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컨설팅 대표의 걱정 "중견기업이 대기업 머슴으로…"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 "현재 국내 중견기업은 점점 대기업의 임가공업 형태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만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 회사의 대표는 현재 국내 중견기업이 처한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한 예로 지방의 한 전기전자 중견기업의 경우 과거 5년전까지만 해도 제품설계를 자체적으로 했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설계뿐만 아니라 구매 결정까지도 다해서 일방적으로 내려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견기업의 작금의 실상을 개탄했다.

나아가 그는 "중견기업이 이렇게 되면 점점 생각할 능력을 키우지 못해 고작 대기업의 '머슴'밖엔 못 된다"며 우려의 목소를 높였다.

"실제로 중견기업에 경영컨설팅을 나가보면 많은 경우 중견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언론 등에 나와 있는 6%가 아니라 고작 2~3%에 불과하다."


국내 중견기업이 대기업의 임가공업 형태로 전락하는 또 다른 이유로 그는 중견기업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꼽았다. 그는 이 정도 수준의 낮은 영업이익률로는 중견기업이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할 수 없다며 중견기업이 재투자하며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선 영업이익률이 현재 수준보다 더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재 현대차와 토요타의 글로벌 경쟁은 완성차간의 싸움이 아니라 현대차 공급망과 토요타 공급망과의 싸움입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 컨설팅 대표는 대기업인 완성차 회사나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공급망을 육성해야만 이들 가운데서 '히든챔피언'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독일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견·중소기업 사정은 점점 대기업의 공급망 속에서 '히든챔피언'이 나오기 어렵게 돼 가고 있다. 그 이유는 대기업이 공급망을 육성하기 보다는 원가절감 등의 이유로 옥죄이기만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따라서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공급망을 육성하지 못하면 정부라도 나서서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게 경영 컨설팅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의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간의 갑·을의 거래관행을 깨고 동반성장의 상생관계로 발전시켜야만 중견·중소기업 가운데 히든챔피언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우리나라는 300만개 중소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곳이 1000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중견기업이 10만개가 넘는다."

머니투데이가 글로벌 혁신기업 100개의 비밀을 찾아서 9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오는 4월23일~24일 글로벌 컨퍼런스 '2014 키플랫폼'을 개최한다. 이 컨퍼런스를 통해 그동안 대표적 혁신기업 100곳을 직접 찾아가 전해들은 그들의 혁신 경험과 방법이 한국 기업들에 소개된다.

'2014 키플랫폼'을 준비한 머니투데이 기획취재팀의 정진우 기자는 "말로만 중견·중소기업 육성을 떠들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이들이 성장하도록 실질적으로 돕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 기업들에게 '히든챔피언'으로 도약할 수 있는 해답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경영 컨설팅 대표의 마지막 말은 국내 중견·중소기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었다. '2014 키플랫폼'이 이러한 역할에 앞장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