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감주, 지난해 여름이 데자뷔 될까?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현재 주가를 보고 있으면 지루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주식시장도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1년 전 여름과 가을이었다. 당시 1800선 마저 무너졌던 코스피가 6월 말을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화학과 조선 업종을 중심으로 한 경기민감주가 있었다.

최근 일부 경기민감주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여름과 가을의 데쟈뷰를 기대하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가능할까? 향후 시장 방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경기민감주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도 없는 투자자도 같이 고민해봐야 할 이슈다.


우선 주가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난해와 상황은 비슷하다. 이는 경기방어주 대비 민감주의 상대 강도 추이를 그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경기민감주 반등 직전과 동일하게 방어주 대비 민감주의 상대강도가 바닥권에 진입해있기 때문이다.

상대강도 추이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경기민감주 주가는 방어주 대비 좋았던 만큼 빠져야 다시 좋아지는 패턴을 보이는데 지금 그 시점에 와있다는 점이다. 경기민감주의 반격이 가능해진 시기와 주가라는 의미다.

상대적인 관점 외에 절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이를 지지한다. 금융위기 포함 경기민감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 바닥은 0.80배다. 현재 PBR 0.85배를 감안할 때 추가 하락여력은 5%내외로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의 경기민감주 보유 전략은 실보다 득이 큰 게임이라 판단한다.


문제는 '경기민감주가 얼마만큼 상승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결론부터 언급하면 기대수익률은 지난해보다 낮춰 잡아야 한다. 지난해 경기민감주 상승 국면보다 대외 경기 개선 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미국과 중국 경기는 실제로 상당히 좋았다.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5개월 연속 56을 상회했고, 중국 PMI도 51을 초과하며 경기민감주 상승을 뒷받침했다. 민감주 상승이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경기 개선 폭이었다.

반면 현재는 다소 부족하다. 경험적으로 국내 소재 섹터 주가 상승과 경기 개선의 분기점은 중국 PMI 51.6이다. 현재 중국 PMI는 50.8로 이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와 또 한 가지 결정적 차이점은 중국의 선진국 수출 증가가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수출구조 특성상 중국의 선진국 수출 증가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올해 2분기부터는 이런 흐름이 깨지고 있다.

중국의 대미국, 대EU 수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중국과 한국 수출 증가율이 동시에 개선됐던 지난해와 확연하게 다른 부분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중국의 공급과잉 또는 재고조정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중국의 주요 업종별 재고순환 추이를 살펴보면, 생산증가율이 재고증가율보다 낮아 재고조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중국의 재고조정이 진행된 이후 한국의 수출 증가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기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실제 경기민감주에 투영된 기대만큼 국내 관련 기업의 2분기 실적은 좋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리해보면 주가 측면에서 현재 경기민감주의 보유전략은 유효하나 지난해 4개월간 누렸던 수준의 경기민감주 반등을 기대해선 안 된다. 아직까진 방망이를 짧게 잡고 홈런보다 안타를 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