사람들 일이다. 비법은 비범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터진 일본 이화학연구소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의 '자극촉발만능(STAP)줄기세포' 논문조작 스캔들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거짓 논문과 관련해 쓴소리도 했다. 그는 "그런 잘못된 시멘트 1g(논문 조작)이 조금씩 쌓여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과학은 위대한 사람 몇 명이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조금씩 개선하고 뒷받침해주는 평범한 과학자들의 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정한 논문의 가치란 시멘트 1g이 비록 하찮아 보여도 전체 발전과정에서 큰 일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만족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류 과학저널에 논문이 실려야 연구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으로만 여기는 과학기술계 편협적 이념 틀에 김씨의 '한방'은 어떤 외침으로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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