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사 '30%' vs 韓 '1%', 화이자 영업이익률의 비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 미국 본사는 2013년 영업이익률이 29.4%에 달한다. 그러나 같은 해 한국화이자의 영업이익률은 0.8%에 그친다. 내로라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본사 실적은 펄펄 날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적자를 간신히 모면하며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한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탓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국내 다국적 제약사들의 매출원가율이 60%대로 20%대인 본사 매출원가율보다 3배 정도 높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본사로부터 의약품 가격을 지나치게 비싸게 구입해 한국에서는 이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5994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올리며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이 0.8%에 그쳤다. 화이자 본사는 지난해 매출 515억8400만 달러(약 54조1600억원), 영업이익 151억8400만 달러를 올리며 영업이익률 29.4%를 달성했다.

화이자 본사가 매년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것과 달리 한국화이자의 실적은 보잘 것 없다. 한국화이자는 2010년과 181억원, 2012년 115억원의 영업적자를 올렸다. 2011년 그나마 흑자였는데 영업이익률(매출 4527억원, 영업이익 6억7200만원)은 0.1%에 머물렀다.

흑자를 내지 못하고, 그나마도 흑자폭이 크지 않다보니 국세청에 납부하는 법인세 규모도 소액(?)이다. 2010년 이후 4년간 한국화이자가 낸 법인세는 332억원으로 같은 기간 올린 매출(1조8936억원)의 1.8% 정도다. 반면 토종 기업인 광동제약은 이 기간 1조4044억원으로 비슷한 매출을 보였지만 매출의 3.6%인 506억원을 법인세로 냈다. 국내 제약회사 관계자는 "오리지널약보다 이윤이 훨씬 적은 복제약을 파는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도 10%내외"라며 "다국적 제약사들의 저조한 실적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이자 관계자는 "지난해 희망 퇴직프로그램을 가동해 퇴직금이 너무 많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떨어졌다"며 "약가인하로 약값이 내려 매출원가율이 더 올라가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화이자의 실적이 부진한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는 평이다. 바로 높은 매출 원가율과 판관비 비중 때문이다. 실제 한국화이자의 지난해 매출 원가율은 68%,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율은 32%였다. 한국화이자는 이전에도 60%대의 원가율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이 같은 매출원가율은 본사가 연구개발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화이자와 애보트 등 28개 주요제약사들의 미국 본사 매출 원가율(2012년)은 22.4%, 영업이익률은 26.1%에 달했다.

미국 본사나 한국 법인이 똑같은 의약품을 판매하는데 매출 원가율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다. 그러니 다국적 제약사 한국 법인 영업이익률은 나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전직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한국 법인이 이익을 많이 내게 한 다음 이익금 배당을 챙기는 방법보다는 제품을 넘겨주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훨씬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에 내는 법인세도 줄일 수 있고, 부진한 실적을 빌미로 인력 구조조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다.

유럽계 다국적 제약사들도 유독 한국에만 들어오면 영업이익률이 뚝 떨어진다. 노바티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832억원,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1%에 그친다. GSK도 지난해 매출 4405억원, 영업이익 11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7%다.

노바티스와 GSK의 저조한 수익성도 원인은 높은 매출 원가율에 있다. 지난해 매출 원가율은 노바티스 67%, GSK 58%였다. 이는 유럽 28개 다국적 제약사의 2012년 매출 원가율 평균인 26.1%보다 훨씬 높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21.9%에 달한다.

노바티스와 GSK는 최근 4년간 각각 1조8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국세청에 납부한 법인세는 노바티스 226억원, GSK 473억원에 그쳤다. 이 때문에 국내 다국적 제약사들이 본사로부터 들여오는 의약품 원가의 적정성을 좀 더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회계법인 관계자는 "다국적사들은 대부분 본사로부터 들여오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최대한 높게 책정해 이익을 줄여 세금을 덜 내는 전략을 사용한다"며 "매출원가가 적정범위를 넘어섰다면 세무조사를 통해 추가로 세금을 추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세청은 르노삼성이 세금회피를 위해 수입 부품가격을 비싸게 책정했다는 이유로 7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