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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산 미래형 제조회사'의 혁신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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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전략팀 조철희 기자, 최일태 수석전문위원, 김준하 전문위원, 이은지 연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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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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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랫폼 뉴스레터] 英 프로세서 설계 IP 기업 ARM, '미래 제조업' 비즈니스 모델로 모바일 생태계 핵심

[편집자주] 살아 있는 지식의 학습장, 머니투데이 글로벌 컨퍼런스 '키플랫폼'의 다양한 콘텐츠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전문가 인터뷰 및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 기사, 보고서,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 키플랫폼의 취재·연구·강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매주 목요일 온라인 기사와 이메일 뉴스레터로 전해드립니다. 키플랫폼 행사에 참석하신 분들께는 자동으로 이메일이 발송되며 일반 독자들도 secretary@mt.co.kr로 신청해 뉴스레터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25년산 미래형 제조회사'의 혁신 스토리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이자 최대 피폭지였던 미국과 영국은 위기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해 제조업 부흥을 선택했다. 제조업과 수출이 질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들이 제조업 부흥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혁신 전략과 그 과정은 여전히 제조업을 핵심 산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새로운 융합적 기술과 진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재빠르게 '미래 제조업'으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의 본산지인 영국의 경우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혁신 전략 보고서 ‘Future of manufacturing: a new era of opportunity and challenge for the UK’(원문 보기)에서 그 혁신 전략을 읽을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문 정리본 '영국이 바라보는 제조업의 미래와 정부의 역할' 보기)

2050년까지의 장기적 관점에서 제조업 변화 방향을 예측하고 정책 대응 과제를 정리한 이 보고서는 "제조업의 빠른 변화에 발맞춰 정부의 제도적 구조를 혁신적이고 새롭게 개선함으로써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제조업 변화 방향을 7가지의 '미래 제조업 비즈니스 모델 트렌드'(원문 표 보기)로 정리해 제시했다. 서비스화(servitisation), 개인맞춤화(personalisation),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임대모델(rental model) 등과 같은 제조업 여건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고 있는 흐름을 반영했다.

그 중 '공장 없는 제품생산자'(factoryless goods producers)의 선도적 사례로 적시된 ARM홀딩스(이하 ARM)는 생산 설비나 공장 없이 모바일 기기 등의 프로세서 설계(architecture)를 지적재산권(IP) 형태로 팔아 로열티 수입을 얻는 기업이다.

보고서의 설명대로 신흥국들에 생산 경쟁우위를 잃은 인더스트리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으며 1990년 창업 당시부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와 모바일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25년 된 미래형 기업인 셈이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컨퍼런스 '키플랫폼' 기획취재팀도 올해 초 현지 취재를 통해 ARM의 혁신성과 파죽지세의 성장사를 확인했다.(글로벌 혁신기업 기획보도 시리즈 내려받기) 이 회사 안토니오 비아나 사장과의 심층인터뷰를 토대로 현재진행중인 ARM의 혁신 히스토리와 미래 전략을 통해 우리 제조업 혁신 과정에서 착안할 수 있는 혁신적 면면들을 짚어봤다.

◇빵이 아닌 빵 만드는 법을 팔다

최근 미국 IT(정보통신) 업계와 증시는 애플이 맥북 등 PC의 프로세서를 인텔 x86 칩에서 ARM 기반으로 바꿀 것이라는 루머에 크게 술렁였다. PC 반도체의 최강자 인텔의 아성이 ARM이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에 흠집 났다. 1991년 창업 이후 모바일 시장에서 성장한 ARM이 이제 PC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관련기사 Intel could lose big if Apple switches to ARM PC chips)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당장 PC 프로세서들이 ARM 기반으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ARM 기반 프로세서는 전력소비량이 작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어서 주로 모바일 기기에서만 쓰이기 때문이다.

ARM은 프로세서 설계만 팔 뿐, 그것이 모바일에 쓰이든, PC에 쓰이든 관여하지 않는다. 기능 추가와 최적화 등은 개별 제조사의 영역에 맡겨두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 제조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은 ARM이 창업 때부터 가져온 철학이다.

