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35명, 악기 연주로 '자신감' 날개 달다

삼성전기가 후원하는 장애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인 'Hello! SEM 오케스트라'가 17일 저녁 경기 수원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 소극장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발달장애 2급인 이준영군(16)은 요즘 입가에 미소를 달고 산다. 불과 9개월 전까지만 해도 악기를 다뤄본 적 없던 그에게 콘트라베이스라는 취미이자 특기가 생긴 덕분이다.

이군의 변화는 지난해 10월 삼성전기 (144,800원 ▼3,200 -2.16%)가 에이블아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만든 국내 최초 장애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인 'Hello! SEM 오케스트라'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이군은 일주일에 2번씩 개인레슨과 앙상블연습을 하며 연주를 배웠다. 이젠 정기연주회에서 유일하게 독주 무대를 가질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비단 이군만의 얘기가 아니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낮아 악기 연습은 커녕 5분 이상 앉아있지 못했던 아이들이 9개월 만에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과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합주하는 어엿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됐다. 이들이 17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 소극장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Hello! SEM 오케스트라'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 2학년까지 지적·자폐성·지체·시각 장애아동·청소년으로 구성된 전문 오케스트라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장애아동·청소년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재활 치료를 지원한다.

삼성전기는 오케스트라 후원 및 사업 운영 지원, 에이블아트는 장애아동들에게 전문적인 음악 교육, 어린이재단은 사업 운영을 각각 맡고 있다. 단원들은 교육비와 악기 등 모든 관련 비용을 지원받으며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고 있다.


이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트럼펫 듀엣 연주를 시작으로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과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등 클래식 음악 9곡을 연주했다. 첫 무대라는 긴장에도 불구하고 능숙한 연주 실력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장애·비장애 연주자로 구성된 '에이블뮤직그룹'과 'hello! SEM 오케스트라' 강사들이 바이올린 협연 무대를 펼쳤다. 오케스트라 예비 교육 연습생인 '기쁜 SEM 음악교실'과의 앙코르 합창 무대도 선보였다.

이날 바이올린을 연주한 지적장애 2급 김원중군(13)의 모친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런 성과를 내서 감동했다"며 "단원들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이종상 삼성전기 인사팀장 상무는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장애아동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갖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삼성전기는 아이들의 재능 개발과 사회성 향상에 지속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기는 '전자제품의 뼈대인 전자부품을 제조한다'는 업의 개념을 살려 장애인 지원을 회사의 대표 사회공헌활동으로 삼고 있다. 장애인의 잠재력 발굴과 재활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장애학생 음악콩쿠르'와 '장애인 배드민턴대회' 등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