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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교사'혐의 운동권출신 시의원, 그에게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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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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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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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3인입장서 재구성한 '사건 풀스토리'

현직 서울시의원 김모씨(44)의 살인교사를 받은 팽모씨(44)가 지난 3월3일 새벽 12시18분쯤 범행을 위해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빌딩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 /사진=서울 강서경찰서 제공
현직 서울시의원 김모씨(44)의 살인교사를 받은 팽모씨(44)가 지난 3월3일 새벽 12시18분쯤 범행을 위해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빌딩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 /사진=서울 강서경찰서 제공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한 번 때리겠습니다."

지난 3월3일 새벽 12시40분쯤 팽모씨(44)는 강서구 내발산동 S빌딩 3층 화장실에 숨어있다 관리사무실로 들어가는 송모씨(67)를 따라가 흉기를 20여차례 휘둘러 살해했다.

송씨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팽씨가 건물에 들어서는 모습이 찍힌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고 수사하다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한다. 팽씨는 살해 직후 금고를 열었지만 1억원 상당의 현금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송씨의 가방을 불빛 밝은 곳으로 가져와 뒤지더니 수백만원 상당 돈뭉치는 그대로 두고 서류 뭉치만 챙겨 도주했다. 통상적인 '강도'는 아니란 얘기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국과수 감식 결과 송씨의 두개골에서는 주저흔이 다수 발견됐다. 팽씨는 주로 손도끼의 날카로운 날이 아닌 뭉툭한 육각형 모양의 쇳덩어리로 송씨를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적인 원한관계에 의한 의도적인 살해라면 단번에 날카로운 흉기를 휘두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러 번 주저한 흔적이 남은 것이다.

폭력·강도 전과가 전무한 '소심한' 성격의 팽씨는 어쩌다 평소 알지도 못하던 60대 재력가 빌딩에 새벽에 찾아가 살인을 저지르게 됐을까. 팽씨의 살인행위 뒤에는 어떤 보이지 않는 세력이 숨어 있었을까.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44)의 과거 서울시의원 활동 모습. /사진=온라인 게시판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44)의 과거 서울시의원 활동 모습. /사진=온라인 게시판

◇김씨= 전도유망하던 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 받기까지

김모씨(44)는 수도권의 한 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운동권 계열 학생회를 이끌며 정치인의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후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김씨는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8대 서울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후 도시계획관리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에서 상임위원으로 맹활약했다. 열정적으로 일 잘하는 시의원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신임도 두터웠다.

한 현직 시의원은 "김 의원은 상위 10%에 드는 의원으로 일 잘하고 능력 있고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며 "평소 발의도 활발히 하고 눈에 띄는 의정활동을 펼쳐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6·4지방선거에서 강서구 제2선거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도유망한 차세대 정치인이었던 김씨는 20일 뒤, 자택 앞에서 경찰에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됐다.

김씨는 젊고 청렴한 이미지였던 것과는 달리 시의원이 된 후 재산을 급격히 증식했으며 이 과정에서 숨진 송씨가 사실상 '스폰서'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주 끼니도 거를 정도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던 김씨는 시의원이 되고 갑자기 여유로워졌고 2012년엔 집도 산 것으로 조사됐다.

송씨 사무실에서 발견된 차용증에는 김씨가 2010~2011년 사이 송씨에게 5억2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돼 있었다. 이는 일부분에 불과했다. 남부지검이 제출받은 송씨 장부에는 김씨의 이름이 20여차례 언급됐고, 송씨가 김씨에게 건넨 금액은 5억2000만원보다 최소 7000여만원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밖에 송씨는 김씨에게 물심양면의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모 호텔 술값 7000만원 상당을 대납해줬으며 사건 발생 이틀 전에도 지역행사 협찬으로 수건 300장을 후원하는 등 지속적인 '스폰서' 관계를 가진 것이 확인됐다.