'25년산 미래형 제조회사'의 혁신 스토리
우리는 지적재산권을 팔고 싶지 반도체 칩을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창업 때부터 반도체 제조사와 경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ARM은 프로세서 설계 지적재산권만 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표준이 되었죠. 처음부터 이 모델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밀어붙였습니다. 우리 기술은 전력효율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바일 시장에 집중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안토니오 비아나 사장 인터뷰(이하 생략)

ARM 입장에서 인텔은 경쟁사가 아닌 협력사다. ARM은 프로세서 설계를 인텔과 삼성전자 (78,500원 상승500 -0.6%),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브로드컴, 르네사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에 판다.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빵 만드는 법을 팔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ARM의 기술을 토대로 각자의 시스템에 맞는 칩을 만든다. 그리고 이 칩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에 탑재된다.

모바일 붐과 함께 ARM에도 급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 기기의 95%, 전자제품의 25%가 ARM 기술을 쓰고 있다. 지난해 출하된 ARM 기반 반도체 칩은 100억개가 넘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ARM 기술 기반 프로세서 개발 팀도 운영하고 있다. 창업 때부터 모바일 시장만을 파고 든 덕분에 이 시장에서는 지금 인텔이 아닌 ARM이 최강자로 불린다.

ARM의 연매출은 11억1800만 달러(약 1조1400억원, 2013년 기준, 최근 실적 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무려 50%에 달한다. 그것도 오로지 라이센싱과 로열티로만 거둔 수입이다. 공장 없이도 높은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물론 주가도 수년째 계속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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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의 매출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ARM은 라이선싱 피(fee)와 로열티를 비교적 낮게 유지하고 있다. 많은 고객사들의 다양한 제품에 기술이 활용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사용료가 비싸서 기술을 쓰지 않는다면 ARM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ARM은 인더스트리 가치사슬 생태계(eco-systems) 전체의 성장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25년산 미래형 제조회사'의 혁신 스토리

◇생태계가 있어야 내가 산다

'협업을 통해 큰 혁신을 이룬다'(through collaboration comes the greatest innovation).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한둘의 플레이어가 지배하는 다른 인더스트리와 달리 모바일 인더스트리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여해 경쟁과 협력을 하기 때문에 혁신이 잘 일어나고 있습니다. ARM은 어떻게 혁신을 잘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들 모두와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 지 그 방향과 전략을 이해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ARM이 있는 것입니다.
기존의 제조업 비즈니스 모델에서 제품(product), 산출물(outputs), 거래(transactions), 공급자(suppliers), 요소(elements)들은 각기 솔루션(solutions), 결과물(outcomes), 관계(relations), 네트워크 파트너(network partners), 생태계(eco-systems)로 바뀌고 있다.(참고문헌 The servitization of manufacturing: Further evidence) ARM은 이를 선도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기업이다.

'25년산 미래형 제조회사'의 혁신 스토리
ARM은 '인더스트리 생태계네트워크 파트너들과 협력적 관계를 통해 솔루션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다. 이 문장 안에 혁신적 제조업 비즈니스 모델을 구가 중인 ARM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별 기업들이 각자의 프로세서와 설계를 만들려 한다면 생태계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ARM의 에코시스템에 참여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언제든지 살 수 있는 ARM의 설계를 활용하고, 대신 반도체 칩이나 제품에 부가가치를 최대화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이같은 이점으로 고객사들을 만족시켜 왔기 때문에 ARM은 20년 넘게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ARM의 공존을 통한 생태계 유지 노력이 드러나는 국내 사례도 있다. 산업기술단지 중 하나인 충북테크노파크는 국내 중소 반도체 업체가 ARM의 기술을 이용하고자 할 때 ARM의 지적재산권을 싼값에 제공하는 유통자 역할을 한다. ARM은 수익 면에서 불리함을 감수하고 수년째 이같은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중소기업까지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파트너들과의 활발한 협력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ARM은 직원 약 3000명 수준의 조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파트너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직원들도 본토인 영국에서 고용한 인력은 절반 이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기 다른 시차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 13개국 지사를 거점으로 많은 글로벌 인재들을 고용하고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칩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우리 조직은 매우 단순(simple)하고, 독특(unique)합니다. 비용 구조도 연구개발(R&D) 비용과 인건비가 전부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항상 우리 스스로를 날렵(nimble)하고, 유연(flexible)하게 만들어 시장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걱정해야 할 큰 공장도, 재고창고도 없습니다. 이런 점들이 우리의 성공요인이고,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모바일 다음은 사물인터넷

ARM의 다음 방점은 비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에 찍혀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모바일 시장과 비모바일 시장의 비중을 반반씩 유지하는 데 애쓰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입증된 전력효율 기술을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서버 등 다른 분야에까지 확장하고 있다. 아울러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서 리더를 자처하고 나섰다.

