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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뇌과학자 3인, 뇌 연구의 오늘과 내일을 말하다

테크앤비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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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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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변화하는 존재… 영장류 연구, 한국형 커넥톰 시급"

“우리만의 뇌 연구영역 개척하자”
뇌에 인류의 모든 지식재산을 저장하거나 특별한 뇌의 능력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적과 전투를 벌이는가 하면 첨단 전자장치를 뇌와 연결해 무적의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뇌가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뇌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인지과학, 심리학, 신경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뇌 연구를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만나 최근 뇌 연구의 경향과 우리의 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날짜 및 장소= 2014년 7월 5일 본지 회의실
- 참석자= 김경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및 심리학과 교수(가나다순),
장윤옥 머니투데이 부국장(사회)


[대담] 뇌과학자 3인, 뇌 연구의 오늘과 내일을 말하다


사회 최근 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 지는 오래 됐고요. 뇌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대열 교수(이하 이) 과학이 발전하면서 작은 입자에서 저 멀리 우주까지 사람들의 이해 범위가 아주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인간의 몸에서 가장 중요하고 많은 영향을 주는 뇌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죠. 아직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김경진 교수(이하 경) 동의합니다. 신경과학은 뇌를 어려운 과학 용어와 실험 증거로 설명하지요. 하지만 뇌는 소우주라고 할 만큼 신비롭고 복잡합니다. 그러니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뇌에 관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하셨는데 지금 우리는 우리의 뇌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건가요?
뇌를 공부한다고 하면 “정말 인간은 일생동안 뇌의 30%밖에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생각해 봤는데 예전에는 뇌에서 부위별로 기능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30%밖에 안 된 것 같습니다. 보는 것과 관련된 시각 피질 부분을 없애면 장님이 되고, 동작과 관련된 운동 피질을 없애면 움직이지 못한다는 식이죠.
그런데 고등 인지 기능과 관련된 전전두엽은 한 덩어리를 떼어 내도 겉으로는 달라진 점을 알 수 없습니다. 성격 테스트를 하거나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일상생활 면에서는 아무 영향이 없어요. 뇌에서 전전두엽 같은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이런 영역은 쓰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전전두엽의 역할에 관해 세세한 연구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김학진 교수(이하 학) 얼마 전 브라질 건설 현장에서 철근이 떨어져 현장 노동자의 전두엽을 관통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노동자는 사고가 난 뒤에도 말도 잘하고 멀쩡했다고 합니다. 언론에도 뇌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손상돼 다행이라는 식으로 기사가 나왔죠.
100여 년 전 피니어스 게이지란 사람이 비슷한 사고를 당했는데 그 역시 사고 뒤 행동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사람의 성격이 확 달라졌습니다. 따스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사고 뒤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한 거죠. 이를 고려하면 이번에 사고를 당한 브라질 노동자도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이미 학계에서 유명한 사례인데 아직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뇌과학적 사실들이 일반인들에게는 얼마나 알려져 있지 않은지 알 수 있지요.
최근 우리 뇌 지식은 많이 진전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봐야겠죠. 신경과학이 지금처럼 발전한 건 미국이 24년 전에 20세기 마지막 10년을 뇌 연구 10년(Decade of the Brain)으로 삼겠다고 선포한 때부터였습니다. 이 국가 단위 대형 사업은 인류과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세계에서 뇌 연구 붐이 일었죠. 우리나라도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만들고 이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세계에서도 드문 경우입니다.
미국의 뇌연구 10년 선포의 경우 상징하는 의미가 크지만 우리나라는 실질 연구 방법을 고민했죠. 24년 동안 지식이 많이 축적됐고, 일부 질병에 효과 있는 치료제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처음 목표로 삼은 퇴행성 질환인 치매나 파킨슨병의 해결은 아직 어림도 없습니다. 사실 저는 파킨슨병은 해결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기술과 기전에 관한 지식이 증가함에 따라 더 모르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죠.
그래도 이전에 비해 연구의 맥은 많이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생명과학 분야 전체가 여전히 엄청난 디스커버리(discovery) 상태에 있습니다. 새로운 발견이 끝없이 이뤄지고 있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의 흐름과 개념의 틀이 잡혀 가고 있지요.



