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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육신 빼앗은 세월호, 꿈까지 앗아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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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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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0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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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의 미술' 4일부터 무기한 전시회, '시연의 음악' 8월 중순 프로뮤지션같은 음원으로 만난다

아이들의 육신 빼앗은 세월호, 꿈까지 앗아가진 못했다
"예슬이의 손길, 시연이의 목소리…못다 핀 너희들 꿈은 지켜줄게"

세월호는 아이들의 육신을 빼앗았지만, 꿈까지 앗아가진 못했다. 여기 바다에 가기 전 모아둔 꿈을 자신의 방안 가득히 작품으로 실현해온 단원고 학생 2명이 있다. 꿈에서 시작해 꿈으로 끝난 미망(迷妄)의 스케치가 아니라, 꿈꿔온 시간만큼 피와 땀을 아끼지 않은 노고의 완성품이다.

단원고 고 박예슬 양과 고 김시연 양이 그 주인공. 예슬 양의 분야는 미술이고, 시연 양의 분야는 음악이다. 예슬 양의 작품은 전문가들도 작품자를 익명으로 한 평가에서 “탁월하다”는 칭찬을 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고, 시연 양의 그것은 최고의 대중음악 작곡가가 직접 마스터링 작업에 다시 손댈만큼 작곡 능력과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실제 이들의 작품을 보고 들으면, 그 아이디어와 능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을 정도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었을 아이들의 못다한 꿈, 그러나 아쉬움과 감탄이 교차하는 현재진행형의 꿈은 더 이상 부유(浮遊)하지 않고 세상밖으로 나오고 있는 중이다. 예슬 양의 작품은 오는 4일부터 무기한 서울 효자동 서촌갤러리에서 전시회로, 시연 양의 작품은 이르면 8월 중 디지털 음원(가족용)으로 우선 출시된다.

박예슬 양 그림 전시회. 4일부터 무기한 서촌갤러리.
박예슬 양 그림 전시회. 4일부터 무기한 서촌갤러리.

◇ 예슬의 미술…
“대통령과 할리우드 배우들이 내가 만든 인테리어 집에서 살길”


예술 양의 꿈은 첫 번째가 패션디자이너, 그 다음이 인테리어디자이너였다. 유치원때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여온 예슬 양은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다양한 그림을 다뤘다. 지난 달 26일 방문한 서촌갤러리에는 포장을 채 뜯지 않은 예슬 양의 작품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서촌갤러리 장영승 대표는 “예슬 양의 10여년 그림 인생이 모두 담겼다”며 “그림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이 아이가 하나하나 꿈을 위해 밤새 그렸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예슬 양의 구두 드로잉.
예슬 양의 구두 드로잉.

전시품에는 습작처럼 그린 드로잉, 구두디자인, 일기와 그림 등 36점이 걸린다. 이 중 구두디자인은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예슬의 꿈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2점의 구두디자인은 뒷굽의 높이가 각각 7~8cm, 10~11cm 등 여성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길이로 맞춰 그려졌다. 이 드로잉을 본 이겸비 디자이너가 자질이 충분하다며 직접 구두 샘플을 만들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예슬 양의 구두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다.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때 그린 그림인데, 이 그림은 성인들도 그리기 쉽지 않다.” “앞굽의 높이나 뒷굽의 높이로 볼 때, 실제 신을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는데, 천성적으로 능력이 있다.”

전문가들이 대부분 놀란 대목은 구두를 제대로 배운 사람도 못 그리는 그림을 중학생 아이가 낙서하듯이 그렸다는 사실이다. 예슬 양이 구두에 특히 애정을 드러낸 것은 어머니가 신고 다니는 구두에서 나는 ‘또각또각’소리 때문이었다. 그 소리를 따라 예슬 양은 기억을 다듬고, 이미지를 투영해 실제에 근접한 드로잉을 완성해냈다.

예슬양이 자유롭게 그린 풍경화.
예슬양이 자유롭게 그린 풍경화.

장 대표가 모든 그림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산 중턱에 그린 아담한 집 한 채다. 그는 “예슬 양의 가장 자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읽을 수 있으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월호 사고가 나기 이틀 전인 4월14일 그린 마지막 그림도 전시된다. 마치 종이가 구겨진 듯한 추상화풍의 그림은 세월호의 현장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암시가 배어있다.

세월호 현장을 암시하는 듯한 예슬 양의 추상화.
세월호 현장을 암시하는 듯한 예슬 양의 추상화.

한 방송에서 예슬 양의 아버지 인터뷰를 보고 전시회를 제안한 장 대표는 “(예슬 양의) 아버지가 남의 딸 얘기는 잘 아는데, 내 딸 이야기는 사실 잘 몰랐다”며 “스케치북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도 딸이 죽고나서 알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래서 더 원통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계속 안타까워했다고 덧붙였다.

예슬 양은 어떤 아이였을까. 이날 서촌갤러리에서 발견한 고등학교 1년때 적성검사표 중 ‘장래희망’을 기사로 표현해보라는 항목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요즘 인테리어디자이너로 유명한 박예슬이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집, 대통령집,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 집까지 인테리어를 해줬기 때문에 더 대세다. 세련된 가구 배치와 색상 선택에 따른 리모델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배우 공유와 특별한 친구가 되어서 더욱 유명하다. 내년 5월쯤 결혼에 골인한다는데, 많지 않은 나이에 돈과 명예, 행복과 사랑까지 쟁취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예슬을 본받자.”

