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상금'보다 귀중한 것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5일 무더운 아침 날씨에도 컨디션은 무척 좋았다. 무박2일 '도심 속 청년창업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밤 푹 자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창업가가 푹 잔다는 의미는 일반적인 개념과 조금 다르다. 사무실 라꾸라꾸 침대에서 쪽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아침 해가 아닌 달빛을 받으며 내 집 침대에서 잔다는 의미다. 기분은 상쾌하지만 많은 벤처투자자(VC)와 벤처1세대 선배님들을 만날 생각에 신나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평소 5분 대화하기도 힘든 VC, 선배 창업가들과 시간 제약 없이 마음껏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과 과거 사업 아이템에 대해 혹독하게 평가받았던 경험 때문에 만감이 교차했다.

"어떻게 하면 예선에 선발돼 1등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VC와 짧은 대화라도 나눌까" 머릿속은 이미 드라마를 쓰고 있었다. 여유라곤 단 1%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압박감은 금세 사그라졌다. 벤처1세대 멘토링센터 윤정자 멘토님과 소프트뱅크벤처스 박민회 멘토님이 한 첫 마디 때문이었다. "경쟁하기보다 대화하자." 경쟁적 분위기보다는 편하게 서로 대화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창업 오디션 결선을 위해 각 조에서 1개의 대표팀을 뽑아야 하는 숙제는 있었지만 우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창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왜 창업을 하는지부터 창업공간(BI)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팀원들은 어떻게 뽑았는지, 뚫기 어려운 영업망은 어떻게 접근했는지 등까지 개인적인 고민과 이야기가 오갔다. 과거에 갔던 창업 캠프나 교육 때도 네트워킹 시간은 있었지만 형식적이었다. 다른 스타트업과는 명함만 주고받았을 뿐 서로 깊게 대화한 적은 없었다. 다들 VC와의 만남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번 캠프에서는 처음으로 다른 스타트업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서로 고민을 터놓을 수 있는 스타트업 친구도 사귈 수 있었다. 스타트업은 부족한 부분이나 약점이 많아 다른 스타트업과 잘된 이야기만 한다. 마음 터놓고 고민상담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다. 또 스타트업끼리 사업적으로도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지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스타트업과의 교류에서 도움을 받은 또 다른 부분은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얻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VC가 축구 감독이라면 스타트업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다. VC는 주로 그라운드 밖에서 스타트업을 평가한다. 그리고 큰 그림을 그려 방향을 지시한다.

반면 함께 뛰는 스타트업들은 서로의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사람 뽑는 방법, 마케팅 노하우 등 현장에서 뛰는 다른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배울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실제 사업에 바로 적용 가능한 부분들이다.

스타트업과의 교류 시간이 의외로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비록 우리 조에서 우승팀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함께 밤을 새며 이야기 나누고 협력했던 시간 자체가 우리에겐 상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