김경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서울대 졸업,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 전 과학기술부 뇌기능프로티어사업단 단장
김경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서울대 졸업,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 전 과학기술부 뇌기능프로티어사업단 단장

뇌는 고정돼 있지 않아… 끊임 없이 증식
뇌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 일반인들에게 정확한 지식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말씀이네요. 전전두엽 말고도 일반인들이 뇌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의 왜곡된 뇌 해석 가운데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예가 특정인의 생각을 뇌 구조로 보여 주는 그림인 것 같아요. 직장인들의 뇌 구조를 보면 ‘월급’이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식의 그림이죠. 어찌 보면 장난처럼 만든 것 같은데 뇌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을 잘 보여 줍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성향이 있는지를 뇌와 연결해서 객관화한 실체로 파악하려는 욕구가 반영됐다는 거죠. 이러한 일반인들의 욕구는 뇌의 특정 영역이 어떠한 감정이나 기능과 관련됐는지를 시각화해 보여 주는 뇌 영상 연구 확산의 주요 이유가 되기도 했지요. 물론 이 과정에서 대중의 편견을 강조하는 쪽으로 뇌 연구 결과가 확대 해석되거나 포장되는 부분도 생기곤 하지요.
뇌는 너무 복잡해서 연구 내용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지요. 뇌에서 사랑 관련 부분은 여기라는 식으로 뇌를 일상생활과 일대일로 연결하면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지만 사실 뇌는 그렇게 도식화할 정도로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직 우리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고요.
뇌의 모양과 구성을 사람의 특징과 연관 짓고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 알려진 지식입니다.
특정 행동을 한 사람의 뇌를 보니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행동하도록 결정되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환경 요인에 의해 발달 과정에서 그 사람의 뇌가 변해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맞아요. 보통 사람들은 뇌를 태어날 때 완성된 것, 선천성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척박한 환경에서 컸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뇌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뇌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신경과학에서 불변의 진리(dogma)가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하는 걸 잘 모르기 때문이죠. 신경세포가 연접하는 곳인 시냅스는 계속 변합니다. 그래서 ‘변화하는 뇌’라고 표현하지요.
과거엔 사람이 태어난 이후 신경 세포 숫자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도그마가 20세기 말에 무너지고 신경세포도 증식할 수 있다는 개념이 정립됐습니다. 바로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신경줄기 세포의 아이디어죠.
뇌에는 신경줄기 세포가 있습니다. 물론 비중은 낮지만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져서 신경 회로를 복구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특히 해마에서 세포가 끝없이 만들어지면서 회로를 변화시키는데 이는 굉장히 중요한 발견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줄기세포로 파킨슨병을 해결한다는 것도 이 발견을 전제로 한 것이죠.
아직 미래의 일이기는 합니다. 기술상으로 동질 세포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또 줄기세포를 만들면 뇌 속에 넣어서 망가진 부분을 고쳐야 하는데 그러면 대부분의 세포가 죽습니다. 새로운 미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연결뿐만 아니라 신경세포와 교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은 더 세분화되고, 모르는 분야는 오히려 더 많아졌죠. 미국은 최근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브레인 커넥톰(connectome)을 만들겠다는 거죠. 기본 아이디어는 전자 현미경으로 뇌를 아주 얇게 잘라서 세부 지도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뇌행동심리학 박사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뇌행동심리학 박사


