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어머니 "미친 척하고 갔더라면…" 애끓는 절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윤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일병들을 위한 추모제'에서 군대에서 의문사한 장병들의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뉴스1

육군 28사단에서 집단폭행으로 숨진 윤모 일병과 군부대 내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군인권센터는 8일 저녁 7시 50분쯤부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윤 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 일병들을 위한 추모제'를 진행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윤 일병의 어머니는 "4월 6일날 네가(윤 일병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비보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며 "병원에서 누워있는 네 모습을 봤을 땐 하늘이 노래지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어 "통화할 때 한마디라도 해줬다면, 면회 간다고 했을 때 '안돼, 오지마, 오지마, 4월은 안돼'라고 했을 때 미친 척하고 한 번이라도 부대를 찾아갔더라면"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윤 일병에 대해 "부족한 부모에게 불평 한마디 없고 장학금을 받아 학비를 대고 방학때는 하루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속 깊은 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윤 일병 가족들을 포함해 주최측 추산 150여명(경찰추산 100명)의 군 인권침해 피해자 가족들이 모였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국방부는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국방부의 물타기"라며 "공소장을 변경해 봐야 국방부 장관이 임명한 군 지휘관들이 관여할 수 있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통해 유죄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3년전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는 이날 집회에서 "우리 아이가 죽기 두달 전 같은 부대에서 정모 병사가 자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때 소대장에 제대로 처벌을 받았다면 우리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뇌종양으로 숨진 신성민 상병의 누나 신미희씨(36)는 "성민이 장례식 날 죽길 기다렸다는 듯 축구를 한 중대장을 용서할 수 없다"며 "가해자는 아무일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데 피해자들은 왜 남겨진 고통을 이겨내며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가"하고 반문했다.

군 인권침해 피해자 유족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유족들은 눈물을 닦으며 숨진 장병들의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곤 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윤 일병을 위해 최재봉 기독교 사회 선교 연대 회의 목사가 찬송가와 설교 등으로 추모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천도교, 천주교 관계자들도 참가해 종교와 관계없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추모제는 국방부 담벼락에 윤 일병의 온 몸에 든 피멍을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을 묶고, 보라색 종이비행기를 국방부 안으로 날려 보내 피멍든 윤 일병을 방치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군 당국을 규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