ARM은 선진국 중 가장 가시적이고 빠른, 영국 정부의 사물인터넷 투자 정책(2025년까지 1000억 파운드 투자 계획)에 발맞춰 ARM은 표준화 추진 등 이 시장을 선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전력효율 기기를 위한 사물인터넷 표준규격 기술을 개발한 센시노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업계 최초로 포럼을 설립했고,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를 지원해 '사물간 인터넷 비즈니스 지표: 조용한 혁명의 시작'(원문 The Internet of Things Business Index: A quiet revolution gathers pace 보기)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영국 정부와 시범 사업으로 케임브리지 본사 내 회의실 등에 사물인터넷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ARM은 특유의 전력효율 기술과 소형화 기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300억개 이상의 기기들이 ARM 생태계에서 서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헬스케어를 비롯해 환경과 교육 등에서 삶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세상은 지금 초연결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ARM이 이 시대를 이끌 것입니다. 올해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등장한 사물인터넷 제품 중 80%가 ARM 기술 기반의 제품들이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사물인터넷은 규모(volume)가 중요합니다. ARM 생태계에서 이 규모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파트너들과 공유하고 있는 기존 기술과 생태계가 사물인터넷 분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파트너들과 함께 더욱 협력하고 혁신할 것이며 새로운 기회를 찾아낼 것입니다.

이처럼 최근 사물인터넷에 대한 높은 관심과 더불어 관련 업계의 주도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구글도 적지 않은 투자를 통해 시장과 이용자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참고기사 The Internet of Things might not be what you're hoping for 보기)

ARM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 새로운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지 여러 관련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ARM의 이같은 도전과 혁신 과정은 우리 기업들에게 의미 있는 '케이스 스터디'의 기회이자 혁신의 방향과 전략을 점검해 볼 수 있는 '모델'이 되고 있다.



[오피니언]한국 제조업 혁신에 대한 제언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학 박사)

'25년산 미래형 제조회사'의 혁신 스토리
그동안 국내 산업 혁신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R&D 외에도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조직 혁신, 일하는 방식의 혁신 등이 필요할 것이다.

미래 제조업분야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창의적 지적 자산을 확보하고, 창의력에 기반한 기업들의 혁신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역량 없이는 언제까지나 선진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후진적 가치창출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 기존의 추격형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방식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창의적 지식과 아이디어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나 발상의 전환 또는 치밀한 수요자·시장 분석에 기초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는 뒤쳐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퍼스트무버(First mover) 보다는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를 선호하거나 '관망'(wait-and-see) 전략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다.

글로벌 경쟁기업들은 이미 제조 영역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지적자산을 확보하고, 기존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이행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원천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제조업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절박한 위기감에서 새로운 개념의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 제조업에서는 빅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분석수단을 통해 시장 변화와 수요자 소비패턴 변화를 철저하고 선제적으로 분석, 새로운 수익 아이템을 발굴해야 한다. 소위 3D 프린팅 기술과 같은 새로운 생산방식도 확보해야 한다. 혁신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소재, 부품, 소프트웨어, 디자인, 유통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파트너들과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해야 한다.

정부는 기존과 같은 R&D 자금 지원과 세제 지원 등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의 지적자산을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장석인 박사는 산업 연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산업 혁신과 융합 전문가로 통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연구원을 지냈으며 산업연구원에서는 주력산업실장, 서비스산업실장, 성장동력센터장과 산업경제연구센터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신성장동력산업과 산업생태계 등을 집중 연구해 왔다. 지난 4월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컨퍼런스 '2014 키플랫폼'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와해…혁신 101' 리포트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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