한국인 고유 뇌 지도 만들어야
브레인 이니셔티브, 커넥톰은 요즘 뇌 과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커넥톰에 관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지요.
커넥톰은 뇌 지도를 말합니다. 자세하게는 거시 커넥톰과 미시 커넥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김경진 교수께서 말씀하신 어느 신경세포가 어느 신경세포와 연결되는지 보는 것은 미시 커넥톰입니다. 이건 전자현미경으로 보고 그려야 하는 것이죠.
거시 커넥톰은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뇌 영역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전체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같은 지도지만 완전히 다른 정보를 담고 있죠. 거시 커넥톰이 고속도로와 국도를 그리는 것이라면 미시 커넥톰은 한 블록을 정해서 그 안에 있는 건물의 상하수도관까지 자세히 그리는 일입니다. 또 거시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지만 미시 연구는 주로 쥐를 대상으로 하는데 망막 같은 1㎣ 크기의 아주 작은 부분을 연구하죠.
또 미시 커넥톰은 만국 공통입니다. 미국 사람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면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죠. 하지만 거시 커넥톰은 다릅니다. 사람의 키는 150~200㎝ 차이가 나는데 사람의 뇌도 이 정도의 개인차가 있습니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 피질은 크기 차가 2배까지 납니다. 미국인의 뇌 지도를 완성했더라도 한국인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인종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뇌는 특징이 다르니까요.
신약도 서양인에게 잘 듣는 것이 동양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똑같은 일이 거시 커넥톰 연구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거죠. 커넥톰을 연구하는 이유의 하나는 뇌와 정신병 간 연관성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실제로 특정 영역의 뇌 크기가 어떤 정신병과 연관이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결과를 한국인의 뇌 분포를 고려하지 않고 적용할 경우 정상인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문제가 있는데 정상으로 판단할 수도 있죠. 결국 우리나라 사람을 표본으로 한 고유한 뇌 지도를 만들어야 하는 거지요.
뇌 영상 연구에 사용하는 한국인의 표준 뇌는 이미 개발 단계입니다. MRI는 물론 육안으로 봐도 서양인과 동양인의 뇌 모양은 크게 다릅니다. 이 같은 차이를 좀 더 체계화하고 과학화해서 비교하고 분석하는 연구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경 과거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국제 연구 흐름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한국도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이 꽤 높은 수준에 올랐지만 국가 측면으로 볼 때 손실이었다고 봅니다.
이번 커넥톰 연구는 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도 국제 규모의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합니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한 구석이라도 따라 붙어야 합니다. 허겁지겁 뒤꽁무니만 따라가는 방식은 과학정책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떤 분야에 참여할지 고민해 봐야 하는데 우리만의 독특한 주제나 영역을 잡아야 합니다. 우리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청소년, 즉 태어나서 어른까지 가는 과정에 있는 10대의 뇌 커넥톰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미국의 커넥톰 프로젝트에 어린이는 포함이 안 돼 있고 10대는 뇌가 변화하는 시기니까 유용한 정보도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사회인지신경과학 분야에서도 국가와 인종 간 차이를 연구하는데 한국의 독특한 정서 및 사회 행동이 외국과 많이 다른 이유가 뭔지, 단순한 관습 차이인지, 뇌의 기능 형태의 차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및 심리학과 교수=서울대 졸업, 미국 일리노이대 신경과학 박사, 뉴로게이저 이사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및 심리학과 교수=서울대 졸업, 미국 일리노이대 신경과학 박사, 뉴로게이저 이사



마음의 고통은 육체 고통과 같아
뇌 과학 연구가 사회문화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뇌 연구로 우리 인간의 인지 과정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심리학에서 가장 많이 발전한 분야가 사회인지신경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지신경과학은 인지 과정을 신경과학 방법으로 연구합니다. 인지에는 정서·시각·청각과 운동 기억 등이 모두 들어갑니다. 인지에는 인간의 사회성도 들어가는데 이걸 신경과학으로 접근하는 분야가 사회인지신경과학이죠. 심리학과 생물학의 경계는 오래 전에 무너졌습니다. 생물학과 신경과학 방법을 사용해서 할 수 없을 것 같던 사회성 연구에도 신경과학 방법이 적용되면서 이 지식이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죠.
사실 심리학은 그 자체로 여러 분야의 사람이 모인 융합 학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교육체계에서 심리학은 문과로 분류되어 있어 학생들이 문과에 편향된 상태로 공부를 시작합니다.
학부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뇌에 관해 가르치면 놀라워하는 학생도 많고, 통계학이나 수학과 관련된 것을 하다 보면 왜 이걸 공부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학생도 많습니다. 하지만 현재 심리학에서 뇌 과학은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날로 커져 가는 추세죠.

