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40% 급락… 종로 귀금속 상가에 투자자 '북적'

　#이달 초 둘째 딸의 돌잔치를 치른 K씨는 돌반지 선물이 10개나 들어왔다. 2년 전 첫째 아이의 돌잔치 때에는 현금이나 다른 선물이 많이 들어온 반면 돌반지는 2개 밖에 없었다.

　최근 금값이 저점을 이어가면서 종로 귀금속 상가에는 금을 사려는 투자자들로 붐비고 있다. 올 들어 골드바를 비롯해 돌반지, 예물 등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금거래소

　귀금속 전문 거래업체인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골드바 판매량은 지난해 월평균 59Kg에서 올 들어서는 월평균 69Kg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는 94Kg의 금이 판매됐다. 한국금거래소는 이달 판매량이 100Kg을 넘어서면서 월간 판매량 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금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는 것은 금값이 고점대비 40% 가까이 떨어지면서 저점이라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9월 금 한 돈(3.75g)당 판매가는 29만5029원(부가세 포함)으로 최고가를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 28일 기준으로는 최고가 대비 38% 하락한 18만2276원까지 밀렸다.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던 3월 20만8060원에 비해서도 13% 가량 낮은 가격이다. 1Kg짜리 골드바 가격은 최고 7732만원에서 현재는 4777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골드바 가격이 5000만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은행 PB센터에도 골드바 투자를 원하는 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골드바는 살 때 부가세 10%와 매입량에 따라 5% 내외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금 펀드나 파생결합증권(DLS) 등과 달리 수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없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는 7월 팻카(FATCA·해외금융계좌 납세협력법) 시행을 앞두고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있는 고액 자산가들도 골드바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팻카가 시행되면 한국에 금융기관별로 잔액이 5만달러(약 5100만원)를 초과하는 계좌를 갖고 있거나 만기 때 돌려받는 총액이 25만달러(약 2억5500만원)를 초과하는 저축성 보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해외 주재원, 미국 장기 체류자 등은 금융정보가 미국에 통보돼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명의 추정이 어려운 금 등 실물로 자산을 옮겨놓으려는 투자자들이 골드바를 찾고 있다.

　금 투자와 함께 은 투자에 대한 인기도 꾸준하다. 올들어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된 실버바는 2740Kg으로 1월 450Kg, 2월 660Kg, 3월 420Kg, 4월 470Kg이 판매된데 이어 5월에는 740Kg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북한발 위기로 실버바를 수백Kg씩 매입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3월, 4월, 6월 판매량이 월간으로 1~2톤이 판매되기도 했다. 지난해 연간 실버바 판매량은 10톤을 넘어섰다. 현재 실버바 가격은 1Kg당 80만원대로 2011년 4월 최고가이던 220만원에 비해서는 64%가량 떨어졌다. 86만원대이던 연초보다는 7%가량 가격이 하락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고액자산가들은 금값이 빠질때마다 꾸준히 골드바를 사고 있고 실버바는 가격부담이 낮아 젊은층들의 매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금값이 높았을 때 엄두도 못 내던 돌반지에서부터 순금 목걸이 등을 찾는 고객들도 늘고 있어 모처럼 귀금속 업계에 생동감이 찾아든 느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