둘은 겉보기에 '좋은 관계'였지만, 김씨는 송씨와의 관계에 대해 10년지기 친구 팽씨에게만큼은 다르게 설명했다. 팽씨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송씨를 '악랄하게 돈 번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요즘도 (살인)청부하는 사람들이 있나?"라고 팽씨에게 묻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말 경기 부천시 상동의 한 식당에서 김씨는 팽씨에게 "빌려준 돈 7000만원을 받지 않을 테니 송씨를 살해해 달라"며 "5억2000만원짜리 차용증도 훔쳐와 달라"고 말했다. 송씨가 5억2000만원을 갚지 않으면 지방선거에서 낙선시키겠다고 협박한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송씨와 김씨의 오랜 '스폰서' 관계를 감안할 때 단순 5억여원 빚 때문이 아니라 청탁 관계가 어긋나면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일반토지를 상업지구로 바꿔 땅값을 올려주겠다는 명목으로 송씨에게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송씨와 수년간 일해온 건축사 한모씨(47)는 "송씨로부터 김 의원이 6·4 지방선거 전까지 S빌딩 토지 용도지역 변경을 처리해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실제 김씨가 송씨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한 다양한 흔적도 발견됐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주택과 산업지역이 혼합된 준공업지역에 호텔급 생활숙박업이 가능하도록 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1인 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서울시 토지이용정보시스템에 S빌딩이 포함된 지역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하는 안건이 '입안중'이라고 표시되기도 했으나 이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 용도변경은 실제 구청이 집행 권한을 갖고 있으며 시의회에 직접 결정권은 없다. 김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씨로부터 장기간 '스폰'을 받았다가 약속된 시한 내에 청탁을 들어주기 어렵게 되자 이 같은 사실을 선거 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송씨를 살인청부 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숨진 재력가 송모씨(67)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5억2000만원짜리 차용증 등 압수품이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공개됐다. /사진=뉴스1
숨진 재력가 송모씨(67)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5억2000만원짜리 차용증 등 압수품이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공개됐다. /사진=뉴스1

◇송씨= 수천억대 빌딩 부자가 잔혹하게 살해되기까지

송씨는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과 화곡동에 상가와 웨딩홀 등 여러 채의 건물을 가진 수천억대 재력가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러 차례 소송에 휘말리고 법정구속 되는 등 재산 형성과정은 평탄치 않았다.

송씨 소유의 S빌딩, 블리스웨딩홀은 2004년 숨진 재일동포 이순봉씨 재산으로 2002년 기준 매매가가 1000억원에 육박했다. 이씨의 8촌 인척인 송씨 부부는 1995년부터 대신 부동산 관리를 맡다가 2002년 이씨가 부동산을 당시 매매가의 50분의 1 수준인 20억원에 자신들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만들었다. 송씨는 이 두 건물을 담보로 다른 부동산을 연이어 구입하고 세를 놓아 재산을 증식했다.

건물 소유권이 송씨 부부에게 넘어갈 무렵 이씨가 이들을 사기 혐의로 고발해 2009년 1심 재판부는 계약서가 위조됐다며 송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2심 재판부는 일부 사문서위조 혐의만 인정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송씨는 해당 건물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송씨는 이 밖에도 2012년 12월 강서구 염창동의 한 건물을 경매를 통해 39억원에 사들인 후 호텔을 짓겠다며 체육시설을 없앴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센터 회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수백명과 법정분쟁을 벌여왔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는 주로 경매로 건물을 싸게 낙찰받아 임대업을 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재산문제로 민형사 소송에 다수 연루됐다"며 "보통 주변인 조사를 하면 열 중 한두 사람이 '그 사람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이번엔 열두 사람이 '참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평이 좋지 않다"고 귀띔했다.

오랫동안 S빌딩의 증축을 계획해온 송씨는 지역 시의원인 김씨를 통해 꿈을 실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송씨는 현재 4층 규모인 S빌딩을 지상 8층 규모 호텔로 증축하는 설계도까지 만들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용도변경이 처리돼 이 같이 증축이 가능해지면 건물의 용적률이 250%에서 800%로 올라 경제적 가치가 급상승한다.

송씨는 최근까지 둘째아들에게 "김씨가 손써서 잘 처리했으니 이번엔 용도변경이 될 거다"라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3월쯤 김씨가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처리해줄 능력이 없음을 알게 된 송씨가 김씨를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3월3일 직전 김씨가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일 송씨와 담판을 짓는다"며 살해를 종용했다는 팽씨 진술에 따라 청탁 성사 실패가 범행의 직접적 동기로 보고 있다.