뇌를 통해 사회성을 연구한다는 게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지는 않는데 좀 더 자세한 사례를 들어 주시지요.
사회성의 예로는 공감, 도덕성, 이타성, 협동, 신뢰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이타성은 현재 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구 분야죠. 실험실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사람들 간의 사회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주로 게임을 사용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게임할 때 상대의 행동에 따라 참가자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협력 행동을 하거나 배신 행동을 할 때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상대방의 행동을 나는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MRI로 보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가 사이버 볼 게임을 사용한 뇌 영상 연구로, 피험자는 MRI에 누워 스크린을 보면서 다른 두 사람과 공을 주고받는 게임을 합니다. 자신이 게임에 포함돼 공을 주고받을 때와 다른 두 사람끼리만 공을 주고받을 때를 비교했는데 게임에 끼지 못했을 때 심리 고통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고통을 느낄 때 뇌의 작용이 실제 신체의 통증을 느낄 때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후속 연구에서는 실제로 피험자한테 통증을 줄 때 반응하는 부위와 게임에서 소외될 때 반응하는 부위가 같다는 게 밝혀졌죠.
뇌가 신경회로를 공유하는 사례입니다. 생쥐 실험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어요.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쥐가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다른 쥐가 보게 합니다. 그러면 보고 있는 쥐도 함께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쥐도 사회성 공감을 하는 겁니다.
신경생물학자들은 화학과 물성론 입장으로 설명하죠. 또 동물의 유전자 구조를 알게 되면서 특정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고 현상을 살펴보는 실험도 합니다. 우리가 한 것이 생체리듬 관련 유전자를 파괴했더니 다른 쥐를 아주 심하게 공격했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유전자가 망가졌을 때 공격 본능이 강화됐다는 말은 유전자들 사이의 상호 작용이 사회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뇌 연구는 이렇게 아주 미세하게 들여다볼 수도 있고 이대열 교수처럼 뇌 회로를 보거나 김학진 교수처럼 뇌 영상을 볼 수도 있는 것이죠.

요즘 뇌 과학 분야는 IT와 접목해 다양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대되는 IT 분야와의 융합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마인드 리딩(Mind reading)을 대표로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이 눈으로 보고 있는 장면을 MRI로 측정한 뇌 반응을 토대로 컴퓨터로 재구성해 보여 주는 것입니다.
MRI로 영화를 보는 사람의 시각 피질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측정한 후 이를 수학 알고리즘을 써서 해석, 다시 시각 정보로 변환시킵니다. 이렇게 하면 그 사람이 보고 있는 장면을 모니터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기법을 응용해 지난해에는 꿈을 읽을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했습니다. MRI 안에서 꿈을 꾸는 동안 뇌 반응을 측정, 잠에서 깬 뒤 보고한 꿈의 내용과 MRI로 측정한 뇌 활동을 이용해 재구성한 이미지가 매우 유사한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수년 내에 상당한 진보가 예상되는 분야입니다.
이러한 연구들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까지도 읽어 내는 겁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인셉션’ 같은 영화들로 볼 수 있는 기술인데 일반인들의 상상과도 잘 연결되는 연구죠.
미국의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는 1차 계획이 마무리되는 단계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지원했기 때문에 원하면 누구나 연구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드디스크 가격 200달러만 내면 데이터를 보내주는데 약 2TB(테라바이트)의 하드 디스크에는 개인정보가 삭제된 수백 명의 뇌 영상 데이터가 들어 있습니다.
커넥톰 연구의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한 사람의 영상 이미지에서 나오는 데이터의 용량이 커집니다. 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건 뇌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공학 기반 연구자나 IT 전공자가 뇌 과학자와 협력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뤄야 하는데 이 같은 측면에서 공학자들의 뇌 과학 분야 공헌이 증가할 겁니다.
뇌 과학도 IT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 많이 쓰고 있는 것이 뉴런을 모방하는 뉴로모픽(neuromorphic)입니다. 컴퓨터에서 뇌를 시뮬레이션할 때 예전에는 하드웨어는 고치지 않고 인간을 흉내 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컴퓨터 부품이 뉴런을 모방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의 컴퓨터는 연산만 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시키는 연산을 최대한 빨리 수행하는데 초점을 둔 것이죠. 뉴로모픽 컴퓨터는 창의의 사고를 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일일이 컴퓨터의 연산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주변 정보를 받아들여 종합하고 새로운 추론을 하는 것이죠. 사람이 묻는 질문 가운데에는 “오늘 어때” 같은 모호한 질문이 많은데 이런 질문에 농담을 주고받는 일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건 뇌과학자가 꿈꾸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죠.

