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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기업마다 다른 판결, 갈피 못잡는 재계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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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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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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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 포함여부 엇갈려 '신의칙' 적용기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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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으로서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대법원)

"아시아나항공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서울중앙지법)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차액을 지급하는 것을 놓고 지난달 29일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계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최대 쟁점으로 삼으려는 '통상임금'에 대해 법원이 상이한 결론을 내놓자 재계는 더욱 갈피를 못잡겠다는 표정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추가수당 지급을 놓고 '신의칙'에 위배돼서는 안된다는 단서를 달면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 자체의 위협'이 예상된다면 소급분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어려움'의 '계량화'에 대한 법리해석을 재판부가 제각기 다르게 하면서 판결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대법원이 근로자 남모씨(57)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는데 소급분 지급에 대해 '신의칙' 위배에 대한 심리가 미진하다는 게 재판부의 견해다. 이는 지난해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법원이 '신의칙'을 적용해 파기환송한 첫 사례기도 하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노사가 임금협상에서 인상률과 각종 수당 증액을 결정했다"며 "연 700%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노사합의로 정한 통상임금의 액수를 훨씬 초과할 여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또 "한국GM은 생산직 근로자수가 1만1000명에 달하고 초과근로가 상시적으로 이뤄진다"며 "소급분을 지급할 경우 한국GM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며 다시 심리할 것을 명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은 전직 아시아나 객실승무원 이모씨(39) 등 29명이 낸 소송에서 "회사는 미지급 수당과 퇴직금 등 9959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미지급분을 지급한다고 해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시아나의 '신의칙' 위배 항변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판단의 근거로 아시아나가 △2010년, 2011년, 2012년 당기순익을 기록한 점 △매출이 증가추세에 있는 점 △자본금이 8000억원 넘는 규모의 회사인 점 등을 들었다. 아울러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해마다 93억원의 추가 지출이 예상되나 이는 회사가 지출하는 인건비(6817억원)의 약 1.3%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 4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철강재 포장회사 누벨 근로자 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회사는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소급분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추가 부담할 재정적 부담을 당기순익과 비교,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지를 판단했다. 중소기업 누벨이 2012년 기준으로 추가 부담할 인건비는 3억8900만원으로 그해 당기순익(8850만원)을 훨씬 초과한다.

거꾸로 막대한 예산을 가진 정부에는 '신의칙' 적용이 안된다는 판결도 나왔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고용부 산하기관 고용안전센터 직원 9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누락된 수당 등 3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하는 공적주체라는 점 △일반 기업에 비해 탄력적인 지출이 용이하다는 점 등을 들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같은 판결을 종합하면 소급분 지급주체(회사 혹은 정부)의 사정에 따라 '신의칙' 위배 여부가 달라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당시 '신의칙' 적용기준에 대한 혼란이 예상됐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앞으로도 개별회사의 사정, 관할법원 등에 따라 다른 판결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규모, 내·외부 상황에 따라 소급분 지급을 판단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기업 사정과 상관없이 노사가 그동안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한 임금체계에 합의해왔다는 것을 공평히 바라보며 접근해야 한다"며 "순이익, 자본금 규모를 따져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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