재력가 청부살해 사건과 관련해 살인 혐의로 구속된 팽모씨(44)가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br />
재력가 청부살해 사건과 관련해 살인 혐의로 구속된 팽모씨(44)가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팽씨= 평범한 소시민이 살인 저지르고 모든 것 털어놓기까지

팽씨는 김씨와 10년 이상 된 친구 사이로 김씨에게 7000만원 빚을 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김씨의 사주를 받아 살해까지 한 동기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경찰은 김씨를 향한 팽씨의 '맹목적인 애정과 믿음'이 이같은 비극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팽씨는 주변인들에게 평소 김씨를 항상 자랑했으며 "그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해줄 수 있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졸 학력으로 경제적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팽씨에게 김씨는 자신이 갖지 못한 학식과 사회적 지위, 권력을 지닌 '자랑스러운 친구'였다. 팽씨는 사업실패 후 김씨로부터 금전적 도움도 받아왔다.

팽씨는 2012년 12월 말 아끼는 친구에게 살해 부탁을 받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송씨를 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팽씨는 1년 넘게 주저하며 김씨가 압박을 할 때마다 50여차례 송씨 사무실을 찾아 주위를 맴돌다, 지난 3월 "이번이 마지막이다. 네가 못하겠으면 내가 죽이겠다"는 김씨 말에 "네 손에 피 묻히지 말라"며 범행을 결심했다.

범행을 저지른 팽씨는 김씨의 지시에 따라 치밀하게 도주했다. 택시를 4번 갈아타고 인천 옥련동의 사우나 근처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들어갔다. 이후 다시 택시를 갈아타고 청량산으로 이동해 범행도구를 불태워 뿌렸다.

"선거 끝날 때까지 중국에 가 있으라"는 김씨 말에 따라 팽씨는 아내와 자식의 생계를 책임져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3월6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5월22일 중국 심양에서 체포된 이후에도 팽씨는 "잡히면 죽는다"고 했던 사전 약속에 따라 중국 구치소에서 수차례 자살시도를 했다.

모든 걸 안고 가려 했던 팽씨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건 김씨와의 전화통화 이후였다. 김씨는 오랜 도피와 수감생활로 지친 팽씨에게 걱정 한마디 없이 "탈옥하든 죽든 하라"고 말했다. "너 들어오면 나 죽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자신이 이용당했음을 깨닫고 배신감을 느낀 팽씨는 아내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자수했다.

지난 24일 오후 1시5분쯤 경찰은 중국 심양 현지에서 팽씨를 인도받아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국내로 압송했다. 김씨도 같은 날 체포했다. 팽씨가 자신의 심경 변화를 김씨에게 숨겨 김씨의 도주를 막았기에 가능했다.

김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김씨는 "팽씨가 내게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독촉받자 돈을 훔치기 위해 송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조사에서 적극 진술하던 김씨는 6월30일부터 돌연 묵비권을 행사했다. 변호인 조언에 따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진술을 마친 후 조서를 읽고나서 스스로 "말이 왔다갔다 하네요"라고 했을 정도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팽씨의 진술은 자세하고 일관적이었다. 김씨는 또 유치장에서 팽씨에게 '미안하다 친구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묵비권을 행사해 달라'고 적은 쪽지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의 갑작스러운 묵비권 행사와 관련, 김씨의 친형 김모 전 검사가 이번 사건에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선임한 변호사 정모씨(47)는 김 전 검사의 고교 동창이자 사법고시 31회 동기다.

2006년 모 지청 부장검사를 끝으로 변호사 개업을 한 김 전 검사는 2007년 2월 정모씨(46) 등 7명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던 H골프장 사장 강모씨(66)와 그의 아들을 48시간 동안 납치해 감금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그가 범행에 끌어들인 정씨는 1970년 의문의 살해를 당한 정인숙씨의 아들이기도 하다. 김 전 검사도 경찰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력가 청부살해 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44)가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재력가 청부살해 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44)가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결국 10년지기 친구 김씨와 팽씨는 지난 3일 각각 살인교사와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씨가 송씨로부터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나 철도레일체결장치 공급업체 AVT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 등은 김씨가 묵비권으로 일관해 경찰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살인교사 혐의도 팽씨 진술에 따른 정황증거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팽씨의 살인행위 이면엔 한 시의원과 재력가의 탐욕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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