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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과 미식 사이,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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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일M 김성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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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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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찬의 알리오올리오⑨]저마다 다른 식성향, 타인에 대한 공감이 필요할 때

[편집자주] 맛집이 범람하고 갖가지 음식사진이 올라오는 시대다. 혼자 알기 아까운 맛집과 맛있는 음식 있으면 '알리오', 사진도 찍어 '올리오'.
/사진=tvN '식샤를 합시다'
/사진=tvN '식샤를 합시다'
A는 식사 자리에서 타박을 받기 일쑤다. 그가 생선탕보다 구이가 낫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눈치다. 하지만 삼계탕은 싫지만 순살 치킨은 좋아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헛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일부러 돈 주고 곱창을 사 먹진 않지만 순대볶음은 즐겨먹는다고 하면 "도대체 왜?"라는 반응이다. 결정적으로 날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회를 매운탕에 익혀먹는다고 하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건 회를 능멸하는 일이라면서 말이다.

A가 자신의 음식 취향을 말할 때 늘 따라오는 말들이 있다. "A씨는 생긴 것과 다르게 편식이 심하네요", "나중에 결혼하면 와이프가 고생하겠어요", "그렇게 가리는 게 많으면 앞으로 사회생활하기 힘들어요", "곱게 자라셨나 봐요" 등등이 그렇다. 그러고 보니 그가 회덮밥에서 회를 가려내면서 "킹크랩이 먹고 싶다"고 중얼거렸던 것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정말 곱게 자란 것인가. 그렇다면 곱게 자란 티를 내기 위해선 회를 먹지 않으면 되는 걸까.

A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연 그가 편식을 하는 게 맞나 싶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은 소소한 시골 밥상이었다고 한다. 흰 쌀밥에 김, 그리고 김치가 전부일 때가 많았다. 설날이면 떡국을 먹었고 추석엔 곶감과 송편을 입에 달고 살았다. 여름이면 콩국수를 해 먹고 동지엔 팥죽을 먹었다. 또 남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다지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 청국장을 잘도 먹는다. 김치찌개, 된장찌개도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그는 편식 근처에도 못가는 것 아닐까. 밥과 김만 줘도 잘 먹는데 그들 말마따나 미래의 와이프가 밥상 차리기 곤란해 고생할 것 같진 않다.

그가 몇몇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건, 개인적인 이유로 그것이 자신의 취향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먹어보지 못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날 것이 혀에 닿는 식감이 별로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남들이 먹는다고 아무거나 좋다며 따라 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음식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는 편식가라기보다는 미식가다.

/사진=tvN '식샤를 합시다'
/사진=tvN '식샤를 합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식성향에 관대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 자기가 먹는 걸 남이 먹지 못하면 참지 못한다. "이 맛있는 것을 왜 안 먹느냐"고 설득하고, 강요하고, 급기야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럴 때면 먹지 못하는 쪽이 죄스러워하는 경우까지 있다. 물론 이것은 "내가 먹어봤더니 참 맛있더라, 그러니 너도 먹어보라"는 호의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심해지면 호의를 가장한 강요가 될 수 있다.

특히 위계질서가 견고하게 확립된 조직에서 이런 강요가 쉽게 발견된다. 직장도 그런 곳 중 하나인데 상사가 자기가 원하는 식당으로만 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딴에는 상사로서 부하 직원에게 비싸고 좋은 음식을 사주겠다는 호의를 베푼 것이겠지만, 식성향이 맞지 않는 직원에게는 곤혹스러운 자리다. 그러면 부하 직원들은 슬슬 여러 핑계를 대며 회식 자리를 회피하거나 사주는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기 시작한다. 상사도 큰 맘 먹고 비싼 돈 주고 사주는 데도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언짢아한다. 호의가 강요로 변질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JTBC '마녀사냥'에서 다뤄지는 사연을 살펴보면, 상대방은 괴롭다는데도 자기는 호의를 베푸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데서 비롯한 비극이 대부분이다. 좋은 뜻으로 만들어 준 이름이므로 절대 딸의 이름을 바꿀 수 없다는 아버지(딸의 이름은 무려 '방귀녀'다), 아낀다는 이유로 여동생 부부의 사생활까지 간섭하는 오빠, 아들의 여자친구를 마치 며느리처럼 대해 놓고 여자친구가 곤란해 하자 서운하다고 우는 어머니. 상대방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는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사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호의를 가장한 강요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문제일 것이다. 그래도 먹는 일만큼 행복한 것도 없는데 남들이 뭘 먹든 신경은 그만 썼으면 한다. 또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좀 먹도록 놔두자. 잡채 먹을 때 야채를 가려낸다고 욕하지 말자. 팥빙수에서 팥을 골라낸다고 비난하지 말자. 모두의 취향은 그대로 존중해주자.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이니까 말이다.

편식과 미식 사이,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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