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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고리 1호기 폐쇄? 돈·규정·기술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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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유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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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2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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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추정 고리 1호기 해체비 1兆 이상… 규정 마련에만 10여년 필요한 실정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원자력본부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원자력본부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발전은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에너지는 아니다. 모든 원자력발전소는 '수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원전의 경우 일반적으로 30~40년, 한국형 3세대 신형 경수로(APR1400)도 60년이다. 원전을 건설하는 순간 원전 폐쇄, 이른바 '폐로(廢爐)'도 기정사실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설계수명을 넘어선 노후 원전은 폐쇄 결정이 나면 바로 폐쇄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다. 원전은 짓는 것보다 부수는 게 더 어렵다. 방사능에 오염된 폐기물을 처리하는 고도의 기술과 함께 발전소 건설과 맞먹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한수원, 원전 폐로비 '0원'=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해체비를 1기당 6033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9년 기준 3251억원(물가상승률 반영 2011년 3989억 원)이던 것을 15%의 예비비 항목을 신설해 2012년 6033억원으로 2044억원 인상 책정했다.

우리나라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전 23기를 지금 당장 폐로 한다고 가정할 때 전체 사후처리비는 단순계산으로 13조8759억 원이다.

원전 운영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사후처리복구(폐로) 비용을 충당부채 형태로 적립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적립한 원전해체비용은 9조9986억 원이다. 사용후핵연료 및 중·저준위방사선폐기물 처분 비용을 모두 합치면 12조3929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폐로 비용이 한수원 경영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현금으로 모아져 있지 않고 장부상의 부채로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한수원 측은 "집에 돈이 있는 데도 이를 (충당금으로) 묶어 놓고 밖에서 비싼 이자를 물고 사업자금을 빌리는 것은 비효율의 극치"라고 설명했다.

월성·고리 1호기 폐쇄? 돈·규정·기술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폐로 비용을 전액 충당부채로만 적립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수원이 평균적으로 50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사내유보금 대부분을 원전 건설 등 신규 사업과 원전 유지·보수에 투입하고 있어 폐로 비용은 추가적인 빚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올해 1분기 말 총 부채는 27조원. 이 중 45.9%가 폐로 비용으로 적립된 충당부채다.

더욱이 정부의 추정치는 사실상 '최소비용'에 가깝다는 것도 문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1년 '고리 1호기의 설비용량당(㎿) 해체 비용을 약 101만 달러(1999년 기준)로 보았다. 전체 설비용량으로 계산하면 7090억 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현재가치로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정부 추정치의 1.7배에 이른다. 사용후 핵연료 및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까지 고려하면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원전 폐로 과정에서 사고라도 일어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일본 정부는 100만㎾급 1기당 폐로 비용을 약 3681억 원으로 추정했으나,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및 복구에 약 265조원이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규정 있는데 해체규정은 없다?=우리나라의 폐로 정책과 제도가 전무한 것도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법상 원자력시설 해체에 관해 원론적인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등 세부 규정이 없다. 현행대로라면 설계수명이 지난 원전을 가동은 멈춰도 해체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리 정부에 "원자력시설 해체에 대한 규정과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용 원전의 폐로 경험이 '전무'한 것도 어려움을 더한다. 한국의 폐로 경험은 1997년부터 3년간 진행한 트리가원자로 2호기(트리가마크Ⅲ)뿐이다. 폐로 경험이 전혀 없던 우리나라는 2㎿급에 불과한 트리가마크Ⅲ를 페로 하는데 5년의 시간과 192억 원의 비용을 들였다.

정부 역시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 원전 해체 경험이 없는 데다 관련 기술이나 전문가도 부족해 폐로 과정에 대한 추정 자체가 어렵다"며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 등 노후 원전을 폐로 한다면 당장 해외에서 전문 인력을 대거 초빙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 문제도 심각하다. 폐로 작업은 원자로 냉각(4~5년)을 거쳐 '제염·해체' 절차에 들어간다. 사용 및 보관중인 핵연료봉을 빼내는 작업이 첫 단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사용후 핵연료 처분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여론수렴으로 처분방식 권고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미지수다. 결국 원자로와 임시저장된 사용후 핵연료는 놔둔 체 보조시설만 해체하는 부분 폐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발전만 안 할 뿐 원자력시설로 계속 남게 돼 실질적인 폐로로 볼 수 없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폐로를 하고 싶어도 기술, 자금 등의 국내 원자력업계의 여건상 폐로에 나서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며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폐로를 위한 기반여건 조성에 최소 10여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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