자신의 성격을 진단하는 항목에서 예슬 양은 ‘지적 호기심이 많고 비판적이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잘 타지만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리고 남에게 잘해준다’고 적었다. 부모도 예슬 양을 “속이 깊은 아이”로 기억했다.

예슬 양의 전시회가 소리 소문없이 퍼지면서 전시회 포스터를 받고 싶다는 목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장 대표가 현재까지 만들어낸 포스터는 2만여장. 그는 “포스터를 나누는 이유는 많은 분들과 함께 전시회를 준비하고 싶어서”라며 “비에 젖어 바닥에 내버려지지 않도록 바깥보다 실내에서 오랫동안 보관해주길 바란다. 그게 예슬이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동그란 뿔테에 바가지 머리를 한 김시연 양.
동그란 뿔테에 바가지 머리를 한 김시연 양.

◇ 시연의 음악…
‘프로뮤지션 데뷔위한 연습의 나날, 작곡가 윤일상 참여’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쓰고 귀여운 바가지 머리를 한 김시연 양은 기타를 잡는 순간,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동요같이 밝고 예쁜 목소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제법 허스키한 보이스에 원숙한 가창력이 개성있게 드러난다.

기타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자신의 키(Key)에 맞추기위해 카포(Capo·조를 바꾸기위해 쓰는 바)를 사용해 그나마 손쉬운 C 코드를 사용할 법도 한데, 시연 양은 과감히 카포를 떼고 원래 키인 어려운 F 코드를 잡고 연주한다.

연주 패턴이나 가창력만 보면, 마치 SBS ‘K팝 스타’의 본선에 나선 ‘선수’같다. 그는 매일 이렇게 연습하고, 또 연습했을까.

장영승 서촌갤러리 대표가 자신의 개인 유튜브 사이트에 올린 비공개 영상에는 아마추어 흔적을 지우기 위해 고단히 노력한 시연 양의 결과물이 가슴 벅차게 울려 퍼진다. 이 영상의 노래 제목은 ‘난 말야’이다. 전날 라면 사진을 보내온 친구에게 ‘돼지’라고 놀려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가 차단된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었다.

‘언젠가 너가 내게 라면사진을 보내 내 위가 꼴렸을 때/그래서 내가 돼지라했더니 니가 날 차단 먹인게/오…눈뜨자마자 기타 붙잡고 시작하게된건/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이런 걸 쓰는 것도 너라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난 말야 너가 끓여준 치즈 라면도 먹고싶고/너가 해준 김치볶음밥 먹는건 내 꿈이야 꿈이야/일일이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핸드폰을 열면 나오는 니 얼굴이 너무 좋아서/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도 몰라/(중략)/너와 같은 세상에 있단걸 느끼는게 나는 행복해/난 너의 다리에 누울 때면 말랑대는게 좋고/춤추면서 계속 또 살랑대는 게 좋아/눈이 세 줄이 돼 웃는게 제일 좋아 나…/아침에 일어나서 보름달 뜰 때까지 이 노래 만든거 후회없음 좋겠어/그러니까 이제 나 차단시키지마 이 돼지야’(‘난 말야’ 중에서)

시연 양이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 이 노래는 고등학생의 생기있는 현재가 위트와 애정에 실려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사를 듣고 있으면, 언뜻 악동뮤지션의 재치와 돌발이 떠오르고, 창법을 찬찬히 음미하고 있노라면 솔(Soul) 음악을 하는 30대 여성 뮤지션의 관록이 제법 느껴진다.

'절대 동안'을 자랑하는 김시연 양.<br />
'절대 동안'을 자랑하는 김시연 양.

시연 양은 이렇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녹음하고 찍은 곡과 영상들을 30기가 용량의 저장장치에 담아두었다. 집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영상을 비롯해 노래방 영상, 기타로 작업한 단순한 곡 녹음, 컴퓨터 미디(MIDI)로 작업한 곡까지 다채로운 노래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영화 음악 감독이 꿈이었던 시연 양은 영화처럼 다양한 구성으로 자신의 작품을 한데 모은 셈이다.

장 대표는 현재 곡들을 모두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자작곡은 모두 4곡. 나머지 곡들에 대해선 친구들과 지인들, 전문 음악인을 통해 기존 곡인지 창작곡인지를 구분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시연 양의 재능을 알아본 작곡가 윤일상은 현재 좀 더 나은 곡으로 만들기 위한 디지털 작업에 들어갔다. 동안이지만, 노래를 하는 순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집중력있는 목소리, 어려운 코드도 무난하게 소화하는 기타 연주, 그리고 허스키하면서 안정적인 흑인 음색을 뿜어내는 가창력이 모두 그의 작업 의욕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오는 8월 중순쯤 디지털 완성본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시연 양의 노래는 우선 부모에게 소장용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 곡을 음원으로 공개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때 아이폰으로 녹음된 음질 문제로 기성 가수의 목소리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시연 양의 목소리 자체를 듣고 싶다는 가족의 바람으로 그대로 싣기로 했다.

장 대표는 “시연 양의 아버지도 딸의 음악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특히 자작곡으로 가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하라고 등이라도 두드려 줄 걸.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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