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치졸함이란…일본동포 대학생에 "반쪽바리"

오사카 금강학교의 성시열 교장. 교장실 안에도 태극기와 교훈이 걸려있다. 교훈은 '나를 알자, 우리를 아끼자, 나라를 사랑하자'다. /사진=조영선 기자

오사카에 위치한 '금강학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게시판이 보인다. 게시판에는 중앙대, 고려대, 상명대 등 한국 대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의 이름이 걸려 있다. 일본 학교에 진학한 학생들도 있지만, 한국 대학 진학생들의 이름을 가장 먼저 나열해 놓고 있다.


이렇듯 일본 내 민족학교에서도 점점 한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K-POP,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늘었고, 학교 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전통 문화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국가에 대한 정체성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대학을 진학한다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해 유학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는 대학 진학까지가 학교에서 맡아야 하는 일이죠. 하지만 우리 학교는 다릅니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한국 학교에 진학해도 99% 실패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한국 학교에 진학할 때 적응을 도울 수 있도록 진로 교육을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오사카 금강학교 성시열 교장의 말이다.

특히 한국 학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한국에서의 생활이다. 친척이나 연고가 없을 경우 한국 학교에 도전하는 것조차 마음먹기 쉽지 않다. 이에 학교측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연결점을 만들어 주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한국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들을 초청해 선배와의 시간을 갖게 하고, 한국 사회 진출에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교육기부 단체인 '국인'은 매년 민족학교에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진학, 진로 컨설팅은 한국 대학, 사회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같은 의미로 교육기부 단체인 '국인(국가적인재, 국제적 인재)'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금강학교와 매년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얻기 어려운 입시 정보부터 대학 생활에 길잡이가 되어 줄 진로 방향까지 실질적인 한국 대학 진학을 위한 지원은 수험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몇 년 전까지 입시를 경험한 대학생들이 일일 교사로 나서기 때문에 가장 최근의 입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또래 형, 누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로를 계발할 자극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진로 교육을 잘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인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진학을 하더라도 정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성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한국 여권을 가져가더라도 우리말을 못하면, '반쪽바리'라고 말해요. 한국 사회에서 1%라도 벗어나면 비정상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죠"라며 재일동포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체계적인 진로 교육을 위해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재일동포라면 특례 입학, 한국 입시 제도 등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를 돕기 위해서 한국에서 초빙된 진로 담당 선생님 한 분이 학교에 와 계세요. 선생님 한 분이 한국 대학 입학 서류를 모두 작성하고, 자기소개서를 첨삭하는 셈이죠. 물론 지원 방법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정부에서도 지원하는 것이지만, 좀 더 확실한 진로 교육을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