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를 피하지 마라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인간의 심리구조는 사실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위험회피적(risk-averse)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위험회피의 본능이 오히려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두 가지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복권을 사듯이 주식을 사는 행위다. 행동경제학자(behavioral economist)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1단위당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서 2.5단위의 수익을 요구한다고 한다. 본능적으로 위험회피적이기 때문에, 위험에 대비해서 상당한 수익이 있어야지만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복권은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잘 활용한 상품이다. 수십억의 수익을 위해서 고작 수천원의 위험을 지불하면 된다니, 위험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구미가 당길 만하다. 만약 지극히 합리적인 자라면 복권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권이 수 조원씩 팔리는 걸 보면, 이 세상에는 합리적인 인간 보다는 위험회피형 인간이 더 많은 것 같다. 소액투자자들이 소위 급등주, 대박주에 목을 메는 것도, 위험회피적인 본성 때문이라고 본다. 위험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요구하는 본성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 큰 위험으로 내 모는 아이러니로 작동하는 것이다.

둘째, 주가나 상품가격이 많이 오르고 나서야 매입에 나서는 행위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스스로를 보수적인 투자자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잃지 않기 위해 투자 대상물을 분석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해당 상품이 왜 오르는 지, 어떠한 구조를 가졌는지, 나아가 최근 성과가 충분히 만족스러운 지 등을 확인하고 나면, 그간 가격이 올라 있기 마련이다. 잘못된 상품을 피하려다, 잘못된 가격과 시기를 선택하게 되기 쉽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우리의 본성이 더 위험한 곳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피장봉호(避獐逢虎) : 노루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와 비슷한 논리다. 투자 자체를 회피할 것이 아니면, 호랑이를 피하기 위해 무언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위험회피적인 본성을 바꾸거나, 위험을 잘 관리하거나. 아무래도 본성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테니, 위험을 잘 관리(management)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다.

첫째, 위험에 친숙해져야 한다. 노루를 피하기보다는 잡아 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평생 노루를 피해 다닌 사람은 노루가 주는 혜택을 알지 못한다.

둘째, 위험을 구분해야 한다. 노루와 호랑이를 구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결국 가장 큰 위험은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상품을 높은 가격에 사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한 나름의 원칙을 설정해 놓되, 펀더멘털이 좋은 상품을 낮은 가격에 사는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겠다.

셋째, 감당할 수 있는 위험만 짊어지길 바란다. 내가 어렵지 않게 잡을 만한 노루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경험이 쌓이고 체력이 강화되었다고 느낄 때, 더 큰 노루에 도전하는 것이 옳다.

투자의 길에 나섰으니, 위험을 피할 재간은 없다. 그러나 위험을 피하기만 해서는 성과를 얻을 수도 없다.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management)해 거기에 수반되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