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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하기 위해 '야근할 시간 없다?' 판사에게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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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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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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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났습니다] 현직 부장판사 문유석의 '판사유감'… 죄인 이전 사람으로, 법정서 세상을 배우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순간,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판단하고 결정한다. 하물며 판단하는 일이 직업인 판사는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 판결에 도달할까. 판사의 판결은 개인의 생명과 재산, 자유는 물론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막강하다. 때론 온 국민이 주목하는 경우도 있고 사회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중의 입장에선 근엄하고 권위적이며 폐쇄적인 집단으로 인식할 만하다.

신간 '판사유감'은 이런 판사 집단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 문유석 판사. 1997년 판사가 돼 현재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인 그는 '행복한 판사'라는 수식이 딱 어울린다. 법원에 오는 이들이 어디 즐거운 마음으로 오랴. 문 판사 역시 싸우고 죄짓고 혹은 억울해서 온 사람들을 늘 마주하다보면 우울해질 만도 한데, 평소 사석에서 만나는 그는 따뜻하고 가정적이다.

문유석 판사 /사진제공=21세기북스
문유석 판사 /사진제공=21세기북스
"제 일에 아주 만족해요. 사람에겐 이타적인 욕구가 있잖아요. 마침 월급까지 받으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또 누군가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일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어요? 판결이 끝나고 시골 할머니가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면 힘들었던 게 거짓말처럼 잊혀 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인간미 넘치는 판사'라는 평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니다. 그는 스스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거나 따뜻한 사람은 아니고, 공부 잘하는 많은 애들이 그렇듯 차가움도 있고 내면에 어둠도 있다"고 털어놨다.

◇ 판사,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다= 초·중·고를 모두 함께 다닌 죽마고우들은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한 친구는 "유석이가 유명한 소설가가 될 줄 알았다. 사실 내가 부러웠던 건 유석이의 명석한 두뇌가 아니라 가끔 보이는 풍부한 감성이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친구는 "문유석은 딱 판사!"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대학시절 동아리활동을 함께 했던 한 후배는 "사법고시를 앞둔 고시생 입장으로 동아리 회장을 맡은 호연지기, 그 와중에 엠티에 따라와 밤을 새우며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던 따뜻함이 여태 기억난다"고 했다.

문 판사는 "사람들의 입장을 세심하게 들어주고 벌어진 상황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이 바로 판사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죄와 죄인 이전에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그는 후배 판사의 재판정에서 감동받은 일화를 전했다. "피고, 원고도 아니고 'OO님~'하고 부르더라고요. 여기가 은행도 아닌데. 또 재판 시작할 땐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해서,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10년 사이 법정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엄청 친절해졌다는 걸 느꼈죠."

이 책은 문 판사가 처음부터 판사들 보라고 지난 10년간 내부 게시판에 쓴 글을 다듬어 엮은 것이다. "모두 우리 사회에 일어난 일이고, 결국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긴데 판사들끼리만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고 고백했다.

재판하기 위해 '야근할 시간 없다?'  판사에게 무슨일이···
◇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나는 단 한 번도 용서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 소년원을 시작으로 인생의 절반을 옥살이 했던 소년은 잘못은 했지만 한 번만 용서받고 싶었다. 이런 피고인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찔렀다는 문 판사는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나 상담으로 치유할 수 없는지 물었다. 의사의 대답은 "이런 이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엄마입니다." 약물이나 주사나 상담보다도 의지할 수 있는 가족, 소속감과 직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판사는 이런 부분을 해 줄 가족이 없다면 사회가 단 한 번이라도 기회를 주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지도 않고 특별히 개입하지도 않는 시대, 하지만 여전히 인간에 대한 치열한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이들이 있다. 판사들 중에도 물론 존재한다.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판하기 위해서는 판사에게 "야근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어느 모임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어떤 법관은 10년 동안 TV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하시더라. 하루도 빠짐없이 재판 기록을 읽고, 짬이 나면 대법원 판례까지 꼼꼼히 읽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주요 법률의 법조문을 읽으셨다고. 그래서 누구나 실력을 인정하는 대가가 되셨다."

그런데 다들 별 반응이 없었고,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난 솔직히 그런 판사에게 재판받고 싶지 않다."

공감할 만하다. 어쩐지 나와는 다른 별에서 온 사람일 것 같지 않은가. 우리가 살면서 어쩌면 벼랑 끝에서 만나는 사람이 판사일 텐데, 동시대의 정서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인 '판사유감'은 판사에게도 어쩔 수 없이 인간으로서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는 의미(判事有感)와 이 사회가 판사에 대해 느끼는 아쉬움과 불만을 잘 알기에 이를 고민하고 반성한다는 뜻, 즉 유감스럽다(判事遺憾)는 두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 어떤 판사가 되고 싶으세요?= 가수 유희열은 그에 대해 "만약 직업을 몰랐다면 그냥 이상적인 로맨티스트 정도로 여겼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문 판사는 말솜씨와 예능감각이 뛰어나고, 음악을 좋아하는 데다 춤도 잘 추고 심지어 랩도 잘 한다.

누군가는 '판사계의 유재석'이라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유재석 같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판사들도 배워야한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언감생심이죠"라며 웃는다. 소통과 공감을 중요하게 꼽는 면에서 둘은 분명 닮았다. 어릴 적 방송PD나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자주 얘기하는 그는 법정을 연극무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저는 일주일에 한번 연극무대에 서는 것 같습니다. 제 무대를 보러 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보람은 맛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야기를 모두 들어준 후에 잘잘못을 가려야하는 사건이 있다면 그렇게 합니다. 졸속재판하지 않고 질적인 면에서 만족하는 재판을 하고 싶거든요."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정말 법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한가. 국민과 권력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에 의심하게 되는 지금,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신뢰와 따뜻한 시선을 지닌 그의 감성이 우리 어깨를 다독이는 것만 같다. '막말 판사의 고백' '음주운전, 어찌 하오리까' '사람 목숨의 값' '서울 법대와 하버드 로스쿨' 등. 소제목이 그렇듯 일단 집어 들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지난 17년간 사람을 배우고 세상을 배운 판사의 고백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 판사유감= 문유석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48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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