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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6월 봉기'…쇼팽 '녹턴 6번'에 담긴 파리의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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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영 한국무역협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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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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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쇼팽 녹턴 6번 - Nocturne No.6 in G-minor, Op.15 no.3

[편집자주] 김민영의 '딱클래식' - 피아노 치는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한국무역협회 전문위원 김민영이 딱 찍어 초대하는 클래식 음악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통해 잘 알려진 '6월 봉기'가 무자비하게 진압된 이후, 쇼팽은 절망과 우울함에 휩싸인다. 피아노 댐퍼 페달이 들려주는 쇼팽의 솔직한 감정을 '녹턴 6번'을 통해 알아본다.


암울한 분위기

병환으로 자리 보존을 하는 사람의 곡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분하다 못해 암울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쇼팽은 곡의 시작에 경건하게(Lento) 연주하라고 명기해 놓았지만 조금만 우울해지고자 마음먹으면 경건하기보다는 암울하다. 일단 암울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곡에는 쇼팽 특유의 화려한 장식음이 없다. 강렬한 힘이 내재하여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그 에너지를 결코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끓어오르는 그 무엇을 간신히 억누른다. 마치 커튼 뒤에서 자신을 감추고 있는 부끄러움 많은 사춘기 소년 같다.

바르샤바를 떠나며 헤어진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외세의 압제에 시달리는 조국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의 외로움과 암울함이 얽히고설켜 있다.


쇼팽의 고독과 슬픔

같은 환경이라도 받아들이기에 따라 어떤 이에게는 절망이, 어떤 이에게는 희망이 된다. ‘우울함’도 어쩌면 열정과 마찬가지로 의지와 자기 최면에 따라 깊이를 더해 가는 감정 아닐까?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하지 않는가!

쇼팽은 그가 마주한 환경 때문에 자기연민의 심연으로 점차 빠져들어 간 것은 아니었을까? 베토벤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라면 불굴의 의지로 희망의 빛을 찾아 가슴 벅찬 환희를 노래하지 않았을까?

무너진 '6월 봉기'…쇼팽 '녹턴 6번'에 담긴 파리의 절망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음악은 기교가 아니라 사람의 철학과 마음이기 때문이다. 작곡가, 연주자, 지휘자 모두 각자의 성품에 따라 또 인생 철학에 따라 곡과 연주와 지휘가 달라지는 법이다.

누구나 이 곡에서 슬픔에 잠긴 고독한 쇼팽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이 곡이 쓰인 1832년에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출간되었다. 파우스트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고독으로 돌아가라 - 그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쇼팽이 고독 속에서 만든 자신의 세계가 어떠했는가는 그의 다른 곡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곡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무너진 '6월 봉기'…쇼팽 '녹턴 6번'에 담긴 파리의 절망


그러나 차분하고 소극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쇼팽의 천재적인 멜로디는 살아 숨 쉰다. 그러므로 이 곡은 단순한 구성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피아노 댐퍼 페달이 전하는 엄숙함

이 곡은 또한 기교 면에서 페달에 유의해야 한다. 페달은 음량 뿐 아니라 음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곡에서 페달은 시종일관 음울한 음색을 지속시켜주며 곡 전체의 차분한 분위기를 주도한다.

종교적 분위기로(religioso) 연주하도록 명시되어있는 89번째 마디부터 마지막 152번째 마디까지를 제외한 처음 시작부터 88번째 마디까지 페달이 계속된다. 페달은 마치 장송곡을 반주하는 듯하다. 왼손의 반복되는 단순한 저음에 깊은 밤 골짜기에서 메아리를 치는 듯한 엄숙함을 부여한다.

피아노의 시초는 1709년 이탈리아의 건반악기장인 크리스토퍼 리(Christopher Lee)가 제작한 피아노 포르테(Piano-forte)이다. 이후, 1862년 부드러운 음색을 위한 왼쪽의 소프트(soft) 페달, 음을 지속시켜주는 가운데의 소스테누토(sostenuto) 페달, 풍부한 음색을 만들어주는 오른쪽의 댐퍼(damper) 페달을 갖춘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 스타인웨이 업라이트 피아노가 나올 때까지 페달은 수많은 진화를 했다.

