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붕괴시대…'절제의 훈련'이 필요하다

김종태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장

현 정부는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을 64%(2011년)에서 임기 중 7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과거 중산층 비중은 1990년에 74.47%에서 2000년에 70.87%로, 그리고 2010년에는 67.33%로 낮아져 왔다.

지난 20여년간 7%포인트 낮아진 중산층 비중이 고소득층으로는 2%포인트 , 저소득층으로는 5%포인트 이동했다.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일본은 2003년부터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2011년 현재 중산층 비중이 각각 54%와 71%로 낮아졌다.

중산층은 그 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며, 사회 안정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계층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중산층의 정의는 무엇이고, 나는 그 중산층에 포함되는지부터 알아보자.

중산층의 기준은 나라마다 다른데 미국은 시민의식을, 영국은 신사정신을, 프랑스는 문화의식(외국어, 스포츠, 악기, 요리)을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직장인 대상으로 설문조사 해보니 경제적 수준을 가지고 중산층을 정의하고 있다.


'부채없는 30평 이상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급여는 500만원 이상이며, 자동차는 2000cc급 중형차를 소유하고, 예금잔고가 1억원 이상이며, 해외여행을 1년에 1번 이상 다니는 사람'인데 이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지만 수입기준으로만 본 중산층 기준으로는 OECD가 '그 나라 전체가구의 소득의 중간 값의 50~150%에 해당하는 소득계층'이라고 중산층을 정의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중산층비중은 이 기준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중산층 붕괴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임금소득의 하락과 순자산의 감소, 가계부채의 증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가 고도성장기에서 저성장·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생기는 현상 중의 하나인 것이다.

수입(Inflow)이 감소하는 저성장·저금리시대, 중산층이 붕괴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출(Outflow)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절제의 훈련'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유아양육비, 사교육비, 결혼비용, 경조사비용 등 일상적으로 큰 고민없이 지금까지의 패턴대로, 그리고 주변을 의식하면서 지출했던 소비행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겠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부부가 같이 가계부를 작성하되 복식부기로 써본다든지, 자녀는 부모님 용돈을 연금저축으로 가입해 드리고, 부모는 손주들 용돈을 적립식펀드로 가입하는 등 새로운 소비행태를 만들어가야 하겠다. 그냥 헤프게 쓰게 될 용돈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언젠가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기억난다. 딸 셋을 둔 어느 금융기관의 임원이 막내딸이 대학을 입학하자 딸들을 불러 놓고 본인의 재산을 공개했다고 한다. 그리고 각자의 결혼자금으로 얼마씩을 주고 나머지는 본인 부부의 노후자금으로 쓸 것이라고 선언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딸들도 각자가 받을 장래 결혼비용에 대해서 동의를 했다고 한다.

그 비율은 큰 딸이 100(선배는 실제 금액은 밝히지 않고 비율로만 설명했다), 4살 아래인 둘째 딸이 120, 둘째보다 한 살 아래인 셋째 딸이 130이었다고 한다. 나는 왜 3명 모두에게 같은 비율로 주지 않았는지, 만약 차이를 둔다면 큰 딸에게 더 주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대답을 듣고는 역시 금융기관 임원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큰 딸이 먼저 결혼을 할 것이고, 둘째와 셋째는 그보다 몇 년 후에 결혼을 할 텐데 아무래도 나중에 결혼 할수록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비용이 더 들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문득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의 결혼비용 자료가 생각났다. '2001년 약 9000만원(신랑부담 6000만원, 신부부담 3000만원)이 소요됐던 평균 결혼비용이 2012년에는 약 2억원(신랑 1억5000만원, 신부 50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비용증가의 상당부분은 주택자금(전체 결혼 비용의 68%)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몇 년 후에 큰 딸이 결혼했고, 약속대로 100만큼의 결혼비용을 딸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딸이 실제 결혼비용으로 쓴 금액은 그 중의 '30%'였다고 한다.

나머지는 예금통장에 넣어가 신랑과 함께 전셋집을 장만하는데 썼다고 한다. 만약 부모의 재산공개와 자녀별 결혼자금 분할(?)을 애당초 하지 않았다면 부모가 실제 지출했을 결혼 비용은 100을 훨씬 초과했을 것이다. '30' 정도로도 가능했을 결혼비용을 말이다.

이렇듯 부모와 자녀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절제하는 생활을 한다면 저성장·저금리 시대, 중산층 붕괴의 시대도 지혜롭게 극복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