음악 미술계에도 뇌 학문 가르쳐야
이제 우리 뇌 연구 현실을 좀 짚어 보죠. 우리는 뇌 분야에서 많은 성취를 이뤘는데 최근 이를 바탕으로 뇌 분야와 IT, 의학, 교육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제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뇌 연구에서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새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람의 뇌는 시냅스 구조와 기능은 역동으로 변화하는 것인데 공학자들은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컴퓨터의 프로그램으로 뇌가 활동하는 것처럼 생각하죠. 공학자들의 신경생물학 이해가 더욱 깊어져야 하고, 생명의 경외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출발점에서의 중요한 차이거든요.
미국에서도 강조하고 노력하는 것이 학제 간 연구입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스스로 발견한 것이죠. 수학이나 물리학을 하는 사람들이 신경과학자와 만나 자신의 분야에서 사용하는 모델들을 이용해 뇌의 기능을 이해하는 연구를 하면 재미있는 연구를 할 가능성을 엿보고 자신들의 연구 주제를 바꾸거나 과를 바꾸기도 합니다. 이런 학제 간 공동연구가 미국에선 흔합니다. 한국은 공학자와 생물학자가 공동연구를 많이 하고 있기는 하지만 서로 넘기 어려운 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음대생이나 미대생에게 인간생리학을 가르치는 걸 보고 충격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배우는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배우는가는 다른 문제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도 생물학의 기초를 가르치는 전통이 있는 거죠. 40년 전 당시는 융합이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던 시기입니다. 지금 우리는 융합을 강조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죠. 음대나 미대에 뇌 과학을 필수로 가르치는 제도가 필요하고, 이런 제도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봅니다. 벽을 허물고 개인 간에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도록 하는 거죠.
융합 연구라는 게 “자 이제부터 융합을 하자”고 선언해서 갑자기 시작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융합 사고와 행동이 우선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야 가능하죠.
뇌 과학은 그 자체로 융합 사고를 하기에 최적의 학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에서 효용이나 가치라는 개념은 늘 사용되는 것인데 심리학과 교육학에서 이야기하는 욕구나 동기라는 개념과도 강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각 분야에서 독립해 시작된 뇌 연구 결과를 검토해 보니 매우 유사한 뇌 부위가 각기 다른 개념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렇듯 뇌 과학은 각기 다른 학문 분야에서 각기 발전돼 온 개념들을 연결해 주는 ‘공통 언어’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통 언어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 주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뇌 과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까지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융합 연구의 좋은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융합은 전문성 전제돼야 성과
융합을 하려면 먼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융합을 위해 서로의 분야에 대한 장벽은 낮추고 개방하는 태도에 임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일입니다. 어떤 때 보면 언론 매체에 신경과학을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사람이 나와서 신경과학 얘기를 이야기하는 것을 봅니다. 그건 올바른 융합의 길이 아닙니다.
중요한 말씀입니다. 요즘 계산신경과학이라는 분야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데이터 양이 많아짐에 따라 신경과학자들이 어려움을 겪자 수학, 물리학, 통계학 같은 계량 학문을 하던 사람들이 많이 합류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훌륭하게 기여하는 사람은 물리학과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 결합해야 진정한 융합의 효과가 나타나지 그렇지 않으면 도움이 안 됩니다. 뇌를 잘하는 사람과 물리학을 잘하는 사람이 공동연구를 할 때 좋은 성과가 나오는데 융합을 한다고 해서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서양 학문을 따라가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니 기초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분야와 융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그에 동반되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국 한국은 기본도 더 깊게 하고 융합도 해야 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지요.
융합과 관련한 말씀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뇌 연구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는 영장류 연구가 아주 취약합니다. 신경과학만이 아니라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꼭 극복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영장류를 이용한 바이오메디컬 연구가 그 나라의 바이오메디컬 수준을 보여 주는 지표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이대열 교수 같은 영장류 연구자가 많아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사람 연구는 많이 하고 있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연구 장비가 일반화되면서 의사들도 많이 하지만 고등생물 메커니즘 연구는 영장류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해야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영장류 연구가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우리가 궁극으로 이해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뇌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를 시험 연구하기에는 방법이 아주 제한돼 있죠. 영상 장비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영장류는 사람의 뇌와 비교해서 크기나 기능이 비슷해 실험 기법으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많은 정보를 쥐에서 얻고 있습니다. 크기가 작고 빨리 번식할수록 유전자 조작을 하기 쉽고, 한 번에 많은 개체를 쓸 수 있어 연구에 유리합니다. 특히 최근 쥐의 감정 연구 결과를 보면 모든 포유류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쥐의 뇌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쥐 연구를 인간과 결부하기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쥐는 뇌의 크기가 너무 작다 보니 전전두엽이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논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전두엽 같은 고등의 인지 기능 이해에 쥐를 이용한 연구 결과를 인간으로 연결하는 교두보로 원숭이의 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하고 닮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과 쥐의 중간 단계에 있다는 면에서 영장류 연구는 중요합니다.
중국은 최근 형질 전환 영장류를 만들었습니다. 저 같은 원숭이 연구자들은 형질 전환이 가능한 쥐 연구를 부러워합니다. 중국은 풍부한 원숭이 자원을 바탕으로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조금 덧붙이면 형질 전환 연구는 유전학 연구의 큰 패러다임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유전학 연구는 결국 유전자형에 변화를 줬을 때 표현형에 어떤 변화가 야기되는지 연구합니다. 게놈에서 유전자 하나를 파괴했을 때 현상학으로 행동학 관점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표현형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기 쉽습니다.

