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기업을 그만두었나요?"

이효정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연구원/사진=김현정 디자이너

"왜 대기업을 그만두었나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 뿐 아니라, 알고 지냈던 사람들도 모두 그 이유가 궁금한 것 같습니다.


저는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삼성전자에서 제품 개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근무하는 동안, 하나의 제품이 기획되고 양산을 거쳐 최종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는 전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잘 갖추어진 시스템 속에서 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여러 업체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인생을 고민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저 또한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던 삶인가?'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더 늦기 전에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창업을 하시게 되었나요?"

요즘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근무하며 예비 창업자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들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그들의 답변은 대부분 "예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입니다.


예전에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서 잘하는 일을 택하라"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잘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지치게 되었을 때 숨 쉴 구멍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창업자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점은 좋아하는 일을 택하는 것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큰 추진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또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나도 창업을 해볼까?"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며 한 번쯤 창업을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 새로운 직업을 꿈꾸는 직장인,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하는 분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센터에 근무하며, 정부나 기관들의 창업지원 사업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금지원 프로그램도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창업하기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지역 및 국가의 구분이 희미해졌습니다. 온라인상에서도 조언자, 협력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잘 활용한다면 취업만큼 창업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많은 벤처 기업가들은 "주저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며 실행력을 많이 강조합니다. 그러나 실행하기 이전에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사업의 전망에 대해 객관적으로 차분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창업만큼이나 창업 이후 기업을 건강하고 영속성 있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사업 초기에 수입이 없더라도 일정기간 기업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놓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밖에서 들여다보는 것과 안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며 느끼는 것들이 상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창업 분야도 화려하게 성공한 기업의 수만큼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저 역시 실패가 두렵습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위해 도전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다면,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훗날 그 경험이 다른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은 점 잇기 게임'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기보다 주어진 현재를 충실히 살다보면 의미 있는 점들을 하나 둘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훗날 이렇게 찍어둔 점들이 또 다른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창업의 최전선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많은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