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가 공무원을 춤추게 할 수 있을까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1990년대 중반 몰락 위기에 몰렸던 IBM의 혁신 성공 이유는 인센티브
-국가개조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인센티브 필요
-인센티브 아는 CEO출신 새 총리 기용 고려를 

# “수십만명 조직원들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기란 너무너무 어렵다. 변화는 (CEO가) 명령한다고 달성되지 않고, 잘 계획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CEO가)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적절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CEO는 (효과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할 수 있다.”(루 거스너 IBM회장 회고록, 2002)


세계 최대 테크놀러지 기업이었던 IBM은 1990년대 중반 들어 몰락 위기에 처했다. 1960~70년대 컴퓨터 시장을 주도하며 매년 수천 개에 달하는 특허를 등록했던 IBM이 죽어가고 있었다. IBM은 너무나 비대했고, 관료적이었으며, 철저히 무기력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이때 새롭게 CEO로 영입된 루 거스너(Lou Gerstner) 회장은 효과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 죽은 IBM을 다시 혁신 기업으로 변모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은퇴후 회고록(꼬끼리를 춤추게 하라: Who Says Elephants Can’t Dance?)을 통해 IBM의 개혁은 쉽지 않았지만, 인센티브야말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였다고 밝혔다.

# “과거부터 쌓여온 적폐를 바로 잡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동안 쌓여온 비정상과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공직혁신을 통해 반듯한 나라를 만들어...” (국무회의, 6월10일). “그동안 켜켜이 쌓여왔던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문제들을 추상같이 바로 잡고...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 (우즈벡 동포 간담회, 6월16일)


세월호 사건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연일 국가개조를 부르짖고 있다. 그리고 그 국가개조의 핵심에 공직사회의 개혁을 가장 앞세우고 있다.

박대통령의 시각으로 보면, 지금의 한국 공직사회의 모습은 1990년대 중반 몰락 위기에 몰린 IBM과 비유된다.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저 사무적으로 처리할 뿐 열정이나 혁신정신이 빠져 있다. 거미줄처럼 뒤얽힌 의사결정 체계는 질식할 정도로 답답하고 굼벵이처럼 느리다. 게다가 공직 문화에 깊숙이 박힌 복지혜택(entitlement)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 “국가개조를 이끌, 국가개혁의 적임자인 새 총리를 찾고 있다.” (수석비서관회의, 6월2일)

그동안 박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이끌 새 국무총리를 찾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리고 박대통령이 빼어든 첫번째 카드는 검사 출신이었던 안대희 후보. 그는 박대통령이 빼어든 채찍 카드였다. 그 채찍으로 박대통령은 그동안 켜켜이 쌓여왔던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문제들을 ‘추상같이’ 바로 잡을 수 있었을 줄 모른다.

그런데 채찍만으로 공직사회의 적폐를 해소할 수 있었을까? 코끼리같은 공무원 조직을 스스로 춤추게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국가개조는 적절한 인센티브 없이 호통과 명령, 벌칙과 채찍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뒤 두 번째로 빼어든 카드는 언론인 출신 문창극 후보. 그런데 이 카드는 솔직히 모르겠다. 오히려 박대통령의 국가개조 의지를 희석시키는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더군다나 그의 논란많은 역사관·가치관(종교관) 때문에 공무원 조직앞에서 총리의 영(令)이 제대로 먹힐지 의문이다.

# 만약 박대통령이 이제 세 번째 카드를 고민중이라면 CEO출신 새 총리는 어떨까? IBM의 사례와 같이 인센티브의 효과를 알고 적절히 적용할 줄 있는 그런 CEO를. (전임 대통령 때문에 CEO출신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건 안타까운 일이다.)

진정한 국가개조를 책임진 새 총리는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시, 공직사회가 국가개조에 스스로 앞장 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IBM 거스너 회장이 말했듯이 코끼리는 호통과 채찍, 자기주장만으론 춤추게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