활용만 강조해서는 큰 성과 못내
영장류 연구 외에 다른 문제점은 없나요? 우리의 연구개발 관행이나 시스템 전반에 관해서도 고민을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구개발 하면 꼭 노벨상 같은 성과를 어떻게 하면 내느냐 하는 말이 나옵니다. 생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 중에 유전자 녹아웃(knock-out) 방법을 개발한 사람이 있습니다. 국제 연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연구기법 개발의 독창성을 인정받은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큰 흐름에 변화를 주는 연구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 합니다. 빨리 따라잡는 건 잘하는데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그런 것에 관해서는 당장 효용성이 없기 때문인지 사회가 큰 뜻을 안 두는 것이죠.
앞에서 말한 뉴로모픽 칩 같은 것은 누군가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효용만 따지다가는 뒤꽁무니만 쫓게 됩니다. 한국은 과학자 수도 연구비도 모자라지만 남이 하지 못하는 기발한 착상만을 만들어 내는 그런 그룹을 만들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얼마 전 미국 국방성 지원 연구를 신청하기 위해 신청서를 쓰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보통 바이오 연구 지원 서류를 보면 공공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등을 물어 봅니다. 그런데 미국 국방성의 항목을 보니 적대국의 기술에 의해 놀라는 일이 없어야한다는 항목이 있더군요. 경쟁국이 자기들보다 우월한 기술을 가지는 것을 위기라고 생각하는 거죠. 미국이 강국인 이유는 이런 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예를 드론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책 배달까지 드론으로 하는데 이 부분은 미국이 우월하게 앞서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원천 기술부터 응용까지 탁월하게 앞서 있는 분야가 한두 개는 있어야 합니다. 뒷심이라고도 할 수 있고 원천 기술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이건 당연히 과학과 밀접하게 결합됩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뒷심이 약합니다. 우리나라는 활용성만 중시하는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뒷심이 센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뇌 연구에서는 뇌 영상을 많이 이용하지만 모든 기자재에는 단점도 있습니다.
실험 방법을 획기할 정도로 바꾸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인류 지성사에 기여할 만한 궁극의 일이 잘 안 나옵니다. 어떤 벽을 뛰어넘는 이런 일이 진정으로 한국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경제 장기 성장은 그 근원에 새로운 과학기술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1세기에도 그러한 관계는 계속될 것이고, 이러한 면에서 뇌 과학 연구는 선구자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개인이나 개별 주제의 연구가 가장 큰 성과를 낼지를 예측한다든지 상업으로의 응용이 가능한 시점이 언제가 될지를 점치는 등 구체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특히 정부는 이런 문제를 교육 투자와 마찬가지로 관점을 근본에 두고 장기 투자를 지속해야 합니다.
연구는 연구자가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과학자와 학생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리= 도강호 기자

(왼쪽부터) 김학진, 김경진, 이대열 교수
(왼쪽부터) 김학진, 김경진, 이대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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