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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 은행ATM 수수료 인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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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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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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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 은행ATM  수수료 인상 딜레마
프랑스 대혁명 이후 집권한 자코뱅파의 지도자였던 로베스 피에르는 공포정치로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평등지향적 경제정책 또한 많이 거론된다.
 
그는 프랑스 어린이들이 우유를 값싸게 먹을 권리가 있다면서 우유 가격을 낮추는 등 주요 생필품의 가격을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우유 가격이 떨어지자 수요자인 일반 국민들은 이를 반겼다. 하지만 우유를 공급하는 낙농업자들은 채산성이 맞지 않게 되었다. 결국 일부 낙농농가가 우유 생산을 포기하고 젖소를 도살한 뒤 낙농업을 접어버리는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유 공급이 줄어들었다. 가게 앞에 긴 줄이 생기고 원하는 만큼 사기가 힘들어졌다. 절실히 우유를 필요로 하는 경우 뒷돈을 주고 구해야 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가격은 내렸지만 물건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국민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와 함께 가격인하 조치도 막을 내렸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09년 3만2902개였던 6개 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IBK기업·외환)의 자동화기기가 2014년 3월 말 현재 2만6110개로 줄어들었다. 5년 사이에 6792개, 비율로는 20.6% 줄어들었다. 은행들이 이처럼 자동화기기를 줄인 것은 수수료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자동화기기 및 송금관련 수수료 수입이 2010년 256억원에서 2013년 138억원(연간 기준)으로 46.3% 감소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에 자동화기기 및 송금수수료 수입이 각각 25.4%와 22.2% 줄었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감독당국의 조치가 한 몫을 했다. 감독당국은 자동화기기 및 송금관련 고객 수수료가 금융소비자에게 직접적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고, 결국 2011년 수수료가 일제히 절반 가까이 내리거나 일부 무료로 전환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문제는 이렇게 낮추어진 가격이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수수료 인하 직후인 2012년 은행들은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운용으로 844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당 평균 166만원의 손실을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자동화기기 설치비용 중 가장 큰 것이 임대료다. 주로 빌딩 1층에 기기가 설치되다보니 상당한 임대료 지출이 발생한다. 경제논리에 충실하게 가격을 정한다고 하자. 이 경우 중심지에 설치된 ATM 수수료는 훨씬 높게, 반대로 임대료가 싼 주변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설치 지역과 상관없이 수수료가 일정하게 책정되고 그 수준도 낮다보니 ATM 운용에 따른 손실이 발생한다.

물론 소비자가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면 창구업무 수요가 감소하고 은행은 창구인력을 줄일 수 있는 등 간접적 이득이 생긴다. 따라서 은행은 이 부분까지 반영하여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하지만 명시적인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은 수수료가 부당한 수준으로 높게 설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준다. 또한 거꾸로 자동화기기 수수료가 직접 비용은 커버할 정도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가치가 있다.

우유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젖소가 줄어든다. 수수료가 낮으면 ATM이 줄어든다.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이거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라는 식으로 서비스라는 단어가 '공짜'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지급에 다소 인색한 분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당국은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국내 서비스 시장의 시장 실패를 보정하는 역할까지 감안해야 한다. 은행과 금융당국 그리고 소비자 간에 보다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져 자동화기기의 수수료가 적정 수준에서 설정되는 등 금융서비스 시장에서의 수급요건이 보다 원활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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