하지만 사실 댐퍼 외에는 페달의 다양한 활용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피아노 전체를 적극 활용하였던 베토벤에 이르러서야 페달이 다양하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드뷔시에 이르러서는 댐퍼를 미리 밟은 상태에서 건반을 치는 실험적인 시도 등, 다양한 페달의 활용이 선을 보였다. 그러나 대개는 페달 세 개를 모두 적극 활용하기보다는 댐퍼에 의존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이 곡에서 쇼팽은 댐퍼 밟기의 강도에 따른 음색과 음질의 예민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악보에서 페달 기호가 보여주듯이 이 곡에서 쇼팽은 페달을 밟았다가 떼는 간격에 따라서 화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레가토(legato) 효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무너진 '6월 봉기'…쇼팽 '녹턴 6번'에 담긴 파리의 절망


1832년 파리의 6월 봉기와 빅토르 위고, 그리고 절망하는 쇼팽

이 곡이 쓰인 1832년 쇼팽이 활동하던 파리에서는 군주제를 폐지하자는 기치를 내세운 공화주의자들의 봉기가 일어난다. 바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 묘사된 파리의 6월 봉기이다.

자유주의자였던 장 막시밀리안 라마르크 장군이 사망하고 그의 장례 행렬이 바스티유 광장에 이르자 시민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봉기하였다. 시민의 기세가 거세지자 루이 필리프 왕정의 무자비한 발포가 시작되었다. 라마르크 장군은 폴란드와 이탈리아의 자유를 주장했던 정치가였다.

라마르크 장군에 대한 추도 행렬과 봉기에는 폴란드인, 이탈리아인 등과 같은 외국인들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쇼팽 역시 무심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6월 5일에 시작된 봉기는 다음 날 정부군에 완전히 진압되었고 공화주의자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빅토르 위고는 당시 파리 시내를 가로지르며 코앞에서 봉기의 현장을 목격하였다. 6월 봉기에 우호적이었던 그는 그 역사적 현장을 '레 미제라블'에 옮겨 적었다.

6월 봉기 한 해 전, 그리고 7월 혁명 한해 후에 쇼팽이 프란츠 리스트(Franz von Liszt)에게 헌정한 혁명 에튀드(Revolutionary Etude, Op.10-12)에는 역동성, 열정, 대담함 그리고 드라마가 느껴진다.
6월 봉기와 7월 혁명 이후에 쇼팽이 쓴 ‘녹턴 6번’에서는 그러한 역동성은 찾아볼 수 없다. 7월 혁명 이후, 또 6월 혁명 이후 오히려 더 강해진 왕정에 낙담한 때문이 아닐까?

무너진 '6월 봉기'…쇼팽 '녹턴 6번'에 담긴 파리의 절망



빅토르 위고가 1832년부터 1848년까지 16년 동안 거주하였던 파리의 루아얄 광장(왕실 광장), 즉 오늘날의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의 6번지 3층과 그 당시 쇼팽이 거주하였던 프와소니에르 27번지 5층 (파리 지하철 8, 9호선 그랑 불르바드 역)은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다. 빅토르 위고는 6월 봉기 당시 루아얄 광장에서 집필하다가 천둥 같은 진압군의 총소리를 듣고 파리 시내를 누볐는데, 쇼팽은 그 시점에 어디에 있었을까?

쇼팽이 폴란드의 부모에게 쓴 편지에서 언급했듯이 그의 집 5층 난간에서는 파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6월 봉기 당일, 쇼팽은 진압군의 총소리를 듣고 난간 밖을 내다보았다. 바스티유 광장은 화염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파리 시내는 온통 비명과 총성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구호를 외치며 질주하는 한 남자, 빅토르 위고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너진 '6월 봉기'…쇼팽 '녹턴 6번'에 담긴 파리의 절망


소르본 대학의 빅토르 위고 동상


난간에서 6월 봉기의 현장을 내려다 본 쇼팽은 한 해 전에 그가 리스트에게 헌정한 에튀드 혁명의 격정적인 리듬과 멜로디를 떠올렸다. 조국의 해방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벅찼다. 그러나 봉기는 이틀 만에 무자비하게 진압되었다. 녹턴 6번에는 그런 절망이 담겨 있지 않을까?

폴란드는 이제 러시아에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어느 나라도 국제무대에서 폴란드의 주권을 옹호하지 않는다. 더는 희망이 없다. 이 곡의 페달의 공명이 쇼팽의 의도대로 경건하고 종교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암울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유이다.


▶ Arthur Rubinstein의 연주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4월 5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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